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센터 칼럼(ef) 2024-02-22   338

[기고] 한화의 수상한 RSU 부여…‘스톡옵션 규제’ 우회 의도인가

2024.02.19 박재홍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실행위원, 변호사

한화그룹 승계 1순위인 김동관 한화솔루션 부회장이 최근 4년간 그룹 지주사 격인 ㈜한화로부터 ‘양도제한 조건부 주식’(RSU·알에스유) 약 53만2천주를 받았다고 한다. 이를 두고 경영권 승계에 이용될 수 있다는 지적(한겨레 1월16일치 1면)이 있자, 한화 쪽은 반박자료를 통해 “경영권 승계를 할 것이었으면 김동관 부회장에게 현금 상여를 주는 것이 유리하다”는 취지의 해명을 반복하고 있다. 한화 계열사라면 오너 일가 마음대로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노골적으로 드러낸 것 같아 당황스럽다. ‘김동관 부회장에게만 단기 성과급을 지급하면 다른 임직원들에 대한 역차별이다’, ‘50% 회사주식가치연동 현금 부여 분은 종합소득세 납부용으로, 추후 주가하락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라는 취지의 대목에서는 오너 일가의 인질처럼 되어버린 우리 시장과 기업의 현실이 읽혀 씁쓸함마저 느껴진다.

한화 쪽은 스톡옵션의 여러 단점을 나열하며 알에스유 제도가 우월함을 주장하지만, 스톡옵션 부여에는 법률상 절차나 대상의 엄격한 제한이 있어 애당초 김동관 부회장에게 스톡옵션을 부여하기 어렵다는 사정은 애써 무시한다. 기업 승계를 위해서라면 알에스유가 아닌 현금 상여를 지급하는 것이 유리했을 것이라고 이야기하지만, 상위 5명의 임원 보수 공시 대상에 김동관 부회장이 포함된다면 발생할지도 모를 부담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는다. 알에스유의 “현재가치를 평가하는 것은 무의미하다”고 하다가, 이내 “기준급의 200%정도로 과다하지 않다”라고 하는 한편, 알에스유가 “과거의 성과보상이 아니”라고 하다가, 이내 “근로에 대한 정당한 대가”라고 하는 등 다소 자기분열적 논리마저 전개한다.

재벌그룹 오너 일가는 기업집단을 승계하기 위해 주식 가치를 부당하게 낮춰 자식들에게 취득하게 하거나, 별다른 근거 없이 편법적으로 지분을 늘리려고 해왔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현행 법령은 다양한 안전장치를 구비해 놓았는데, 스톡옵션에 대한 규제 또한 그중 하나다. 오너 일가 구성원을 임원으로 앉혀놓고, 회삿돈으로 자사주를 취득한 다음, 스톡옵션을 쏟아부어 주면 부당한 기업승계가 용이하기 때문에 현행법은 오너 일가에 대한 스톡옵션 부여를 사실상 어렵게 하고 있다. 그런데 한화그룹은 김동관 부회장에게 알에스유를 부여함으로써 이러한 규제를 완벽히 무력화했다.

최근 미국 델라웨어주 법원은 2018년 테슬라 이사회가 승인한 일론 머스크의 보상 패키지(월급과 보너스를 받지 않는 대신 회사 매출과 시가총액 등 목표 달성 여부에 따라 12차례에 걸쳐 최대 1억1천만주 규모의 스톡옵션을 받는 것)에 대해 “당시 머스크와 밀접한 관계에 있는 이들이 보상을 결정하는 위원회에 참여하고 있었”고, “해당 보상이 공정하다는 입증을 다하지 못했다”라면서 무효라고 판결했다. 이처럼 해외에서도 대주주가 주식으로 보상받을 경우 공정성의 잣대를 이용해 엄격히 규제하고 있음에도, 알에스유를 통한 기업지배권 확보가 마치 선진 제도인 양 홍보하는 한화 쪽 태도는 납득하기 어렵다. 게다가 김동관 부회장이 2021년과 2022년에 받은 32만8671주는 같은 기간 금춘수(20만9593주), 옥경석(4만4608주) 대표이사가 받은 주식 수보다 압도적으로 많다. 김동관 부회장이 한화그룹에 어떤 차별적 기여를 했기에 이처럼 독보적 보상을 받았던 것인지에 대해 한화그룹 본인들조차 제대로 된 설명을 하지 못하고 있다.

김동관 부회장이 2022년 한화그룹으로부터 받은 총 보수는 약 75억원에 달한다고 한다. 이는 2021년 자신이 받은 보수(37억9천만원)의 두 배에 달하는 금액이다. 일반인은 상상조차 하기 어려운 급여의 규모와 상승률 문제는 차치하고라도, 김동관 부회장이 한화그룹을 지배하고 싶다면 이렇게 모은 돈으로 주식을 사 모으면 될 일이다. 다른 주주에게 피해를 입혀 가며 별다른 이유도 없이 오너 일가라는 이유만으로 상당수의 주식을 받을 권리는 없다. 오너 일가의 지배하에 있는 이사회가, 오너 일가에 수백억원에 달하는 알에스유를 부여한 행위는 불공정하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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