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동일인 지정제도 근간 흔드는 공정거래법 개정시행령 즉각 폐기하라

실질적 기업 지배 김범석 의장, 쿠팡 동일인으로 지정해야
재벌에게 선택권 주는 지정제도 변화, 재벌규제 완화 신호탄 될 것
외국인의 경제력 집중과 규제 회피 대응 어려워질 수 있어

지난 7일 대기업 총수가 동일인 지정을 피할 수 있는 예외조건을 규정한 ‘독점거래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시행령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한데 이어, 어제(5/15) 공정위는 개정된 시행령에 따라 기업집단 쿠팡의 동일인을 김범석 의장이 아닌 쿠팡(주)로, 기업집단 두나무(업비트)의 동일인을 송치형 의장이 아닌 두나무(주)로 지정한다고 발표했다. 개정된 시행령과 그에 따른 이번 공정위의 동일인 지정조치는 명백히 ‘쿠팡 특혜’ 시행령이자, 재벌 대기업집단 규제를 포기하는 행태이며, 향후 재벌에 대한 규제를 완화하겠다는 신호탄으로 해석된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기업집단 ‘동일인 지정제도’는 한국의 고유한 제도인데, 그 이유는 한국에만 ‘재벌’이 있기 때문이다. 혈족이 그룹에 속한 수많은 계열사를 지배하면서 신분질서를 이루고 부의 대물림을 위하여 사익편취를 자행하고 있는 나라는 대한민국밖에 없는 것이다. 따라서 기업집단의 ‘동일인’은 기업집단에 대한 지배력을 갖는 자연인을 지정하는 것이 원칙이고, 그러한 자연인이 없는 경우에 한하여 예외적으로 법인을 지정하는 것이다. 특히 기업집단의 ‘동일인’은 누가 기업집단을 지배하는지에 관한 현실을 반영하여 지정하는 것이지, 당사자가 임의로 선택하는 것이 아니다. 재벌에게 동일인에서 벗어날 수 있는 선택권을 주는 것은 동일인 지정제도의 기본 취지와 재벌규제의 원칙을 스스로 몰각시키는 것에 다름 아니며, 재벌은 이러한 기회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자 할 것이다. 향후 국내 재벌들에 대하여 규제를 완화하겠다는 의지로 이해될 수밖에 없다.

둘째, 외국인을 동일인으로 지정하더라도 최혜국대우원칙이나 내국민대우원칙에 위반되지 않는다. 어느 나라 외국인이든 한국에서 사업을 하면서 한국의 기업집단을 지배하게 되는 경우 다른 국내 재벌들과 마찬가지로 동일한 규제를 받으면 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일인 지정제도’에 대해 ‘갈라파고스 규제’라 운운하는 것은 한국에만 재벌이 있다는 현실을 외면한 억지에 불과하다. 이번에 쿠팡 김범석 의장은 미국인이라는 이유로 동일인 지정에서 제외되었는데,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내국인 역차별’이라 주장하기 시작했다. 이는 결국 동일인 지정제도를 없애자는 주장으로 이어지는데, 이번 시행령 개정과 공정위의 조치가 결국 재벌규제 완화로 이어질 것이라고 우려하게 되는 대목이다.

셋째, 쿠팡 김범석 의장의 규제 회피 행태를 사전에 막을 수 없다. 기업집단의 동일인으로 지정되면 총수와 그 가족이 지배하는 계열사 자료 등 지정자료를 제출할 책임이 부과되고, 해외계열사와 순환출자 현황 등의 정보를 의무적으로 공시해야 하며, 부당지원 및 사익편취 금지, 지주회사 설립시 자회사나 다른 국내 계열사간 채무보증 해소 등 다양한 규제를 받게 된다. 쿠팡은 한국계 미국인 김범석 의장이 미국에 본사를 두면서도 회사를 지배하면서 한국에서 대부분의 매출을 올리는 회사이다. 김범석 의장이 앞으로도 동일인 지정을 피할 근거가 마련된 이상 향후 친족이나 특수관계인을 통해 계열사 확장, 일감몰아주기 등의 행태를 저지른다고 해도 공정위는 이를 사전에 알아챌 수도 막을 수도 없다. 이처럼 공정위는 공정거래 질서 수호라는 본연의 책무를 스스로 저버렸다.

윤석열 대통령은 총선 패배 이후 낮은 자세로 국민의 목소리를 듣겠다, 세심하게 민생을 챙기겠다고 여러 차례 밝혔지만, 민생은커녕 재벌 대기업들의 민원을 해결해주고 투자·소비 확대를 명목으로 한 부자감세와 대기업 중심 경제정책을 통한 낙수효과에만 여전히 매몰되어 있다. 무분별한 대기업 감세와 규제 완화 정책이 56조 원의 역대급 세수펑크에 일조하면서 민생을 위한 재정지출을 축소했고,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총수 있는 10대 대기업 집단의 내부거래 금액이 40조 원이나 늘어나는 등 경제적 불평등이 더욱 심화되고 있다. 정부는 지금이라도 동일인 지정 원칙 훼손 행위를 중단하고 현실을 그대로 반영하여 김범석 의장을 포함한 자연인을 동일인으로 지정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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