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감시센터 공직윤리 2003-06-23   920

[논평] 갈등조정 및 국정일반 정보수집 요구는 위법한 지시

또 다시 정치개입 가능성 열어, 정보기관에 대한 불신 가져올 것

1. 6월 20일 취임 이후 처음으로 국가정보원을 방문한 노무현 대통령은 국가정보원의 역할과 관련하여, “정치사찰 등은 당연히 폐기돼야겠지만 갈등 조정과 국정일반에 관한 정보 역량이 지금 당장 폐기되기엔 너무 아까운 만큼 오랫동안은 아니라 해도 과도기적으로는 해달라”고 주문했다.

그러나 국가정보원법 어디에도 국정원이 ‘갈등 조정 및 국정일반 정보’를 수집할 수 있도록 하는 조항은 없으며, 과거 정보기관의 폐해가 바로 이같은 권한남용에서 비롯됐다는 점을 상기한다면 노 대통령의 주문은 철회되어야 마땅하다. 이번 발언은 노 대통령 스스로 공언해온 국정원의 ‘정치적 중립성 원칙’을 훼손하는 것이자, 대통령이 국정원에게 법을 위반하여 권한 밖의 정보를 수집할 것을 명한 것에 다름 아니기 때문이다.

2. 과거 국가정보원은 북한의 침투 및 주요 공작의 목표가 될 가능성이 높고 국정 예측정보를 공급해야 한다는 이유로 보안정보와 무관한 각종 국내 정보를 수집하고 이를 대통령과 권력의 핵심부들에게 제공했다. 이를 통해 국정원은 국회, 정부부처나 지방자치단체, 정부투자기관 등에 영향력을 행사하거나 정치권에 줄서기를 시도하는 등 줄 곧 정치관여 시비를 불러 일으켰다. 노무현 정부는 이러한 폐해를 인식, 취임 직후 대공정책실을 폐지하고 사찰성 정보수집을 금지시키는 개혁을 단행했다.

3. 그런데 ‘정보역량의 폐기가 아깝다’는 것을 명분 삼아 ‘과도기적으로 갈등조정 및 국정일반 정보 수집’을 지시한 것은 국정원에게 국내 정치 및 사회정보 수집을 사실상 아무런 제한 없이 허용한 것으로 정보기관의 정치개입 및 국정관여의 가능성을 온존시키는 것이다.

물론 대통령의 정책판단과 갈등 조정에 있어 제대로 분석된 정보의 중요성은 충분히 인정된다. 하지만 이는 유관 정부부처, 정당, 경찰처럼 외부에 의해 견제와 감시가 가능한 국가기관을 통해 해결해야 한다. ‘비밀주의’가 불가피한 정보기관에 그 역할을 맡기게 되면 정치개입의 길을 열어줄 우려가 있을 뿐 아니라 정보기관에 대한 야당과 국민의 불신을 가중시키는 부작용을 낳을 뿐이다.

4. 정권이 ‘정책예측정보’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은 새삼스러운 것이 아니다. 옷로비 사건과 각종 부패 스캔들로 권력누수 조짐이 보이던 2001년 3월 신건 전국정원장은 취임사에서 “국정예측 정보수집 강화방침”을 밝힌바 있다.

노 대통령이 새삼스럽게 ‘갈등 조정 및 국정 예측 정보수집의 필요성’을 내세우는 것도 현재 노 대통령이 당면한 국정 난맥과 조정 능력의 부재에 기인하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노 대통령이 현재의 어려움을 극복하고 싶다면 설득력 있는 개혁 프로그램을 제시하고 여러 사회 세력들의 이해관계를 조정해나가며 이를 집행할 리더십을 보강하는 방식으로 이뤄져야 한다.

노 대통령이 현재 자신이 당면하고 있는 어려움이 국정정보 부재로부터 발생한 것이 아님에도 상황을 오진(誤診)하여 ‘정보기관의 활용과 의존’의 유혹에 자신도 모르게 빠져드는 것이 아닌가하는 우려를 지울 수 없다. 끝

맑은사회만들기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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