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참여사회 2008년 02월 2008-02-05   802

[북리뷰] 민주주의를 공부하자

민주주의를 공부하자


홍성태 참여연대 부집행위원장, 상지대 교수 rayhope@chol.com



오늘날 우리에게 민주주의는 상식이다. 그러나 ‘민주주의라는 나무는 피를 먹고 자란다.’는 말도 있듯이 민주주의는 결코 자연스럽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민주주의 이론을 올바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민주화의 역사를 공부해야 하며, 또한 한국의 민주주의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한국의 이론과 역사를 공부해야 한다.


아무리 뛰어난 외국의 학자라도 한국의 학자보다 더 한국의 민주화와 민주주의에 대해 잘 알 수는 없다. 외국 학자의 이론은 결코 보편적 교본이 아니라 우리의 역사와 현실을 살펴보기 위한 참고자료일 뿐이다. 그러나 우리의 학생들은 물론이고 선생들조차 우리의 연구에는 큰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한국의 민주화와 민주주의는 세계적인 모범으로 여겨지고 있는데도 그렇다. 이제 우리의 연구를 공부하고 토론하고 실천하자.


민주주의를 올바로 공부하기 위해 두 가지 사항을 염두에 두는 게 좋을 것이다. 첫째, 보편적 민주주의의 개념이다. 민주주의라고 하면, 흔히 고대 그리스의 얘기가 나오곤 한다. 그러나 고대 그리스는 노예제사회였다. 고대 그리스의 민주주의는 극히 협소한 차별적 민주주의의 전형적 사례이다. 오늘날 우리는, 그것이 직접민주주의이건 간접민주주의이건 간에 보편적 인권의 개념을 전제로 한 보편적 민주주의를 추구한다. 이런 점에서 고대 그리스를 민주주의의 전형처럼 얘기하는 것은 잘못이다.


둘째, 민주주의의 방식과 내용에 대한 구분이다. 민주주의는 토론과 합의를 통해 강제력을 행사하는 체제이다. 그 방식은 크게 참여와 대의로 나뉜다. 그런데 어떤 대의도 선거라는 참여를 통하지 않고는 성립하지 않는다. 따라서 참여야말로 민주주의의 초석이다. 그런데 강제력의 행사도 중요하지만 그것으로 구현하는 사회적 내용은 더욱 중요하다. 역사적으로 이것은 사상, 신체, 활동의 자유를 강조하는 자유민주주의에서 경제적 권리를 강조하는 사회민주주의로, 그리고 자연과의 공존을 추구하는 생태민주주의로 발전해왔다.


민주주의 공부는 이론과 운동으로 크게 나뉠 수 있다. 먼저 민주주의 이론과 관련된 몇 권의 책을 소개한다. 다양한 민주주의론에 대해서는 전자민주주의, 생태민주주의 등도 다루고 있는 「민주주의 대 민주주의」(정상호, 주성수, 아르케, 2006)가 좋은 참고문헌이 될 것이다. 한국의 민주화에 따라 민주주의에 대한 관심이 커졌는데, 이에 대한 평가로는 최장집 교수의 좥민주화 이후의 민주주의좦(후마니타스, 2002)가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이 책에 대한 비판적 독서를 통해 한국의 민주화와 민주주의를 전망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이를 위해 강문구 교수의 「한국 민주화의 비판적 탐색」(당대, 2003)을 함께 읽는 것도 좋겠다. 이 책은 한국이 민주화에 대한 사회경제적 평가와 새로운 과제들을 다각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또한 강원택 교수의 「한국의 정치개혁과 민주주의」(인간사랑, 2005)는 정치제도의 차원에서 한국의 민주화가 이룬 성과와 안고 있는 과제를 탐구한다. 따라서 정치제도의 면에서 한국의 민주화를 구체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줄 것이다.


다음으로 운동에 관해 몇 권의 책을 소개한다. 사실 앞의 책들도 모두 운동에 관한 책이라고 할 수 있다. 한국에서 민주주의 이론과 민주주의 운동은 뗄 수 없이 결합되어 있는 것이다. 그렇지만 더욱 직접적으로 민주주의 운동을 다룬 책들이 있다. 먼저 「한국 민주화운동사 연표」(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2006)가 있다. 2001년에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가 설립되어 우리의 민주주의 운동과 관련된 많은 활동을 펼쳤다. 「연표」는 1954년부터 1992년까지 민주화운동에 관한 각종 자료들을 발췌해서 만든 기초자료로서 대단히 유용하다. 1945년에서 최근까지를 포괄할 수 있도록 서둘러 개정해야 할 것이다. 한편 한국의 민주화에서 1980년대는 가장 치열하고 역동적인 시대로 기억되고 있다. 이 시대를 어떻게 평가하고 기억할 것인가는 대단히 중요한 과제이다. 이에 대해 김귀옥 교수가 진행한 「1980년대 민주화운동 참여자의 경험과 기억」(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2007)은 여러 귀중한 정보들을 제공한다. 우리가 과거에 관심을 갖는 이유는 더 나은 미래를 준비하기 위해서이다. 조희연 교수가 진행한 「민주화 세계화 이후 한국 민주주의의 대안 체제 모형을 찾아서」(함께읽는책, 2006)는 이런 관점에서 우리의 현실을 탐구하고 미래를 전망한다.


사실 우리의 운동사는 논쟁사이기도 했다. 여러 연구자와 운동가들이 저마다 다른 주장을 제기하고 논쟁을 진행하며 실천했던 것이다. 아직까지 이 치열한 운동사와 논쟁사를 탐구한 책이 나오지 않고 있는 것은 대단히 아쉬운 일이다. 우리의 현실에 대해서 잘 모르는 서구 학자들의 이론을 ‘이론은 서구, 사례는 한국’이라는 학문의 식민성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우리의 현실에 대해서 잘 모르는 서구 학자들의 이론을 끌어다가 우리의 현실을 설명하는 식의 연구는 잘못이다. 더 나아가 식민, 전쟁, 분단, 독재, 성장, 재벌, 노동뿐만 아니라 토건국가, 투기사회, 학벌사회, 징병제도 등 한국의 국민적 문제를 올바로 다루는 쪽으로 연구가 심화되어야 할 것이다.


올해는 ‘민주공화국’ 수립 60주년의 해이다. 그러나 헌법의 ‘민주공화국’이 현실로 구현되기까지 40년에 걸친 치열한 ‘민주화운동’의 역사가 있었다. 이 역사에 관한 설명을 정립하는 것이야말로 민주주의 이론의 새 장을 쓰는 것이다. 이와 함께 민주화에 대해 잘 모르는 후세에 대한 민주주의 교육에 힘을 쏟아야 한다. 서구의 이론에 바탕을 둔 연구서들은 많지만 우리의 역사와 현실을 가르치기 위한 민주주의 교재는 단 하나도 없다. 이런 상황에서 ‘자유총연맹’이 한국을 대표하는 ‘민주시민교육기관’으로 변신해서 매년 100만 명이 넘는 학생들에게 ‘민주시민교육’을 행하고 있다.


‘민주시민교육’이 이미 확립된 공식개념이다. 이 개념을 제목으로 제시한 책들도 많이 발간되어 있다. 그러나 민주주의 연구와 운동을 주도한 학자들 중에서 민주주의의 교육이라는 중대한 과제에 깊은 관심을 쏟은 사람은 전혀 없다. 이에 관한 연구는 이미 초미의 과제이다. 기존의 연구들을 이런 관점에서 살펴보면서, 훌륭한 교재가 조만간 발간되기를 바란다.


※ 「참여사회」 2월호의 오류를 바로 잡습니다


참여사회 2월호 p37 두 번째 단락 두 번째 문단에서 “사실 우리의 운동사는 논쟁사이기도 했다. 여러 연구자와 운동가들이 저마다 다른 주장을 제기하고 논쟁을 진행하며 실천했던 것이다. 아직까지 이 치열한 운동사와 논쟁사를 탐구한 책이 나오지 않고 있는 것은 대단히 아쉬운 일이다. 우리의 현실에 대해서 잘 모르는 서구 학자들의 이론을 끌어다가 우리의 현실을 설명하는 식의 연구는 잘못이다. 더 나아가 식민, 전쟁, 분단, 독재, 성장, 재벌, 노동뿐만 아니라 토건국가, 투기사회, 학벌사회, 징병제도 등 한국의 국민적 문제를 올바로 다루는 쪽으로 연구가 심화되어야 할 것이다.” 부분에서 필자 홍성태 교수의 중요한 학문 연구 이론 문장이 편집 과정에서 삭제되어 아래와 같이 바로 잡습니다.

“사실 우리의 운동사는 논쟁사이기도 했다. 여러 연구자와 운동가들이 저마다 다른 주장을 제기하고 논쟁을 진행하며 실천했던 것이다. 아직까지 이 치열한 운동사와 논쟁사를 탐구한 책이 나오지 않고 있는 것은 대단히 아쉬운 일이다. 여기에는 ‘이론은 서구, 사례는 한국’이라는 학문의 식민성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우리의 현실에 대해서 잘 모르는 서구 학자들의 이론을 끌어다가 우리의 현실을 설명하는 식의 연구는 잘못이다. 더 나아가 식민, 전쟁, 분단, 독재, 성장, 재벌, 노동뿐만 아니라 토건국가, 투기사회, 학벌사회, 징병제도 등 한국의 국민적 문제를 올바로 다루는 쪽으로 연구가 심화되어야 할 것이다.”

필자 홍성태 교수님과「참여사회」독자 분들께 다시 한 번 죄송하다는 말씀 드리며, 앞으로 이런 실수가 없도록 주의하겠습니다. 「참여사회」편집부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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