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금품수수’라 못 하는 권익위, 민주주의의 위기다

권익위, 참여연대와의 3분 통화를 ‘신고사건 사실 확인 조사’라 우겨

조사대상인 대통령실이 조사기관에 가이드라인 주는 것, 부적절

윤석열 대통령의 배우자인 김건희 여사의 ‘금품(명품백) 수수’와 관련해 참여연대가 지난해 12월 19일 대통령 부부를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로 신고한 사건에 대해, 국민권익위원회가 지난 1월 18일에 신고인에 대한 “사실 확인 조사를 진행했다”는 보도설명자료를 내놓았다. 그러나 국민권익위의 해명은 참여연대의 신고 담당자와 3분간 나눈 통화를 ‘사실 확인 조사’라 우기는 것으로 궁색하기 짝이 없다. 특히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나 ‘명품백’, ‘금품수수’와 같은 표현을 언급조차 하지 못하는 국민권익위의 보도설명자료는 대통령이라는 권력자 앞에서 작아지는 공직자와 공공기관의 행태를 보여주는 것으로 씁쓸함을 넘어 민주주의의 위기를 드러낸다.

국민권익위는 참여연대가 대통령 부부를 신고한지 1주일 만인 지난해 12월 26일에 참여연대에 사건이 배정됐음을 전화로 통지해 왔다. 국민권익위의 지난 18일 해명은 이 통화를 “사실 확인 조사”라 우기고 있는 것이다. 당시 해당 담당관은 “신고 사건이 신고 다음날인 12월 20일에 청탁금지제도과로 배정됐다”며, 참여연대가 신고하게 된 경위, 추가로 제출할 자료가 있는지를 물었고, 그에 대해 “신고서 내용 그대로이며, 현재로서는 추가로 제출할 자료는 없다”고 답한 뒤 통화는 끝났다. 불과 3분가량의 전화 통화가 국민권익위가 말하는 “사실 확인 조사”라는 것이다. 국민권익위는 적어도 신고자인 참여연대의 ‘신고 내용’에 관해 청탁금지법 제14조 제2항과 이 법 시행령 제33조에 따른 신고인 조사 일정을 협의한 바도 없고, 현재까지도 타 기관으로의 이첩 여부도 통보한 바 없다. 담당관과의 전화 통화로 “직접 신고의 경위, 추가 제출자료 유무”를 묻는 게 “신고 내용 확인” 등 “사실 확인 조사”라는 국민권익위의 해명은 납득하기 어렵다. 3분가량의 전화 조사로 “사실 확인 조사”가 이루어진 것이라면, 그 뒤로도 한 달이 다 되어가는 지금까지 수사기관이나 감사원 등의 조사기관 이첩 여부도 결정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을 어떻게 봐야 하는가.

사안에 따라 정치적으로 편향된 태도를 보이는 것 또한 비판 받아 마땅하다. 지난 16일 정승윤 국민권익위 부위원장 겸 사무총장은 브리핑까지 하면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흉기 피습 사건을 둘러싸고 ‘헬기 이송 특혜’ 관련 신고를 접수해 조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정 부위원장이 “해당 사건에 대한 높은 국민적 관심과 국민의 알 권리를 고려해” 신고를 접수해 조사한다고 밝혔는데, 대통령 배우자의 ‘명품 수수’ 사건과는 너무나 다른 태도다. 국민권익위는 권력자의 눈치를 살필 게 아니라, 조사 과정부터 제대로 설명하고 하루빨리 이 사건 조사 및 처리 결과를 내놓아야 한다.

2023. 12. 19. 참여연대는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를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로 국민권익위원회에 신고했다. [사진=참여연대]

대통령실의 대응도 마찬가지로 부적절하다. 대통령실은 김여사의 ‘금품수수’ 문제가 확인되고도 아무런 설명이나 해명을 내놓지 않아 왔다. 최근에는 김 여사의 명품 수수 사건에 대한 공식 자료 발표나 브리핑 대신 관계자의 발언 형식으로 관련 법령에도 배치되는 내용의 설명을 내놓고 있다. 고발과 신고된 사건에서 조사 · 수사기관에 일종의 가이드라인을 주는 것으로 매우 부적절하다.

대통령실은 일부 언론을 통한 관계자의 발언 형식으로, 김 여사의 명품 수수 사건을 “재미 교포 목사가 김 여사 선친과의 인연을 앞세워 영부인에게 의도적으로 접근한 것”으로 “치밀한 기획 아래 영부인을 불법 촬영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고 규정했다. 이어 “대통령 부부에게 접수되는 선물은 대통령 개인이 수취하는 게 아니라 관련 규정에 따라 국가에 귀속돼 관리, 보관된다”고 밝혔다. 대통령실 관계자가 말하는 ‘관련 규정’은 대체 무엇인가? 혹여 대통령기록물법 제2조와 이 법 시행령 제6조의3에서 일컫는 ‘대통령선물’이라면, 김건희 여사가 받은 금품이 대통령의 직무수행과 어떠한 관련이 있는지, 등록정보를 생산해 관리하고 있는지 등을 비롯해 사건의 사실관계를 조사과정에서 명확히 밝힐 일이다.

현직 대통령의 배우자가 민간인을 단독으로 만나 금품을 제공받은 사건으로 대통령비서실과 대통령경호처 모두 조사 · 수사대상에 해당한다. 대통령실이 공식 입장이나 자료 한 줄도 내놓지 못하면서, 관계자 발언을 언론에 흘리는 것은 국민권익위를 비롯한 조사 · 수사기관에 일종의 가이드라인을 주는 것으로 매우 부적절하다. 조사대상인 대통령 부부와 대통령실은 국민권익위와 검찰 등의 조사 · 수사에 성실히 임해야 한다. 법은 모두에게 평등해야 한다.

논평 원문

윤석열 대통령 – 김건희 여사 ‘명품 수수’ 사건 관련 참여연대의 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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