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감시센터 판결/결정 2004-10-13   1737

경제정의와 시장질서에 역행하는 대법원 판결

대법원 제1부(주심 : 윤재식)의 이중대표소송 불인정 판결관련 논평

대법원 제1부(대법관 이규홍(재판장), 윤재식(주심), 이용우, 김영란)는 화성사의 주주가 화성사 및 그 자회사인 주식회사 성담의 경영진들의 배임 및 횡령행위에 대하여 제기한 주주대표소송과 관련하여 지난 9월 23일 당초 원심이 인정한 이중대표소송 (지배회사의 주주가 피지배회사의 경영진을 상대로 내는 대표소송)의 적법성을 부정하는 한편, 원고의 일부승소부분을 파기하여 원고 전부패소판결을 내렸다.

참여연대는 이번 대법원의 판결은 대법원이 경제적 실질을 외면하고 관련된 법조항을 지극히 평면적으로 해석함으로써 경제정의 실현과 시장질서 확립에 소극적이라는 점을 드러낸 것이라 본다. 또한 이번 판결은 경영진의 이미 규명된 배임 및 횡령에 대한 사법적 제재를 사실상 포기하는 경영진 감싸기식 판결이라 평가한다. 아울러 사법부의 소극적이며 평면적인 상법상 주주대표소송제도 해석의 문제점을 원천적으로 방지하기 위한 입법부의 제도개선 노력이 필요함을 강조하고자 한다.

당초 서울고등법원은 화성사의 자회사인 성담의 대표이사가 수 차례에 결쳐서 수억원의 회사재산을 횡령한 사안과 관련하여, 다른 회사의 사실상 지배종속관계에 있는 종속회사가 임원의 부정행위에 의해 손해를 입었을 경우 지배회사의 주주가 종속회사의 임원들을 상대로 직접 주주대표소송을 제기하는 이중대표소송을 인정하지 않을 경우 자회사를 통한 횡령이나 배임 등의 부정행위를 효과적으로 시정할 수 없다고 하여 화성사의 주주가 제기한 소위 이중대표소송을 인정하고 성담의 대표이사로 하여금 횡령액을 회사에 반환하도록 명한 바 있다.

그런데 이와 관련하여 대법원은 지배회사와 종속회사가 상법상 별개의 법인격을 가진 회사이고 대표소송의 제소자격은 당해 회사의 주주에 한정된다는 지극히 형식적 논리만을 앞세워 당사자적격을 부정하였는 바, 이는 경제적 실질을 외면한 지극히 무성의한 판결이라 아니할 수 없다.

최근 재벌그룹들이 앞을 다투어 지주회사체제로 전환하면서 자회사 특히 비상장 자회사를 통한 횡령이나 배임 등 부정행위가 주주대표소송의 사각지대에 놓이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있어 왔다. 이런 가운데 상법상 주주대표소송의 제소권자인 “회사의 주주”라는 개념을 확대하여 이중대표소송을 인정한 하급심판결이 대법원에 의해 다시 번복된 것은 매우 안타까운 일이다. 이번 대법원판결의 논리대로라면 종속회사가 사실상 모회사의 사업부분에 해당한다든지 하는 경우에도 모회사의 주주가 종속회사의 부실경영에 견제역할을 할 수 없으므로 모회사의 대주주외에는 누구도 문제를 삼을 수 없다는 논리가 성립된다.

아울러 이번 대법원판결은 화성사의 임원들이 회사가 보유하던 성담사 주식을 헐값에 매각하여 배임죄의 유죄판결을 받은 것과 관련해서도 이와 관련한 민사상 책임을 부정하였는 바, 이 역시 지극히 형식논리에 치중하여 경영진의 부정행위에 대한 사법적 통제를 포기한 것이라 아니할 수 없다.

이미 형사사건에서 헐값매각사실이 인정되어 배임의 유죄판결을 받았고, 비상장주식의 가치평가를 담당한 증권사가 당해 비상장주식을 헐값에 매수한 것이 확인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증권사의 가치평가를 거친 것이라고 해서 면죄부를 준 것은 비상장주식의 매매를 둘러싼 대주주들의 부정행위에 눈을 감겠다고 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이번 사건외에도 지난 6월 대법원은 삼성전자 전환사채 발행무효소송 판결에서 발행무효소송 제기시한인 6개월 이후에 추가한 발행무효 사유는 검토할 대상도 되지 않는다고 한 적이 있는데 이 판결 역시 대주주의 부정행위가 확인되었다 하더라도 무슨 구실을 대서라도 이를 문제삼지 않겠다는 대법원의 소극적 자세를 증명한 대표적인 사례에 해당한다. 주주대표소송제도가 사문화되고, 경영진의 부정행위가 묵인되는 행태가 조속히 시정될 수 있도록 대법원의 변화를 절실히 촉구한다.

사법감시센터

JWe2004101300.hw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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