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반복되는 인사실패 남 탓하는 대통령, 사과해야

사전질문서 등 제도 제대로 운영 못해, 담당자 문책해야
검찰⋅국정원이 주도하는 인사검증시스템부터 바꿔야

국가수사본부장으로 임명되었던 정순신 변호사가 임기가 시작되기도 전에 자녀의 학교폭력과 그에 대한 소송전 논란으로 낙마하면서 윤석열 정부의 인사검증의 문제가 또 한 번 확인되었다. 이에 더해 부적절한 해명만 반복하고 있어 대통령실에 상황을 개선할 의지가 있는지 의문이다. 대통령실은 정순신 변호사의 낙마에 대해 ‘자녀의 사생활에 대해 검증하기 어렵다’는 취지로 해명했지만, 2022년 9월 19일자로, 공직기강비서관실 명의로 대통령실 홈페이지에 공개된 <공직 예비후보자 사전질문서>은 “사생활 및 기타” 라는 항목에서 “본인 배우자 또는 직계존비속이 원⋅피고 등으로 관계된 민사⋅행정소송이 있습니까?”라고 묻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녀의 ‘학폭’에 대한 학교의 조치를 무력화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소송전에 나섰던 정순신 변호사의 행태가 검증되지 않았다. 있는 제도조차 제대로 적용하지 못한 책임은 회피하기 어렵고 정순신 변호사에 대한 인사검증이 부실했다고 평가하지 않을 수 없다. 윤석열 정부는 현행 인사검증시스템의 실패를 인정해야 한다. 제도개선의 시작으로서 대통령실 공직기강비서실과 법무부 인사정보관리단, 국가정보원의 신원조사 등으로 이어지는 인사검증구조를 바꾸고, 대통령이 임명하는 고위공직자에 대한 인사검증의 기준과 대상, 검증의 구체적인 항목과 그 결과 등을 공개해야 한다.

대통령실은 거듭되는 인사실패에도 남 탓으로 일관하고 있다. 언론에 따르면 대통령실은 정순신 변호사에 대한 검증의 실패를 변명하기 위해 과거 정부는 민간인 사찰의 수준으로 정보를 수집했지만 현 정부의 인사검증은 합법적인 범위 내에서 진행되고 있어 파악하지 못했다는 취지로 상황을 설명했다고 한다. 그러나 인사검증을 명목으로 한 민간인 사찰과 그에 대한 우려는 윤석열 정부에서 확대되고 있다. 불과 3개월 전인 2022년 11월 28일, 윤석열 정부는 대통령이 대통령비서실장을 통해 국가정보원에 신원조사를 요청할 수 있게 하는 조항을 신설하는 등의 내용을 담아 ‘보안업무규정 시행규칙 일부개정령‘을 발령했다. 신원조사야말로 지나치게 넓은 범위의 조사대상에 대해 기본권 제한과 침해가 있을 수밖에 없는 제도이며 법률 근거도 제대로 갖추지 않고 시행되고 있는 위헌적인 상황이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불법사찰의 논란에도 불구하고 최근 국가정보원에 인사검증을 위한 조직을 설치했다고 알려졌다. 인사검증이라는 미명 하에 정보기관을 동원해 목적도, 필요성도 불분명한 개인정보를 무분별하게 수집하고 있는 윤석열 정부는 합법적인 인사검증을 논할 자격이 없다.

정순신 변호사에 대한 검증실패는 사실상 외부견제가 불가능하고 불투명한 인사검증과정의 예견된 결과일 뿐이다. 권한의 집중, 수사기관인 검찰의 정보기능 강화 등 여러 비판과 우려에도 불구하고 법무부에 인사정보관리단을 설치했다. 인사검증을 감시받는 업무로 하겠다던 한동훈 장관의 과거 발언과는 달리, 법무부는 정순신 변호사를 검증했는지 여부조차 확인해주지 않고 있다. 또한 독립성이 필요한 직위이기 때문에 국가수사본부장은 개방직으로 상정되어 있고 경찰은 내부에 인사추천심의위원회를 설치⋅운영했다고 알려져 있는데, 무엇을 기준으로, 누가 어떻게 검증했는지 등에 대해 구체적으로 확인하기 어렵다. 다만, 나라일터의 관련 공고만 확인될 뿐이다. 개방직으로서 국가수사본부장의 인선과정은 독립성도, 투명성도 담보되지 않는다.

치안정감인 국가수사본부장에 대한 인사검증에 대통령실 공직기강비서실과 법무부 인사정보관리단이 일정 역할을 수행했다고 추정되는 가운데 이를 담당하고 있는 복두규 인사기획관, 이시원 공직기강비서관, 이원모 인사비서관, 한동훈 법무부 장관까지 인사검증과정을 장악한 검사와 검찰 출신 인사들이 검찰 출신인 정순신 변호사에 대해 검증과정에서 제 식구에게는 다른 기준을 적용해 감싼 결과라는 의구심마저 들고 있다. 검찰 출신이 장악한 인사검증시스템을 바꾸어야 한다. 연이은 인사검증실패에도 불구하고 대통령실은 변명을 늘어놓고 남 탓만 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인사검증의 실패를 인정해 사과하고 인사검증 담당자에 대한 문책을 실시해야 한다. 공직자에 대한 인사검증은 인사혁신처 또는 반부패전담기구를 설치하여 담당하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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