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프리즘> 진정한 기업가 정신을 바란다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의 아들 이재용씨가 인수한지 7년만에 삼성전자 주식을 상장시켜 3500억원의 평가차익을 얻었다.

이재용씨는 지난 1997년에 삼성전자의 전환사채를 450억원에 인수하고 주식으로 전환을 하였으나 전환사채의 발행과정과 정당성에 하자가 있다는 이유로 삼성전자 소액주주들이 제기한 소송으로 인해 그동안 주식을 증권거래소에 상장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런데 지난 6월 이재용씨가 인수한 전환사채에 대한 발행무효소송이 대법원에 의해 최종적으로 기각되면서 상장금지가처분이 취하되자 비로소 상장이 된 것이다.

일부 사람들은 이재용씨의 3,500억원의 평가차익에 주목하면서 질시 어린 시선을 보내고 있지만 그동안 눈부신 경영성과로 인해 삼성전자의 가치는 이미 97년의 그것이 아니며, 경영권을 포기하지 않는 한 이재용씨가 상장된 주식거래로 실제 이익을 남길 것은 아니기 때문에 450억원이 4000억원이 된 것 자체가 문제는 아니다.

문제는 이재용씨가 전환사채를 인수하여 주식으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벌어진 각종 불법적이고 편법적인 행위와 이를 견제할 수 없었던 삼성전자의 의사결정구조가 사법부에 의해 면죄부를 받았으며, 이로 인해 경영권을 승계할 이재용씨가 이끌어 갈 삼성전자의 미래에 대한 우려이다.

이건희 회장이 오늘날의 삼성전자를 만들었기 때문에 그 아들인 이재용씨에 대한 전환사채의 발행과 지분확보는 이건희 회장에 대한 보상이라고 치부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건희 회장은 삼성전자를 희생시키고, 불법적인 방법을 동원하면서까지 보상을 받았다. 불법정치자금제공, 삼성자동차 투자실패, 카드부실의 책임분담 등은 그 예이다. 보상은 정당하게 주어져야 하며, 하물며 배임이라는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부당한 기업이익의 유출은 결국 기업을 망치는 길로 유도할 뿐이다.

삼성전자의 경영권을 승계할 이재용씨에 대해서도 너무나 많은 특혜와 이익이 주어지고 있다. 이재용씨는 특혜성 전환사채인수로 쉽게 삼성전자를 비롯한 삼성그룹의 지분을 확보했고, 투자했다 실패한 인터넷기업들도 삼성그룹 계열회사들이 인수해주었다.

반면 특혜는 고사하고 정상적인 경쟁의 기회조차도 주어지지 않는 대기업의 하청업체들은 총수 일가와 기업의 내부거래를 통한 특혜로 인해 언제 문을 닫게 될지 모르는 상황에 내몰리고 있다.

총수 일가라는 이유로 특혜를 받고, 좌절과 실패를 모르는 후계자가 우리나라 최고의 기업 삼성전자를 어떻게 이끌 수 있을지 궁금하다. 그의 능력과 경영성과를 의심하는 것이 아니라 주주의 이익을 침해하는 방법으로 경영권을 승계하고, 특혜에 익숙한 경영자가 과연 주주의 이익을 보호하거나 기업에 대한 충실의무를 느끼며, 기업가 정신을 발휘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재벌총수일가가 계열사와의 내부거래를 통해 경영권을 승계하고 땅집고 헤엄치기식 경영을 하면서 이익을 취득하는 것이야 말로 재계가 주장하듯이 자본주의의 근본인 기업가정신을 말살시키고 경제위기를 가져올 수 있는 경쟁력약화나 도덕적 해이의 전형이다.

사돈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는 식의 부자에 대한 비판과 반기업정서는 분명 있어서는 안될 것이다. 그러나 재벌총수 일가가 불법과 편법으로 얼룩진 경영권 승계를 당당하게 하고 있고, 사법부 마저도 정당성을 결여한 기득권 마저도 인정해주는 상황에서 국민들은 과연 이러한 재벌의 행태를 어떻게 생각해야 하나?

요즘 재계가 반기업정서와 반시장주의가 없어져야 한다고 국민들을 훈계하고 있는데 재계의 이런 행동이 ‘도둑놈 제발 저린다’는 격언을 연상케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재계 스스로 기업가정신을 발휘하고 국민들의 반기업정서를 해소할 수 있는 경제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 이 글은 8월 31일자 한겨레 신문에 실린 컬럼입니다.

김선웅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 소장·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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