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프리즘> 국민연금법 졸속개정안 난립

현재 국회에는 국민연금법 개정안들이 난립하고 있다.

주요 쟁점사항은 소득대체율 인하와 기금운용관련 위원회의 독립성 확보다. 후자에 국한해서만 본다면 먼저 작년 12월 21일 여당이 주도하여 제안한 법안소위 조정안이 있고 12월 27일 한나라당이 제안한 개정법률안이 있다.

우선 열린우리당의 법안소위 조정안은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를 상설 및 독립화한다는 명분은 내세웠지만 사실상 기금운용위원회의 의결권한을 빼앗고 복건복지부 장관의 자문 및 집행기구로 전락시키는 내용을 담고 있어 필자가 논의의 필요성조차 느끼지 못한다.

반면 한나라당 개정안은 보건복지부장관의 업무를 보험료 징수, 급여지급, 복지부문 투자, 대여사업 등에 국한시키고 여유자금의 운용은 별도로 설립되는 투자전문회사에 전담시킴으로써 기금운용의 독립성을 꾀했다는 점에서 충분히 검토필요성이 인정된다.

이하에서는 한나라당 개정안에 국한해서 몇 가지 문제점들을 지적하고 그 대안을 제시해보고자 한다.

먼저, 한나라당 개정안은 투자자문회사의 목적을 보다 명확하게 제시해야 할 것이다. 어느 조직이나 조직의 목적이 불명확하면 방향성을 읽게 되고 결과적으로 좋은 성과를 거둘 수 없다. 국민연금기금을 운용하는 투자전문회사의 경우에도 예외일 수는 없다.

현 개정안처럼 목적사항을 “급여부담의 경감, 국민의 생활안정, 복지증진”의 세 가지로 나열하기보다는 선진국 사례에 따라 “연금가입자들에게 약속한 급여를 지급”하는 것을 1차적인 목적으로 설정하고 더 나아가서 “연금가입자들의 부담을 경감시키거나 급여를 증진시킬 수 있도록 기금의 수익성을 극대화”하는 것을 2차적인 목적으로 설정할 필요가 있다.

둘째, 투자전문회사 최고의사결정기관인 자산운용위원회 운용위원들의 독립성 요건을 더욱 강화해야 할 것이다. 현 개정안은 운용위원들의 정치적 독립성은 강조하고 있지만 투자전문회사로부터의 독립성은 크게 강조하고 있지 않다.

그러나 사장을 포함한 투자전문회사의 집행기관을 효과적으로 견제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자산운용위원회 운용위원 개개인들이 투자전문회사와 경제적 이해관계를 갖고 있지 않아야 한다.

예컨대 투자전문회사로와 대규모 자산운용 위탁계약을 맺고 있는 자산운용회사의 임원은 결코 투자전문회사를 제대로 견제할 수 없다. 법안 제안자들은 증권거래법과 그 시행령상에 나오는 사외이사의 독립성 요건을 참조하여 자산운용위원회 운용위원들의 독립성 요건도 법에 명시할 필요가 있다.

셋째, 자산운용위원회 산하에는 별도 인력으로 구성된 소위원회를 두기보다는 일반기업에서 찾아볼 수 있는 이사회의 하부위원회처럼 자산운용위원회 운용위원들로 구성된 하부위원회를 두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개정안은 자산운용위원회를 보좌하는 소위원회로서 투자및리스크관리소위원회와 감사및평가소위원회를 두도록 하고 있는데, 이는 자칫 상위기관인 자산운용위원회의 역할을 약화시킬 소지가 있다.

만약, 투자정책, 위험관리, 감사, 그리고 평가에 관한 사항을 대부분 소위워회에서 사전 검토하게 되면 자산운용위원회는 이를 사후적으로 추인하는 기구로 전락할 가능성이 크다. 이러한 옥상옥의 이중구조는 또한 업무의 효율성도 저하시킬 것이다.

넷째, 개정안은 의결권행사를 원칙적으로 허용해야 할 것이다. 동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독립적 자산운용위원회가 설치되고 개정된 기금관리기본법에 따라 의결권행사지침을 사전에 수립·공시하고 의결권행사내역도 사후 공시하게 되면 의결권행사를 통한 정부의 부당한 경영간섭 가능성은 커 보이지 않는다.

더구나 개정안에서와 같이 동일기업이 발행한 총주식의 5% 이상을 보유할 수 없도록 규제하게 되면 그 가능성은 더 적을 것이다. 의결권행사를 비롯한 주주권행사는 투자전문회사가 연금가입자들의 재산을 기업지배구조위험으로부터 보호하는 유일한 수단이다. 따라서 그 수단을 박탈하는 법률개정안은 결국 재산권 침해이고 위헌이다

* 이 칼럼은 <머니투데이>에도 실렸습니다.

김우찬 (KDI국제정책대학원 교수, 참여연대 경제개혁센터 실행위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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