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감시센터 경찰감시 2008-10-10   1616

[국정감사_경찰청] 어청수 청장, ‘내겐 너무 편안한 국감’

어제(10/9)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경찰청 국정감사가 진행되었다. 이번 국감은 지난 5월부터 시작된 촛불집회에서 자행된 경찰의 폭력진압과 인권침해에 대해 책임을 묻는 자리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경찰청 국감은 여당의원의 형식적인 질의, 야당의원의 질책에도 반성 없이 오만한 태도로 일관하는 경찰청장의 모습 등 실망 그 자체였다. 경찰청의 국감은 명백한 국가폭력에 대한 국민적 심판의 자리가 되어야 했다. 그러나 여당은 경찰을 두둔하고 격려하는 것도 모자라 진압이 오히려 더욱 강력하지 못했다고 질책을 하기도 하였다. 생방송으로 국감 현장이 방영되지 않은 것은 국민의 정신건강을 위해 다행스런 일이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누가 방패로 내리찍으라는 진압명령을 내렸는지 왜 묻지 않는가?


집회시위에 관한 법률과 도로교통법을 위반하면 손가락을 잘리는 처벌을 받는 것인가? 불법(?)시위를 진압하다보면 14살 어린아이가 방패에 머리를 맞고 쓰러져도 큰 문제가 되지 않는가? 불법(?)집회에 나갔다면 온몸을 군홧발로 짓밟혀도 참아야 하는가? 경찰에게 촛불집회 진압과정의 폭력과 인권침해에 대한 책임을 묻는 구체적이고 날카로운 질의응답이 없었다. 한나라당 의원은 경찰의 책임을 추궁할 의지가 전혀 없었다. 오히려 경찰을 격려하고 두둔하기 바빴다. ‘때리는 것을 들키지 않게 때리라‘고 명령한 동영상 속 경정이 누구인지, 심각한 부상자가 속출했던 시기에 현장에서 누가 지휘했는지 확인하고 책임을 묻지 않았다.



잘했다 격려에 이어 더 강력하게 진압했어야 했다?


한나라당 의원은 모두 질의에 앞서 촛불집회에서 경찰이 수고했다, 잘했다며 격려하였다. 경찰의 폭력적 진압과 인권침해에 대해서는 전혀 책임을 묻지 않고 수 천명의 폭력 피해당사자와 국민이 지켜보는 국정감사에서 경찰을 격려하고 추켜세우는 한나라당 의원은 국감에서 무엇을 하려고 하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여당은 촛불집회 전체를 폭력시위로 규정하고 경찰에 의해 2천500여명의 부상자가 발생했는데도 더 강력한 진압을 요구하였다. 그들의 인권의식은 80년대식 진압을 옹호하는 80년대식 군사정권의 그것과 한치도 차이가 없었다.


이인기 한나라당 의원


“공권력에 도전하지 못하도록 더 강력히 해야 한다.”









 


신지호 한나라당 의원


“촛불을 빙자한 불법 폭력의 남발이야 말로 민주주의의 오남용이다. 최근 정당한 법집행을 독재정권의 회귀, 공안정국의 조성이라고 보는 것은 시대착오적 주장이다. 한치의 흔들림 없길 바란다. 복면한 사람부터 사전 격리해야 한다.”




 


김성조 한나라당 의원

“단 한명도 구속영장 신청하지 않고 풀어줬다.(미온적 대처라고 질타) 처벌할 수 있는 최고의 수준으로 처벌해야 한다.”








 


어청수 경찰청장

“(김희철 민주당의원의 질의_촛불집회 당시 경찰 공무원의 실정법 위반을 어떻게 처리했나) 불법집회의 폭력과 정당한 공권력 행사를 비교하는 것은 동의할 수 없다. (원유철 한나라당 의원 질의_경찰서장 설문조사 결과에 일선 경찰서에서 최루탄 사용을 허용해야 한다 등의 결과를 발표하자) 맞다 맞다, 직무집행법도 개정되어야 한다.”










더 이상 유모차 부모의 가슴에 상처를 주지 말아야


소위 ‘유모차부대’의 엄마들은 아이들에게 광우병쇠고기를 먹이지 않고 생명권을 보장받기 위해 거리로 나섰을 뿐이다. 없는 배후를 자꾸 만들려는 경찰과 한나라당은 더 이상 모성을 부정하며 정치적으로 이용하지 말아야 한다. 누구 때문에 거리에 나왔는가. 내 아이의 생명권과 건강권을 위해 나올 수밖에 없던 엄마들에게 아동학대니, 유모차시위가 조직적 불법 시위이니 운운하는 것은 이미 상처받은 엄마의 가슴을 더욱 무너지게 하는 것이다. 특히 이와 관련해서 장제원 의원의 ‘비뚤어진 입’을 반드시 기억할 것이다.


장제원 한나라당 의원

“유모차시위는 조직적 불법시위이다. 자라나는 아이들이 불법시위단체나 급진적 성향의 어머니들의 희생양이 되어서는 안 된다. (촛불집회에서 울고 있는 아이들을 편집한 사진을 보이며) 이것은 비뚤어진 모정이나 빗나간 모정이었다.”





 


최규식 민주당 의원

“유모차부대, 중고등학생 연행 수사를 직접 지시했느냐, 유모차를 끌고 나와 광우병 쇠고기 수입 반대 어머니를 아동학대죄를 적용한 것이 이명박 대통령의 뼈아픈 반성인가. 경찰은 민중의 지팡이를 포기한 것이나 다름없다. 전 국민을 시위자로 수사하겠다는데 분노를 느낀다.”









시대착오적인 색깔론 거론은 여전


이날 유정현 한나라당 의원은 간첩을 잘 잡으라는 등 낡은 이슈를 들고 나와 초선 의원으로 보여주기 힘든 진부함을 보여주었다. 또한 이은재 한나라당 의원 역시 촛불집회를 좌파세력에 의한 불법폭력시위로 규정하고 국가정체성을 부정하는 좌파세력이 주도하는 촛불시위가 어떤 것인지 보여주겠다며 부상당한 전경의 사진을 짜깁기하여 보여주기도 하였다. 촛불에 참여했던 수백만 시민을 친북좌파빨갱이라는 녹슨 프레임에 가두려는 무리한 억지논리에 헛웃음이 나올 뿐이다.


유정현 한나라당 의원

“친북사이트 차단이 안 되고 있다, 간첩을 잘 잡으라.”









 


이은재 한나라당 의원

“촛불집회는 좌파세력이 이명박 정부를 무력화 하기위해 불법폭력시위를 조장하고 있다. 지난 10년간 보안형사는 단 두 명만 승진을 하는 ‘열악한’ 대우를 받고 있다.”









어청수 경찰청장, ‘내겐 너무 편안한 국정감사’



여당은 피감기관인 경찰과 경찰청장을 옹호하기 바빴고, 야당도 돋보이거나 속시원한 문제제기 없이 경찰청 국감이 마무리되었다. 어떤 행정기관보다 명백한 피해자와 가해자가 있는 경찰청 국정감사에서 경찰의 잘못을 지적하기보다 변호하는 목소리가 더욱 컸던 자리이다. 더욱 강력한 공권력 행사를 요구하고, 수사권 독립과 경찰 처우개선을 하겠다는 약속은 보는 이로 하여금 국정감사의 본분이 무엇인지 의문이 들게 하였다. 경찰청장의 사퇴를 요구하는 국민적 정서조차 제대로 전달하지 못한 국정감사를 지켜보며 촛불집회 피해자들과 시민들이 무력감에 빠지지 않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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