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감시센터 판결/결정 2006-02-17   1939

대법원장의 두산그룹 총수일가 집행유예 판결 비판에 대해

법원 밖 국민 뿐만 아니라 법원 내에서조차 비판받는 판결임을 보여준 것

‘법앞의 평등’‘화이트컬러 범죄에 대한 엄정 처벌’의 계기로 삼아야

1. 오늘 동아일보 등의 보도를 통해, 이용훈 대법원장이 지난 9일 분식회계와 횡령 혐의로 기소된 두산그룹 총수일가에 대해 집행유예를 선고한 최근 서울중앙지법 형사21부의 판결을 강도 높게 비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대법원장의 발언을 놓고 법관의 독립성 문제를 제기하고 있으나 이는 재벌총수 등 소위 ‘돈있고 힘있는 사람들’에 대해서 봐주기로 일관하고 있는 법원 판결에 대해 느끼고 있는 국민들의 불만과 분노에 대해서는 도외시한 것으로서 본말이 전도된 문제제기라 하겠다.

대법원장의 발언은 곪을 대로 곪아 언젠가는 터져 나올 수밖에 없었던 ‘법원의 돈있고 힘있는 사람들에 대한 봐주기 관행’을 지적한 것으로 우리사회가 그리고 법원 내부에서조차도 더이상 이를 방치할 수 없음을 확인시켜준 것이라 하겠다.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소장 : 한상희, 건국대 교수)는 이번 일을 법원이 재벌총수나 정치인 등 우리 사회 권력층과 지도층들의 범죄행위에 대해 온정적으로 처벌해 온 관행에서 벗어나 말 그대로 ‘법 앞의 평등’이 온전히 실현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자 한다.

2. 지난 8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1부(당시 부장판사 : 강형주)가 두산그룹 총수일가에 대해 집행유예를 선고한 것은 한마디로 ‘재벌봐주기’ 판결의 전형이었다. 이에 양형 부당을 이유로 검찰이 즉각 항소해야 한다는 주장이 드높았고 결국 검찰도 양형 부당을 이유로 항소하였다. 이런 상황에서 나온 대법원장의 지적은 두산그룹 사건의 판결이 법원 밖에서 뿐만 아니라 법원 내에서도 문제가 될 만큼 그 정도가 지나쳤음을 극명하게 보여준 것이라 하겠다.

그동안 법원은 정치인이나 재벌총수 등 소위 우리사회의 ‘힘있고 돈있는 사람들’에 대해서는 온갖 사유를 들어 선처를 남발했다. ‘공직과 의원직을 성실히 수행한 점’ ‘국민경제에 기여한 점’ 을 선처사유로 드는 예는 허다하며, 하다못해 ‘000후보가 당선되는 것이 나라를 바로 세우는 것이라는 믿음 속에서 기업들로부터 대선자금을 받기에 이른 점’ ‘불법수수한 자금을 돌려준 점’조차 정상 참작의 이유가 되고 있는 형편이다. 두산그룹 총수일가에 대해서도 ‘피고인들이 회사 구조조정에 기여했을 뿐만 아니라 횡령한 돈을 모두 반환하고 잘못을 뉘우치고 있는 점’을 들어 집행유예를 선고한다고 밝히고 있으나 이것이 과연 선처의 사유, 더구나 집행유예의 사유가 된다고 생각하는 국민들이 얼마나 있을지 의문스럽다.

3. 두산 총수일가들이 저지른 2,838억원의 대규모 분식회계 행위와 그 이후의 회사자금 횡령행위는 투자자, 금융기관 등의 이해관계자들은 물론 국민경제 전체에 엄청난 악영향을 미친 중대한 범죄 행위이다. 법원이 이러한 중범죄에 대해 온정적 판결을 남발하고 있는 것이 바로 재벌총수를 비롯한 기업인들의 분식회계나 횡령 등의 기업범죄가 근절되지 않는 이유 중의 하나라는 비판에 대해 법원관계자들은 심각하게 곱씹어 보아야 할 것이다.

나아가, 지금 법원 구성원들에게 필요한 것은 대법원장의 발언을 놓고 ‘법관의 독립성 침해냐 아니냐’는 논란이 아니라 ‘유전무죄, 무전유죄’ ‘법원은 힘있고 돈있는 사람들에 대해서는 관대하다’고 굳게 믿고 있는 국민들의 따가운 시선에서 어떻게 벗어날 것인가, 법원이 과연 ‘법앞의 평등’이라는 헌법의 기본정신을 어떻게 실현할 것인가라는 진지한 성찰이라 할 것이다. 끝

사법감시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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