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익위, 금품 수수 제한하는 청탁금지법의 취지 스스로 훼손
현행 규정 무력화하고 공직윤리 무뎌지게 하는 시행령 개정안
국민권익위원회가 지난 8월 21일 전원위원회 회의에서 오는 9월 말 추석에 앞서 「부정청탁 및 금품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청탁금지법) 상 설날·추석에 공직자들이 받을 수 있는 농⋅수산물 선물의 상한가액을 현행 20만 원에서 30만 원으로 높이고, 선물의 범위에 공연관람권 등 온라인⋅모바일상품권을 포함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청탁금지법 시행령 개정안을 의결하고, 22일에 입법예고했다. 권익위는 이 시행령 개정안의 제안이유로 “최근 이상기후로 인한 집중호우, 태풍, 가뭄 등 자연재해와 고물가, 수요급감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농⋅축⋅수산업계, 문화⋅예술계 등 지원을 위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참여연대는 시행령 개정안에 반대하는 입장을 담은 의견서를 권익위에 제출했다. 참여연대는 권익위가 제안해 제정된 청탁금지법의 입법 취지를 스스로 훼손한다며, 엄격한 법 적용 등을 통해 공직자의 직무수행 상의 공정성과 국정운영의 신뢰를 확보해야 하는데 오히려 현행 규정조차 무력화하고 실효성도 떨어진다고 비판했다.
참여연대는 의견서에서, 애초에 청탁금지법 제8조에서 공직자의 금품등의 수수를 원칙적으로 금지하는 가운데, “원활한 직무수행 또는 사교⋅의례 또는 부조의 목적으로 제공되는 음식물⋅경조사비⋅선물 등으로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가액 범위 안” 등의 여러 사유로 금품등의 수수 범위를 예외적으로 허용하고 있음을 지적했다. 이번 시행령 개정안을 통해 금품등의 수수를 금지하는 청탁금지법의 원칙을 거슬러 예외적으로 허용하는 선물의 범위를 넓히고 선물의 상한가액을 높이게 된다면, 공직자에 경제적 이익 제공을 제도적으로 확대하고 합리화하는 결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결국 접대 등 부패행위에 대한 공직자의 심리적인 저항을 무뎌지게 만들 것으로 보았다.
참여연대는 농⋅축⋅수산업계, 문화⋅예술계 등 관련 업계의 어려움은 관련 산업정책으로 해결해야 한다고도 밝혔다. 대다수 소비자인 일반시민은 청탁금지법의 적용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농축수산물을 제한 없이 소비할 수 있다는 점에서, 관련 업계의 이해관계를 고려한다는 구실로 공직자들이 민간인으로부터 받을 수 있는 선물과 상품권 등 금품 수수의 허용 범위를 예외적으로 넓히는 시행령 개정안의 제안이유는 실효성도 떨어지기 때문에 매우 불합리하다고 비판했다.
권익위는 이번 시행령 개정안에 물품상품권⋅용역상품권 등 상품권을 비롯해, 공연관람권 등 온라인⋅모바일 상품권도 공직자들이 주고받을 수 있는 선물의 범위에 포함시켰다. 이에 대해 참여연대는 권익위가 “상품권 등의 유가증권은 사용내역 추적이 어려워 부패에 취약하므로 선물의 범위에서 제외가 필요”한다던 기존 입장(2017.12.13. 청탁금지법 시행령 개정안 입법예고)을 바꾼 근거가 무엇인지, 충분한 검토를 거쳤는지 밝혀야 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현행 청탁금지법(제2조)에서 수수를 금지하는 금품등의 범위에 유가증권을 포함하고 있는데, 이번 시행령 개정안에서는 이에 관한 예외를 신설함으로써 현행 규정조차 무력화할 수 있다고 비판했다. 현행 청탁금지법 상 식사 등 음식물 제공 가액은 3만 원까지 허용되는데, 이번 시행령 개정안에서는 동일한 식사 등 음식물과 교환할 수 있는 물품형 상품권(가령, 커피나 식사 등 카페와 음식점 관련 상품권)은 5만 원까지 선물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 만약, 3만 원 이상의 식사를 접대하고 5만 원 상당의 물품형 상품권으로 결제하게 되면, 현행 규정을 우회할 수 있다는 것이다.
참여연대는 지난 8월 18일에 열린 ‘농축수산업계 지원 및 문화⋅예술계 등 소비증진을 위한 청탁금지법 시행령 개정 민·당·정 협의회’에 이어 권익위의 이번 시행령 개정안이 의결됐다는 점을 지적했다. 정치권과 이해관계자의 요구에 따라 합리적 근거도, 충분한 사회적 논의도 없이 입법예고가 일방적으로 진행됐다는 것이다. 이에 참여연대는 반부패전담기구로서 부패 방지를 사명으로 설립된 권익위가 공직윤리와 청렴을 최우선의 가치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권익위의 이번 시행령 개정안에 대한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보도자료 [원문보기/내려받기]
2023.08.21. [성명] 청탁금지법 추석선물가액 상향조정 반대한다
청탁금지법 시행령 입법예고(8/22)에 대한 반대의견
1. 입법예고의 취지와 개요 등
- 국민권익위원회(이하 권익위)는 지난 8월 22일, 「부정청탁 및 금품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이하 청탁금지법) 시행령 일부개정령안(이하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함(국민권익위원회공고제2023-33호).
- 시행령 개정안은 첫째, 선물의 범위에 공연관람권 등 온라인·모바일상품권을 포함하고, 둘째, 농수산물·농수산가공품 선물 상한액을 10만원(설날·추석 20만원)에서 15만원(설날·추석 30만원)으로 상향조정하는 내용을 골자로 함.
- 권익위는 입법예고의 효과에 대해 “자연재해와 고물가, 수요급감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농축수산업계, 문화·예술계 등 지원 및 활성화 도모”를 제시함.
2. 입법내용의 주요 내용
- 청탁금지법 시행령 제17조 제1항과 관련한 별표1을 아래와 같이 개정함.
- 수수가 허용되는 선물의 범위에 영화관람권 등 상품권을 추가함.
- 수수가 허용되는 농수산물⋅농수산가공품 및 농수산물⋅농수산가공품 상품권의 가액 범위를 10만원에서 15만원으로 상향함.
<표1> 시행령 개정안의 조문 비교
현행 | 개정 |
---|---|
선물: 금전, 유가증권, 제1호의 음식물 및 제2호의 경조사비를 제외한 일체의 물품, 그 밖에 이에 준하는 것은 5만원. | 선물: 다음 각 목의 금품등을 제외한 일체의 물품 및 상품권(물품상품권 및 용역상품권만 해당하며, 이하 “상품권”이라 한다), 그 밖에 이에 준하는 것은 5만원. |
다만, 「농수산물 품질관리법」 제2조제1항제1호에 따른 농수산물(이하 “농수산물”이라 한다) 및 같은 항 제13호에 따른 농수산가공품(농수산물을 원료 또는 재료의 50퍼센트를 넘게 사용하여 가공한 제품만 해당하며, 이하 “농수산가공품”이라 한다)은 10만원(제17조제2항에 따른 기간 중에는 20만원)으로 한다. | 다만, 「농수산물 품질관리법」 제2조제1항제1호에 따른 농수산물(이하 “농수산물”이라 한다) 및 같은 항 제13호에 따른 농수산가공품(농수산물을 원료 또는 재료의 50퍼센트를 넘게 사용하여 가공한 제품만 해당하며, 이하 “농수산가공품”이라 한다)과 농수산물⋅농수산가공품 상품권은 15만원(제17조제2항에 따른 기간 중에는 30만원)으로 한다. |
가. 금전 나. 유가증권(상품권은 제외한다) 다. 제1호의 음식물 라. 제2호의 경조사비 |
3. 의견
- 시행령 개정안에 반대함.
- 청탁금지법은 목적에서 “공직자 등에 대한 부정청탁 및 공직자 등의 금품 등의 수수(收受)를 금지함으로써 공직자 등의 공정한 직무수행을 보장하고 공공기관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확보”하기 위한 입법임을 분명히 밝히고 있음(법 제1조).
- 소위 ‘가짜수산업자사건’ 등에서 보듯 직무관련자의 선물은 사실상의 뇌물로 금지가 원칙임. 청탁금지법의 엄격한 적용 등을 통해 공직자의 직무수행 상의 공정성, 국정운영에 대한 신뢰를 확보해야 함.
1) 농⋅수산물 등 관련 선물가액의 상향조정
- 청탁금지법은 ‘금품등의 수수를 금지’하고 있음(법 제8조). 다만, “원활한 직무수행 또는 사교ㆍ의례 또는 부조의 목적으로 제공되는 음식물ㆍ경조사비ㆍ선물 등으로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가액 범위 안”에서 허용하고 있을 뿐 아니라, 통상적인 범위 또는 사회상규에 따라 예외적으로 금품등의 수수 범위를 허용하고 있음(법 제8조 제3항).
- 농⋅수산물 선물 등의 가격을 현실화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입장은, 첫째, 주고받는 선물의 가격이 법률 상 제한을 상회하고 있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해당 규정을 준수할 수 없다. 둘째, 농업 등 관련 업계가 위축된다 등으로 정리할 수 있음.
- 그러나 이와 같은 주장은 그 자체로 청탁금지법의 취지에 반하거나 제도의 운영에 있어 크게 고려해야 할 대상이라고 보기 어려움. 왜냐하면 첫째, 애초에 예외로써 제한적으로 허용되는 농⋅수산물 선물 등의 가격에 대해 그 현실적인 적절성 또는 타당성 등을 따질 합리적인 이유를 찾기 어려움. 이번 시행령 개정안을 통해 금품등의 수수를 금지하는 청탁금지법의 원칙을 거슬러 예외적으로 허용하는 선물의 범위를 넓히고 선물의 상한가액을 높이게 된다면, 공직자에 대한 경제적 이익 제공을 제도적으로 확대하고 합리화하는 결과로 이어짐. 그로써 접대 등 부패행위에 대한 공직자의 심리적 저항을 무뎌지게 만들 것임. 둘째, 농·축·수산업계, 문화·예술계 등 관련 업계의 어려움은 관련 산업정책으로 해결해야 함. 대다수 소비자인 일반시민은 청탁금지법의 적용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농축수산물을 제한 없이 소비할 수 있다는 점에서, 관련 업계의 이해관계를 고려한다는 구실로 공직자들에 고액 선물과 상품권 등 금품 수수의 예외적 허용 범위를 넓히는 시행령 개정안의 제안이유는 실효성도 떨어지기 때문에 매우 불합리함.
- 권익위의 <청탁금지법 시행효과 분석을 통한 발전방향 모색 연구>(2021.10.)에 따르면, ‘농축수산물 선물금액 한도 10만원’에 대해 조사대상 전체에서 ‘적정하다’는 응답이 전반적으로 우세함. 다만, 이해관계자인 영향업종에서 일부 상향조정이 필요하다는 답변이 확인되지만 68%가 적정하다고 대답함(아래 <그림1> 참고).
<그림1> 농축수산물 선물금액 한도 10만원의 적정성에 대한 답변 (단위: %)
출처: 권익위의 <청탁금지법 시행효과 분석을 통한 발전방향 모색 연구>(2021.10.), 40쪽
- 교원, 공무원, 일반시민의 과반이 ‘한시적인 농축수산물 선물가격의 상향조정’에 대해, “경기활성화에 큰 도움이 되지 않음으로 입법취지에 맞게 ‘그대로 유지해야 한다’고 답변함. 한편, 영향업종 등 집단에서 “코로나19로 침체된 경기 진작을 위해 ‘한시적인 선물금액 한도 상향은 필요하다’”고 답변한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남(아래 <그림2> 참고).
- 이와 같은 조사결과를 통해, 청탁금지법의 적용대상자와 일반시민, 이해관계자인 업계가 농축수산물의 선물가격 상한과 관련한 청탁금지법 상 현행 규정이 적절하다고 평가하고 있다고 해석할 수 있음.
- 따라서, 농⋅수산물 등 관련 선물가액의 상향조정은 합리적이지도 않고 필요성 또한 높지 않다고 볼 수 있음.
<그림2> 농축수산물 선물금액 한도 한시적 20만원 상향 (단위: %)
출처: 권익위의 <청탁금지법 시행효과 분석을 통한 발전방향 모색 연구>(2021.10.), 41쪽
2) 상품권 관련
- 권익위는 시행령 개정안에서 물품상품권 및 용역상품권 등 상품권을 주고받을 수 있는 선물의 범위에 추가함. 공연관람권 등 온라인⋅모바일 상품권도 선물에 포함시킴. 다만, 현금화가 쉽기 때문에 백화점상품권 등 금액상품권은 선물의 범위에 포함하지 않음.
- 현행 청탁금지법은 법률 상 금품등에 유가증권을 포함하고 있으며 선물할 수 없음. 그런데 시행령 개정안은 이와 관련한 예외를 신설함. 시행령 개정안은 상품권의 현금화 가능성과 무관하게 관련한 현행 규정까지도 무력화시킬 수 있음.
- 왜냐하면, 현행 청탁금지법 상 식사 등 음식물은 3만원까지 허용되는데 시행령 개정안은 동일한 식사 등 음식물과 교환할 수 있는 물품형 상품권(예를 들어, 커피 또는 식사 등 카페, 음식점 관련 상품권)은 5만원까지 선물할 수 있도록 허용하기 때문임. 가령, 3만원 이상의 식사를 접대하고 5만원 상당의 물품형 상품권을 선물해 결제하는 방식으로 관련 현행 규정을 우회할 수 있음.
- 이와 관련해, 충분한 검토가 이루어졌는지 근거가 불분명함. 지난 2017년 12월 권익위는 상품권 등 유가증권을 선물에서 제외하는 시행령의 개정안을 입법예고한 바 있음. 당시 제출된 개정이유서에서 권익위는 “상품권 등의 유가증권은 현금과 유사하고 사용내역 추적이 어려워 부패에 취약하므로 선물에서 제외 필요”하고 “음식물 가액 범위 회피 수단으로 상품권의 악용 등 편법수단을 차단하고, 농축수산물 선물 소비를 유도”한다는 개정의 이유를 설명함. 이같은 배경에서 선물 관련 규정에서 유가증권 자체를 제외함.
- 백화점상품권 등 당장 현금화가 가능한 상품권은 제외되었지만, 공연관람권 등 시행령 개정안이 명시한 상품권 또한, 접대를 위해 현금과 비슷한 용도로 활용될 수 있음. 권익위 2017년 시행령 개정안 입법예고에서 유가증권 자체를 선물에서 제외했던 이유와 이번 개정안을 비교할 때, 큰 틀에서 입장을 변경할 만한 사회경제적인 조건의 변화는 확인되지 않음. 오히려 권익위가 입장을 바꾼 근거가 무엇인지, 충분한 검토를 거쳤는지 밝혀야 함.
3) 의견
- 시행령 개정안에 반대하며, 이 개정안을 국무회의에 부의하기 위해 진행되는 이후의 과정도 중단할 것을 촉구함.
- 합리적인 근거도, 사회적인 논의도 부재한 가운데 입법예고가 일방적으로 진행됨. 이는 정치권과 이해관계자의 요구에 의한 결과임. 그러나 권익위는 부패 방지를 사명으로 하는 반부패전담기구로서 공직윤리와 청렴을 최우선의 가치로 삼아야 한다는 점에서, 이번 시행령 개정안의 의결과 입법예고는 스스로 기관의 존재이유를 부정하는 것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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