부채 통한 부동산경기 부양 정책과 가계 빚 증가, 정부 책임 크다
서민주거 안정보다 부동산 투기 유도한 특례보금자리론 중단 당연
‘약탈적 대출 방지’ 입법과 장기적인 부채 감축 계획 실행돼야
여름철 치솟는 기온 이상으로 폭발적으로 늘어났던 가계부채 증가세에 정부도 화들짝 놀란 모양새다. 어제 금융위원회와 주택금융공사 등 관계부처 합동으로 진행된 「가계부채 현황 점검회의」에서 금융당국은 ‘다수의 은행들이 경쟁적으로 가계부채 증가세를 주도’, ‘상환능력 범위 내 대출 원칙’이라는 표현을 쓰며 50년만기 주택담보대출의 총부채상환비율(DSR) 산정 만기 40년 제한 등 장기 대출에 대한 DSR 규제 강화 방안 발표했고, 주택금융공사도 ‘일반형 특례보금자리론’ 공급을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이번 발표에서 정부는 최근 가계부채 증가세의 책임을 금융기관에 돌리고, ‘특례보금자리론’은 나름의 성과가 있었음에도 단지 공급목표에 도달했기 때문에 중단한다는 식으로 표현했다. 그러나 최근 가계부채 증가와 서민 가계의 대출상환 부담 가중의 가장 큰 책임은 가계 빚을 동원해서라도 주택 경기를 부양시키고자 한 정부에게 있다. 정부는 정책 실패 따른 대응을 땜질식 처방으로 무마하려 할 것이 아니라, 점진적인 가계부채 축소와 민생 향상을 위해 정책 방향을 전환해야 한다.
우선 이번 조치에서 드러났듯 ‘특례보금자리론’은 서민금융정책이 아니었다. 이 정책대출 상품은 DSR 기준 적용에서 예외로 했을뿐만 아니라 소득요건에서의 제한도 없었으며, 1주택 보유자가 5억원 한도로 자금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사실상 부동산 투기를 유도한 정책이었다. 즉 가계부채를 발생시켜 중산층 주택소유 욕망을 계속 부추기면서 유권자의 환심을 사려는 동시에, 부동산 경기를 부양하고자 한 정책일 따름이었다. 그러나 그 댓가는 가계부채 증가, 집값 상승과 국민의 빚 상환 부담 증가로 되돌아왔다. 시민단체와 여론의 비판이 한창 있고 나서야 비로소 그러한 정책이 철회되었다는 점에 대해 유감이다. 정부는 일회성 대책이 아니라 가계 부채 감축을 위해 정책 기조를 분명히 하고 올해 하반기부터 이를 일관되게 실천해 나가야 한다. 그간 윤석열 정부는 ‘특례보금자리론’과 같은 정책자금 공급뿐만 아니라 다주택 및 임대사업자, 고령자의 40년 주택담보대출 허용 등 대출 규제를 크게 완화하는 정책을 펴면서 소강상태에 있던 가계부채 증가의 고삐를 풀어버리고야 말았다. 과연 누구를 위해 이러한 비합리적 정책을 남발하고 있는가. 특례보금자리론 외에도 반드시 수정이 필요한 나쁜 정책들이 산더미처럼 쌓여있다.
한국은 연간 나라 전체가 버는 수입(GDP) 보다 국민 가계 빚이 더 많은 나라이며, 국민 전체가 쓸 수 있는 소득 금액보다 가계 빚이 2배가 넘는 나라가 되었다. 그동안 주택소유주의 비금융 자금 조달 수단으로 활용되어온 전세보증금까지 포함하면 GDP 대비 가계부채 규모는 150%를 넘는다는 연구결과도 발표되었다. 현재와 같은 고금리 고물가 시대에 주택관련 대출이 부실화 될 경우 어떠한 연쇄적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지는 올 초 전세사기 사건에서 여실히 드러난 바 있다. 이는 문재인 정부 뿐만 아니라 그 이명박, 박근혜 정부 때부터 문재인 정부와 현 윤석열 정부까지 계속 이어지는 정부의 가계 부채 관리 정책의 실패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부실가능성이 높은 대출을 대환의 형태로 계속 미래로 떠밀어낸다고 한들 그 폭탄은 언제든 터질 수 있다. 금융당국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가계부채를 감축시켜온 선진국들의 사례를 참고해 현 가계부채 규모를 GDP 수준 이하로, 나아가 GDP 대비 80%까지 낮추는 것을 목표로 하는 등 구체적인 계획과 지침을 마련해 즉시 실행해야 한다. 금융위원회와 한국은행이 가계부채 관리라는 본연의 책무를 다함에 눈치를 보거나 책임 떠넘기기를 해서는 곤란하다. 당장은 현재 DSR 산정 시 반영되고 있지 않는 전세자금대출과 전세보증금을 모두 규제에 포함해 차주의 상환능력을 넘어서는 대출이 발생하지 않도록 방지해야 하며, 이는 정부의 자의적 판단이 아닌 「불공정·과잉대출방지법」 입법을 통해 확실히 관리되어야 한다. 정부뿐만 아니라 여야 정치권과 국회 역시 이에 대해 책임을 가질 것을 촉구한다.
윤석열 정부는 국가부채에 대해서는 왜 예민하게 반응하면서 가계 빚은 그저 방관, 아니 오히려 조장하고만 있는가. 정부는 언제까지 직무를 유기할 작정인가. 서민 주거안정을 위해서는 더 많은 재정을 투입해 저렴한 비용으로도 입주할 수 있는 주택을 공적으로 제공해야 한다. 하지만 현 정부는 예산을 투입해서 확대해야 할 토지임대부 공공분양주택, 장기공공임대주택 공급, 사회주택 등 다양한 유형의 대안적 주택 지원 등 대폭 예산을 삭감하거나 계획대로 집행을 하지 않는 등 정부 부문 지출이 GDP 성장에서 제 역할을 못하게 하는 사이에 가계 부채는 급속하게 늘리고 있다. 이미 IMF 등은 수차례 우리 정부의 이러한 정책 기조에 대해 우려를 표명한 바 있다. 금융을 통한 정책 자금지원은 스스로 대출 변제가 가능하긴 하지만 과중한 부채와 이자 부담으로 고통받고 있는 무주택자·저소득계층에게 우선 제공되어야 한다. 또한 최근 올해 개인회생 신청과 법원 임의경매가 전년대비 급증하는 등 점차 취약한 상태에 내몰리는 한계차주가 늘고 있으므로 이러한 한계 차주들의 회생 및 재기 지원 역시 중요한 정책 과제다. 민간 금융 대출은 갚을 수 있는 사람에게, 공적 금융은 무주택·저소득 서민들에게 빌려주어야 하고, 정부 예산 확대를 통해 복지와 민생의 회복을 도모해야 국가 경제가 회복될 수 있음을 명심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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