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감시센터 칼럼(ts) 2013-03-01   4066

[칼럼] 고위 공직자 취업 심사 강화해야


장정욱 | 참여연대 시민감시2팀장

 

최근 ‘고위 공직자로 일하다 나온 전관이 보통 사람의 연봉보다 훨씬 많은 월급을 받았더라’는 말이 회자된다. 기업들이 퇴직한 공직자라는 이유만으로 그 큰돈을 줬을 리는 만무하다. 뭔가 이유가 있는 것은 분명하다. 그 이유가 퇴직 공직자의 전문성 덕분일까.

 

그렇다면 퇴직 후 전문성을 더 강화한 공직자는 더 좋은 대우를 받을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퇴직 후 학업이나 연구를 통해 이론적으로 무장한 전관이 곧바로 취직한 경우보다 더 좋은 조건으로 기업에 취업했다는 이야기는 들어본 일이 없다. 실제 공직자들의 재취업은 퇴직 직후에 집중된다. 참여연대가 2009년 보고서에서 업무 연관성이 있는 업체에 취업했다고 판단한 고위 공직자 22명 중 7명은 퇴직한 바로 다음날 민간업체에 취업했다. 82%에 해당하는 18명이 3개월 내에 취업했다. 

 

공직자는 국가가 부여한 직위에서, 국가로부터 급여를 받으며 전문성을 쌓는다. 그 경험을 사용해 대가를 받는 것이 정당할까. 더구나 전직에서 맺었던 인간관계에 높은 가치가 매겨진다면 그것은 분명 잘못된 것이다. 우리는 전관예우를 막기 위해 공직자윤리법을 개정해 퇴직 후 취업을 제한하고, 퇴직 공직자의 행위를 규제하는 제도를 마련했다. 하지만 이 제도가 온정적으로 운영돼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허점이 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서는 고위공직자의 취업 심사를 강화해야 한다. 심사를 담당하는 정부 공직자윤리위원회부터 독립성과 공정성을 갖춰야 한다. 이를 위해 현재 행정안전부에 속한 위원회를 국민권익위원회 등 중립적인 기관으로 옮기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위원들도 외부인사들로 구성할 필요가 있다. 업무 연관성을 보다 적극적으로 해석할 필요성도 제기된다. 지금의 좁은 해석으로는 금융위원회에서 비은행권을 감독하던 사람이 퇴직 후 은행권에 취업해 은행권을 감독하던 동료에게 영향력을 끼치는 등의 전관예우를 막을 수 없다. 취업을 제한한 기업의 자본금 기준을 50억원 이상에서 10억원 이상으로 낮추는 것도 방법이다.

 

전관이 취업을 한 후의 활동에도 실질적인 제재가 가해져야 한다. 제도상으로는 퇴직한 공직자가 현직 공무원에게 청탁하는 것은 금지돼 있다. 또 전직 공직자에게 청탁을 받은 현직 공무원은 바로 윗선에 청탁 사실을 보고토록 했다. 그러나 실제 그러한 보고가 이뤄지는지 시민들은 알 수가 없다. 이러한 조항이 힘을 발휘하도록 처벌 조항을 신설하는 등의 보완책을 마련해야 한다. 청탁의 대가성이 드러나지 않더라도, 청탁한 사실만으로 처벌할 수 있도록 하는 ‘부정청탁 및 이해충돌 방지법(김영란 법)’이 통과된다면 더욱 위력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다.

 

미국의 링컨 대통령은 19세기 남북전쟁 때 무기판매업자가 남쪽과 북쪽에 모두 무기를 공급하는 것을 막기 위해 ‘이해충돌 방지법’을 제정했다. 미국은 이때부터 한 사람이 이해가 충돌하는 양측을 모두 대변하는 것을 금지해 왔다. 그러한 행위가 공공의 입장에서 피해를 끼친다는 것이다. 이런 전통 속에 미국의 고위 공직자는 자신의 공직과 긴밀히 연결된 일에는 영구적으로 취업을 금지당한다. 그리고 그 외 다른 일에는 업무 연관성에 따라 2년 제한, 1년 제한, 적용 제외로 차등 적용받는다.

 

일본에서는 고위공직자가 정년 전에 퇴직할 경우, 주위의 시선이 좋지 않아서 웬만해선 나오지 않는 문화가 있다고 한다. 물론 한국은 일본과 문화가 다르다. 그러나 국가가 국민을 위해 봉사하라는 의미에서 공무원 직의 정년을 보장하고, 공무원 연금으로 노후를 보장하는 것은 같다. 적어도 공직자가 국민의 봉사자라면 고위공직자가 공직에 있을 때보다 더 많은 돈을 벌고자, 이제까지 공직활동과 이해충돌이 있을 수밖에 없는 회사에 취업을 하고자 퇴직을 해서는 안된다.

 * 이 기고문은 < 경향신문 > 3.1자에 게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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