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감시센터 칼럼(ts) 2014-05-30   2553

[칼럼] 안대희 총리 후보 낙마 이후

[칼럼] 안대희 총리 후보 낙마 이후

 

김성진 변호사

참여연대 부집행위원장

김성진 참여연대 부집행위원장, 변호사

세월호 참사 이후 그 수습책으로 박근혜 대통령은 ‘국민검사’ 안대희 전 대법관을 총리 후보로 지명했다. 그러나 안 전 대법관은 수십억원에 이르는 전관예우 수임료가 드러나면서 국민의 반감을 샀고, 결국 총리 후보에서 사퇴했다.

 

이러한 인사파행은 박 대통령의 헌법에 대한 이해 부족에서 시작됐다. 박 대통령은 안 전 대법관을 총리로 지명함으로써 ‘사법부의 정치화’를 초래했다. 대법관 출신을 총리로 임명하는 것은 삼권분립을 정한 헌법정신에 반한다. 헌법은 행정권을 대통령과 총리에게, 사법권을 법원에 맡겨 두었다. 사법권은 행정권으로부터 독립해 행사돼야 한다. 법원은 국민으로부터 선출되는 권력이 아니기에 민주적 정당성이 약하다. 그 대신 정치적 권력으로부터 중립적으로 임명되고, 독립적으로 재판권을 행사한다는 점에서 그 권력의 정당성이 인정되는 것이다. 결국 법원의 정당성은 정치적 고려 없이 오로지 헌법과 법률, 개별 법관의 직업적 양심에 따라 재판이 이루어진다는 점에 있는 것이다.

 

그러면, 대법관이 총리가 되어도 되나 생각해 보자. 총리는 대통령을 보좌하여 행정 각부를 통할하는 행정부의 2인자이다. 대법관은 재판권을 최종적으로 행사하는 자리이다. 대법관이 그 직을 마치고 총리가 되고자 한다면, 대법관으로서의 재판이 총리를 임명하는 집권자의 의중과 무관할 수 있을까? 대법관이 나중에 정치를 하고자 한다면, 그 재판이 과연 정치적 이해관계에 초연할 수 있을까? 사법부의 정치적 중립과 정치로부터의 독립을 위해서 대법관은 처음부터 아예 정치할 생각을 하지 말아야 하는 자리다. 또한, 사법부의 독립과 중립을 조금이라도 생각하는 대통령이라면 대법관을 정치적인 자리에 기용하지 않아야 하는 것이다.

 

그다음 드러난 문제는 안대희 전 대법관의 잘못된 판단이다. 변호사 개업 후 다섯 달 동안 16억원을 벌었다는 ‘전관예우’ 얘기다. 안 전 대법관 자신은 전관예우를 부정하고 있다. 하지만, 의뢰인이 대법관 출신이라는 이유로 수임료를 통상적인 경우에 비하여 수십 배씩 주는 이유는 전관예우를 기대해서임은 부인하기 어려운 현실이다. 사법에 대한 신뢰라는 관점에서, 대법관이 정치에 나서는 것이 적절하지 않은 것과 마찬가지로 ‘돈 버는 변호사’로 나서는 것도 적절치 않은 것이다. 우리 사법시스템에 대한 국민의 신뢰도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의 절반이고 32개국 중 31등, 멕시코 다음으로 꼴찌다. 안 전 대법관의 전관예우는 최근 알려진 사례 중 최고의 금액을 기록한 것인데, 이로 인해 사법제도에 대한 불신이 더 커진 것 아닌가 하는 걱정을 떨치기 어렵다. 대법관이 서 있을 곳은 기득권에 영합하는 정치나 돈벌이가 아니라, 약자 보호를 위한 공익활동일 것이다.

 

국민은 안 전 대법관의 전관예우 금액의 크기에 분개하지만, 박 대통령은 ‘전관예우’라는 것의 존재 자체에 분개해야 한다. 전관예우는 대통령이 지켜야 할 헌법의 핵심원리인 ‘사법부의 독립’을 해치기 때문이다. 사법부의 독립은 정치권력이나 집권자로부터의 독립뿐 아니라, 현실적으로 ‘돈으로부터의 독립’과 ‘선배로부터의 독립’ 역시 중요하다. 전관예우는 돈을 가진 기득권층을 위해 존재하고, 그 돈은 선배 법조인 주머니로 귀결되는 것이다. 전관예우는 공정한 재판에 ‘암’과 같다는 것을 박 대통령은 유념해 주길 바란다.

 

이제 박 대통령은 세월호 참사로부터 정부를 바로 세울 적임자를 찾아야 한다. 적임자의 기준은 ‘공공성’일 것이다. 세월호 참사의 근본 원인은 돈을 생명보다 중시한 기득권층의 탐욕에 있다. 또한, 공무의 공공성을 지키기보다 기득권층에 영합하여 규제완화에 나선 관료들의 무책임함에 있다. 세월호 참사를 수습하고 재발을 막기 위해서는 돈보다 공적인 가치를 우선하는 인사와 정책으로 정부를 혁신해야 한다. 탐욕을 대변하는 ‘규제완화’가 아니라, 탐욕을 통제하는 ‘공공정책’에 앞장설 사람을 찾아야 할 것이다.

 

* 이 시론은 2014년 5월 30일 ‘경향신문’에도 함께 실렸습니다 ->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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