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국정기조 안 바꾸겠다는 대통령, 참담하다

채상병 특검법도 거부 의사, 국민 요구 역행

민생 거듭 강조한 반면, 정부 역할이나 구조 개혁 방안은 부재

오늘(5/9) 윤석열 대통령은 취임 2주년을 맞아 국민보고 및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취임 100일 기자회견 이후 1년 9개월 만이다. 여당의 역대급 총선참패는 윤석열 정부에 대한 국민들의 냉혹한 평가였고, 국정기조 전면 대전환을 요구한 것이다. 그런 만큼 국민들은 윤석열 대통령이 어떤 전환을 이야기할지 기대를 가지고 이번 기자회견을 지켜봤다. 그러나 대통령의 발언은 ‘정책기조는 옳았지만 소통과 경청이 부족했다’는 총선 직후 입장에서 한치도 나아가지 않았다. 반성도 변화도 없었다. 총선 결과로 국정 기조가 변화할 것이라는 것은 헛된 희망이었다. 참담하다.

윤석열 대통령은 ‘채상병 특검법’에 대해서도 사실상 거부권 행사 의지를 밝혔다. 윤 대통령은 공수처와 경찰 수사가 마무리되고도 국민이 미진하다고 하면 먼저 나서서 특검을 제안하겠다고도 했다. 그러나 경찰과 공수처 수사가 끝나도 결국 기소를  결정하는 것은 검찰의 권한이다. 검찰이 ‘살아있는 권력’에 대해 봐주기 수사, 뭉개기 수사로 국민적 신뢰를 잃은 마당에 대통령실 외압 의혹이 불거진 사건의 최종 판단을 검찰에 맡기자는 대통령의 말에 수긍할 국민은 없다. 21대 국회에서 특검을 추진해야 한다는 국민 여론은 67%에 육박한다. 게다가 여전히 수장은 임명 전이고 인력 등의 한계를 지닌 공수처가 대통령실 고위직과 국방부장관 등 군 수뇌부를 충분히 수사하는 것도 쉽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채상병 특검법을 거부하겠다는 것은 사건 실체 규명에 협조하지 않겠다는 것이자 국민 요구에 역행해 진상규명을 거부하겠다는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김건희 여사 명품백 수수와 관련해서 ‘아내의 현명하지 못한 처신으로 국민께 걱정을 끼친 부분에 대해서는 사과드린다’면서도 ‘김건희 특검’에 대해서는 반대의사를 분명히 했다. 검찰 수사가 진행된다는 이유로 구체적 언급도 피했다. 실망스럽고 무책임한 행태이다. 윤 대통령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관련해서 지난 정부에서 치열하게 수사했다며, 수사가 미진하지 않은데 특검을 도입하는 것은 제도 취지에 어긋난다고도 말했다. 하지만 정말 그런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주범들이 유죄 판결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도 이번 정부 검찰은 김건희 여사를 소환조사 한 번 하지 않았다는 것을 온 국민이 알고 있다. 김건희 여사를 성역으로 여기고 법 위에 서서 군림하려는 윤석열 대통령의 행태는 조금도 바뀌지 않았다.

이번에도 윤 대통령은 거듭 민생을 강조했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의 경제정책 방향이 무분별한 부자감세와 규제완화로 이뤄져 민생 안정에 역행하고 있다는 점에 대한 인정과 반성 없이, 재벌대기업 낙수효과에 기댄 경제정책 운영 기조 의지를 재확인했다. 우리 경제의 왜곡된 구조 개선 없이, 친기업 · 친재벌 정책만으로 장밋빛 결실을 얻을 수 있다는 해묵은 기대를 버리지 못한 것이다. 게다가 OECD 회원국 대부분이 주식양도소득에 과세하고 있고, 금투세의 과세 대상이 1,400만 금융투자자의 1% 수준에 불과하며, 시장이 예측하고 적응할 시간을 충분히 할애하여 금투세 도입이 추진된 점은 일절 언급하지 않고, 금투세 대상이 투자자 모두인 것처럼 호도하고, 금투세를 폐지하지 않으면 우리 증시에서 엄청난 자금 이탈이 발생할 것이라고 엄포를 놓았다. 무분별한 부자감세로 재정의 역할이 축소되어 민생을 악화시켰다는 반성 없이 줄푸세로 일관하면서 도리어 민생을 살피겠다는 대통령의 모순적인 발언에서 시민 삶이 나아질 것이라는 기대를 할 수는 없다.

또한, 공공성 결여와 국가 책임 부재 문제가 지적되고 있는 의료개혁과 연금개혁도 기조 변화 없이 그대로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의대 정원 확대로 증원된 의사들이 필수 의료를 담당할 수 있도록 공정한 보상체계 등을 구축하겠다고 했지만, 수가 인상으로 필수 의료가 확충되지 못한다는 점이 이미 확인된 바 있다. 의사 확충의 핵심은 공공의료 공급계획과 지역 · 필수의료 인력 양성 · 배치 방안인데, 이는 계속해서 외면하고 있다. 임기 내 연금개혁안을 확정하겠다고 했지만 정작 정부는 지난해 10월 무려 24가지 시나리오를 담았을 뿐, 연금개혁에 대한 구체적인 수치가 없는 맹탕 국민연금 종합운영계획(안)을 제출하는 등 무책임한 태도로 일관하다 공을 국회로 넘겨버렸다. 게다가 연금개혁을 위해 사회적 대합의를 끌어내겠다면서도 정작 ‘더 내고 더 받는 연금개혁’을 선택한 21대 국회 연금특위 공론화 결과는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 국민연금을 민간보험처럼 보는 시각까지 다시 확인하고 보니, 윤 정부의 연금개혁이 노후 빈곤을 해소하고 적정 노후소득을 보장하는 방향으로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더 커진다.

윤 대통령은 핵 기반의 확장 억제력을 토대로 ‘힘에 의한 진정한 평화’를 구축했다고 자평하며 그동안 윤석열 정부의 대북 정책 및 한미동맹 기조에 대해서도 변화 없이 그대로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또한 한일관계를 두고 “과거사가 걸림돌이 될 수 있지만 인내해야 한다” “북핵 대응, 인도 · 태평양 지역 대응을 위해 일본과 협력해야 한다”면서 강제동원 굴욕해법 등에 대해 각계의 비판적 목소리에도 불구하고 전혀 전환의 의지가 없음을 재차 확인했다. 강경일변도의 대북정책은 평화가 아니라 군사적 대결과 전쟁위기의 악순환을 불러왔다. 미일에 배타적으로 편승하는 냉전적 대외정책기조는 주변국과의 협력관계를 악화시키고 불필요한 긴장을 조성해왔다. 대통령의 기자회견에서는 남북관계와 한반도 위기를 평화적으로 관리할 의지도 변화된 전략도 전혀 찾아볼 수 없다. 남북 군사합의서 효력정지에 따른 우발충돌 위기, 일제 식민지 과거사 왜곡 문제,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인상 요구 문제 등 현안에 대해서는 아무런 대책도 내놓지 않았다. 자족과 자찬으로 다가오는 위기에 대한 전략과 계획을 대신했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험으로 몰아가는 무책임한 정권이다.

지난 7일 참여연대는 윤석열 대통령 취임 2년 기자회견에 앞서 국정 대전환을 촉구하며 각 분야별 문제와 제언을 발표했다. 그러나 오늘 기자회견에서 어느 것 하나 전환의 의지를 찾아 볼 수 없었다. 총선 심판에도 불구하고 윤석열 정부가 지금처럼 독선과 일방통행의 국정을 이어간다면 더 큰 저항에 직면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논평 원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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