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참여사회 2000년 08월 2000-08-01   480

평화공존에 재빨리 편승, 경계심은 여전

반공이데올로그, 그들은 지금…

#1. 남북 정상이 순안공항에서 만나 악수를 하고, 역사적인 정상회담결과를 발표하던 찰나, 대학가에 인공기와 태극기가 동시에 걸렸다고 검찰에서 엄중 조사 발표. 대다수 국민들은…???

#2. 김대중 대통령의 평양방문을 두고 국가보안법 제7조 고무·찬양, 회합·통신 등의 조항에 따르면 걸리는 것 아닐까? 그러나 처벌받지 않았다. 그러면 국보법은 이제 사문화 되는 게 아닐까?

남북 정상회담 이후 레드아노미현상이 짙어지고 있다. 방송CF, 휴대폰 음악벨소리의 북한노래 ‘휘파람’ 녹음, 김정일신드롬 등등.

전쟁발발일인 6·25는 알아도 휴전협정일인 53년 7월 27일은 잊고 지내는 나라, 대한민국. 남북이 갈려 서로에게 총부리를 들이댔던 오욕의 역사를 정상회담, 남북교류, 이산가족 상봉 등을 계기로 이제는 평화의 역사로 다시 쓰기 시작해야 하는 것은 아닐까. 이처럼 거스를 수 없는 남북간 평화무드 속에서 과거 반공운동 및 자유수호운동을 펼쳐온 단체, 호국안보 이미지의 정부기관, 민간단체들은 변화의 물결 앞에 어떤 입장으로 서 있는가. 그들이 바라보는 남북정상회담, 북한관 등을 알아본다.

전쟁기념관 “힘이 없으면 평화도 없다?"

서울의 한복판, 용산에는 국방부 건너편에 ‘호국의 전당’ 전쟁기념관이 서 있다. 1994년에 개관한 전쟁기념관은 현재 9,400여 점의 전쟁관련 전시물을 보유하고 있고, 주로는 학생ㆍ군인ㆍ외국인들이 자주 찾는다고 한다.

이런 전쟁기념관에는 폭격기, 탱크, 장갑차 등의 대형 무기류의 전시물을 비롯 호국추모실, 전쟁역사실, 6·25전쟁실 등 10개의 전시관이 섹션별로 나뉘어 상설적으로 전쟁 관련 게시물을 전시하고 있다.

The War Memorial of KOREA. 전쟁을 기념한다? 평화적 관점에서 본다면 차라리 53년 7월 27일 서로에게 겨누었던 총부리를 내리고 휴전협정을 맺은 것을 기리는 편이 더 낫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전쟁기념관 전시운영실 문기배 씨는 이에 대한 전쟁기념관의 입장을 이렇게 밝힌다.

“우리가 박물관이라 칭하지 않고 기념관이라 칭하는 까닭은 이렇습니다. 한국전쟁은 500여 만 명의 사상자를 낸 아주 끔찍한 전쟁이었습니다. 따라서 우리는 다시는 이런 전쟁이 일어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하는 의식과 죄없이 죽어간 호국 영령을 기리는 일도 담당한다는 뜻에서 ‘memorial’이란 단어를 쓴 거예요. 이 전쟁 중에 죽은 국군만도 16만 명, UN군도 3만 8,000명입니다. 우리는 이들의 영혼을 기리기 위해 입구 양측 회랑에 전사자 명비를 세웠습니다.”

실제 전쟁기념관의 건립목적은 첫째 호국자료의 수립, 보존 및 전시, 둘째 전쟁의 교훈과 호국정신을 배우는 산 교육장, 셋째 선열들의 호국위훈 추모 등이다. 특히 전쟁기념관은 후세들에게 선열들의 국난극복정신을 일깨우며 전쟁의 역사적 교훈을 통해 앞으로 전쟁에 대비할 수 있는 국민정신 교육의 장으로 쓰여지고 있다고 밝혔다. 문기배 씨의 말이다.

“전쟁기념관측은 실제 전쟁기념관을 찾은 군인들의 정신교육 차원이나 고교생들의 사회학습 수준에서 관람을 하는 겁니다. 학생들에게는 전쟁의 참상을 알려 국가방위의 중요성을 인식시키고, 특히나 전쟁중에 나온 수많은 영웅을 본받자는 취지도 숨어 있습니다.”

이런 의미의 전쟁기념관은 남북정상회담 이후 어떤 변화를 겪고 있을까? 예전의 반공 반북 이데올로기는 현재의 이산가족 상봉, 화해와 협력 교류 등의 분위기를 타고 어떤 변화의 지점에 도달했을 법도 하다. 이운세 홍보실 차장의 말을 들어보자.

“사실상 남북정상회담 이전에는 6·25를 상기하자는 차원에서 전시 등이 기획됐습니다. 500여 만명의 사상자를 낸 사건이니까요. 그러나 정상회담 이후에도 우리가 계속 북한을 미워하거나 갈등을 조장하면 평화정착에 찬물을 끼얹는 행위가 되지 않을까 우려됩니다.”

그렇다면, 앞으로 북한을 어떻게 볼 것인가. 두가지 입장이 있다고 말한다. 첫째, 북한은 우리와 함께 공존하고 통일국가 수립의 동반자임을 인식하는 것. 둘째, 북한은 언제든 도발할 수 있기 때문에 북한이 적대적 태도를 보일 때는 ‘적’으로서 분명히 대처해야 한다는 것.

“자꾸 도발하고, 남침하면 우리로서는 적대적 태도를 보이는 게 당연한 것 아닙니까?”

남북한 교류협력이 잘 되면 동반자적 관계가 되겠지만, 아직까지는 북한의 태도를 주시하면서 바라보고 가시적인 교류의 진전이 드러날 때까지 계속 지켜봐야 한다고 생각한단다. 이런 관점에서 이 차장은 마지막으로 이런 말을 던졌다.

“전쟁을 겪게 되는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십니까? 우리는 전쟁의 역사를 너무나 쉽게 인식하고 있고, 전쟁에 대한 대비태세가 부족합니다. 그리고 상무정신이 부족한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합니다. 우리에게 힘이 없으면 평화도 없는 겁니다. 저 놈을 건드리면 큰일나겠다 싶으면 건드리지 않습니다. 그래야 침략을 안 당한다고 봅니다. 여하튼 상무정신을 갖고 전쟁의 교훈을 새기는 일에 소흘하면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자유총연맹 “북한은 통일과정에서 통합돼야 할 상대방”

남산 타워호텔 옆에 위치한 자유센터. 예전에 그곳엔 대형 비행기, 탱크 등이 전시돼 있었다. 물론 지금 그 자리는 한적한 주차장 노릇을 할 뿐이지만. 한국자유총연맹은 1954년 6월 15일 아시아민족반공연맹으로 창립, 1964년 1월 15일 한국반공연맹으로 전환, 1989년부터 한국자유총연맹으로 재출범했다. 이들의 설립목적은 첫째,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주의 체제수호 및 항구적 발전 둘째, 안보·통일활동의 국민운동화, 셋째 세계 각국 자유민주주의 단체와의 교류 및 유대강화 등이다.

이들은 지난 6·25 50주년 기념행사를 가지면서 37회 전국웅변대회를 가졌고, 전쟁과 참상·남북화해와 협력·평화통일의 길이란 세 가지 테마를 갖고 사진전시회도 열었다. 그동안 한국사회에서 가장 큰 굴지의 ‘자유수호단체’로서 활동해온 자유총연맹은 남북정상회담의 분위기 이후 어떤 변화를 갖고 있을까? 먼저 대북인식의 변화에 대해 김광백 한국자유총연맹 홍보부장에게 물었다.

“상당히 대답하기 곤란한 질문입니다. 하지만 북한 역시 통일지향의 과정에서 통합되어야할 상대방이 아닐까요? 북한과는 공존을 위해 대화하고, 끊임없이 교류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저희 내부에서도 무력붕괴론을 주장하는 그룹이 있지만 말입니다. 다만 저희들은 북한의 실상에 대해 사실적으로 있는 그대로 표현해 알려내는 작업들을 할 생각입니다.”

그동안 이어왔던 반공이데올로기에 대해서는 어떤 입장을 취하고 있을까. 반공이데올로기란 자유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한 수단적 가치일 뿐이라고 생각한단다. 그리고 탈냉전시대에는 ‘반공이데올로기’가 체제수호 발전에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바라보고 있다고. 실제 북한보다 남한이 경제적인 면이나 정치·사회적인 면에서 강하기 때문에 북한에 대해 공세 혹은 수세적 입장을 취하기 보다 포용하는 게 현재의 조건에 가장 알맞는 것이라고.

이런 입장의 변화로 자유총연맹은 올 하반기에 탈북자 남한사회 정착 돕기운동을 펼친다고 한다. 하지만 그 실제 교육내용이 ‘반북’ 성향이라면, 변화를 기대할 수 없지 않을까싶다. 7월 25일에는 그동안 자유총연맹에서 해온 ‘자유민주이념교육’을 어떻게 통일교육으로 전환할 것인가 하는 것에 대해 대토론회가 있을 것이고, 그후에는 자유총연맹에 더 큰 변화가 올 것이라고 서울시지회 실무자들은 생각하고 있었다.

자유총연맹 서울시지회 “뿔 달린 북한 묘사 이제는 탈피”

서울 보라매공원 정문에서 5분거리. 통일부가 지원, 자유총연맹 서울시지부가 관리, 운영하는 자유회관 내 북한관이 있다. 이곳에선 요즈음도 하루 200명씩의 고등학교 1∼2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자유민주 1일 이념교육’이 실시된다. 서울시내에 있는 고등학교 및 일반인(자유총연맹 회원 및 지역의 여론주도층)을 대상으로 실시하는 이 교육은 8시 50분 국기게양식때부터 시작해 강하식까지 하루일정으로 끝낸단다.

통일대비 민주시민교육의 일환으로 펼치고 있다는 이 교육의 교재는 『민주주의와 시민사회』. 한만길 한국교육개발원 연구위원이 집필한 ‘통일을 준비하는 청소년의 자세’에서는 북한에 대한 이해와 화해의식에 대해 “현재의 통일교육 목표는 종전의 반공교육의 한계를 극복하고 북한을 민족공동체의 일원으로 포용하면서 통일을 준비하고 나아가 통일 이후를 대비하는 적극적인 태도를 함양해야 한다”로 압축했다.

그러나 이런 교재의 내용과는 달리 북한관에 전시되고 있는 전시물들은 여전히 20세기 냉전시대의 모습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원래는 남산 자유센터에 있던 본부 전시관이 부분적으로 확대, 개방되면서 전국의 시지부로 내려가 학생 혹은 일반인 대상으로 ‘이념교육’의 시청각교육 일환으로 펼쳐지고 있다.

6월 15일 역사적인 남북정상회담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북한관에서는 여전히 북한을 ‘적’이라 표기하고 있으며, 김일성·김정일 부자세습체제와 우상화 등에 대해서도 강도높은 비난을 하고 있다. 1990년 4월 개관, 600여점의 전시물을 게시하고 있는 전시관이 변화하지 않은 채 이용되고 있는 것과 관련 앞으로 평화와 통일 지향의 교육으로 바꿔야 하는 것 아니냐는 문제제기에 대해 서울시지부 홍보과장은 “7월 25일에 있을 중앙 차원의 통일교육관련 대토론회에서 일정한 방향이 결정되면 그에 따라 변화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실 예전에 북한에 대한 정보가 없던 시절 “김일성 머리에 혹이 달리고, 뿔 달린 짐승으로 북한을 묘사하기도 했지만 앞으로는 그런 교육은 탈피할 수밖에 없으며 요즘은 북한에 대한 정보가 너무나 많이 개방돼 있기 때문에 까딱 잘못 교육했다가는 역으로 교육을 당해야 하는 입장”이 되기 때문에 자유총연맹 서울시지부에서도 교육에 관한한 많은 신경을 쓰고 있다고 피력했다. 따라서 앞으로는 민주사회공동체의식 함양에 주안점을 둔 평화통일교육이 새롭게 진행될 것이라고 전한다.

자유민주민족회의 “통일이면 다 된다는 장및빛 환상은 버리라?”

남북정상회담? 우리 대통령의 평양방문. 자유총연맹에 갔을 때 한 실무자는, 자유민주민족회의(이사장 이철승)는 남북정상회담을 우리 대통령의 평양방문으로 칭한다며 여기에는 북한은 나라가 아니라는 의미가 담긴 것이란다. 따라서 ‘자유총연맹’보다 더 확실한 우파가 자유민주민족회의라고 소개했다.

강창홍 반공반탁학생운동기념사업회 이사 겸 자유민주민족회의 소식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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