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참여사회 1999년 07월 1999-07-01   752

정보공개제도 실시 1년, 참여연대 67개 기관 운영실태 조사

정부부처가 기본도 안돼 있어

참여연대 작은권리찾기운동본부에서 조사한 바에 따르면 67개 중앙행정부 등의 기관 중 정보공개를 위한 독립적 창구를 운영하고 있는 곳은 단 한 곳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보공개접수창구가 아예 개설되어 있지 않은 곳은 14개 기관(중앙행정기관 10, 지방자치단체 1, 공기업 3)이었으며, 접수창구가 있는 기관들도 대부분 민원실이나 총무과의 부속 창구로 운영하고 있었다. 정보공개 담당직원은 4개기관(중앙행정기관3, 공기업1)을 제외한 대다수 기관에서 지정하여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담당직원 역시 민원실이나 총무과의 중복업무를 담당하는 직원으로 대다수가 정보공개업무에 대한 이해도가 낮았다.

정보공개청구서는 국가정보원, 주택공사, 특허청, 한국통신 등 3개 기관을 제외한 모든 기관에 작성되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민원인들의 눈에 띄게 비치돼 있는 곳은 전체 65개 기관중 21곳에 불과했으며 44개 기관은 정보공개를 청구할 때만 내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정보공개 주무부처인 행정자치부를 비롯 주요 부·처·청 중 정보공개청구서를 비치해 놓지 않은 기관이 많았으며, 민원인들이 일상적으로 방문하는 서울시내 각 구청들도 19개 구청이 이를 비치해 놓지 않았다. 정보공개청구서식의 비치는 법령으로 정해진 의무사항인 동시에 정보공개를 위한 가장 기초적인 준비사항이라 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 주요 부서를 비롯해 많은 공공기관들이 기본 준비에 부실함을 드러냈다.

정보공개 주요문서목록 부실

공개대상 정보에 대한 주요문서목록은 전체 67개 기관중 23개 기관(중앙행정기관 11, 자치단체 10, 공기업 2)이 작성, 비치되어 있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으며, 보존문서 기록대장이 없는 곳은 17개 기관인 것으로 나타났다. 주요문서목록과 보존문서 기록대장 둘 다 없는 곳은 7개 기관(중앙행정기관 2, 지방자치단체 5, 공기업 1)인 것으로 확인됐다.

한편 둘다 작성·비치하고 있는 기관은 33개 기관(중앙행정기관 17, 지방자치단체 13, 공기업 3)으로 나타났다. 정보공개 대상이 되는 모든 공공기관은 일반국민이 공개대상정보를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주요문서목록 등을 작성, 비치해야 하며(법 17조 1항), 사무관리규정에 의한 보존문서기록대장으로 이를 대체할 수 있어야 한다(법시행령 21조 2항). 그러나 이번 조사결과 절반에 이르는 대상기관이 둘 중 하나를 비치하고 있지 않거나, 둘 다를 비치하고 있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국무총리실을 비롯 공개대상 정보에 대한 아무런 자료목록도 갖추지 않은 9개 기관은 공공기관으로서 마땅히 구비해야할 기본적인 문서관리대장조차 갖추지 않고 있는 주먹구구식 행정의 문제점을 드러냈다.

공개율 77.2%, 비공개·부분공개 결정은 네 맘대로?

정보공개 처리대장에 대한 모니터 결과 6개 기관(국가정보원, 특허청, 한국통신, 한국전력, 송파구청, 영등포구청)을 제외한 대부분의 기관이 접수된 정보공개청구 사항의 결과를 처리대장에 기록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61개 기관의 98년 1월부터 99년 4월까지 정보공개접수·처리현황 조사 결과 모두 5,097건이 청구돼 이중 공개 3,937건(77.2%), 부분공개 227건(4.5%), 비공개 560건(11.1%), 처리중 63건(1.2%), 기타 118건(2.3%) 등인 것으로 확인돼 기관당 평균 83.6건의 정보공개청구가 이뤄졌으며 77.2% 비교적 높은 공개율을 보였다. 그러나 이같은 표면상의 정보공개율은 행정정보에 대한 접근의 용이함을 의미하는 수치로 보기는 어렵다. 아직까지는 많은 정보공개청구가 간략한 자기정보 열람 등 공개되는 정보의 비중이 크기 때문이다. 비공개, 부분공개의 사유는 다양하게 나타나고 있는데, 36개 중앙행정기관의 비공개, 부분공개 사유를 유형별로 보면 문서부존재(20건), 사유부적합(15건), 타기관 이송(12건), 자료미보유(11건) 순으로 조사됐다. 이같은 비공개 사유중 ‘사유부적합’, ‘공개부적합’, ‘공정업무수행지장’ 등과 같은 기준은 법령에 근거가 없는 자의적 적용이어서 문제로 지적됐다. ‘모든 정보는 공개돼야 한다’는 원칙은 정보공개의 대전제이며, 비공개범위에 우선하는 것이다. 따라서 각 공공기관은 정보공개여부를 판단, 심사함에 있어 이같은 원칙을 숙고해야 할 것이다. 또한 비공개범위에 대한 포괄적 규정으로 공공기관의 자의적 판단의 원인이 되고 있는 현행 법령상의 관련조항의 개선이 요구된다.

36개 정부부처와 26개 지방자치단체, 5개 공기업 등 총 67개 기관에 대한 조사결과 많은 기관들이 정보공개 법령상의 의무사항을 준수하지 않는 위법실태를 확인했다. 모든 조사항목을 다 준수하고 있는 기관은 67개 기관 중 11개 기관에 불과했다. 반면 실태조사를 거부한 국가정보원, 특허청, 한국통신과 각각 네가지 항목에서 지적을 받은 국무총리실과 법무부, 과학기술부, 병무청, 주택공사, 그리고 정보공개 주무부서임에도 불구하고 정보공개청구서, 편람, 주요문서목록을 비치하지 않은 행정자치부가 대표적인 부실기관으로 지적됐다.

이번 조사를 통해 공공기관의 정보공개 준비정도와 시행실태가 법령에 명시된 의무사항조차 지키고 있지 않을 만큼 부실하다는 것을 확인했다. 정보공개의 활성화와 올바른 정착을 위해서는 공공기관의 의식전환과 태도변화가 선행돼야 할 것이다. 그 구체적인 개선 방안으로 정보공개를 위한 독립적인 정보공개 창구의 개설과 열람석의 설치, 정보공개 안내 홍보물 및 시민교육, 전문 전담직원의 배치와 전문교육의 시행, 정보공개 편람과 각종 백서의 비치, 문서목록의 체계화된 분류(주제별 분류 및 상세 목록), 문서목록 전산화 및 전산화된 목록을 검색, 우송할 수 있는 장비마련, 문서목록으로 파악되지 않는 공문서 내용 문의를 위한 부서간 통로 개설 등을 들 수 있을 것이다.

정보공개제도 운영 실태가 이렇게 부실함에도 불구하고 지난 5월 24일 행정자치부는 정보공개법 시행 1년을 총괄하는 연차보고서를 발간하면서, 98년 정보공개 건수가 2만 6,338건이라는 이유로 정보공개제도가 활발하게 운영되고 있다는 평가를 내렸다. 그러나, 이는 구체적인 평가기준도 없는 단순한 부처별 숫자보고에 지나지 않으며, 이 숫자 또한 정확히 조사된 것인지 의문시된다. 일례로 비공개 불복신청 및 처리 내역의 행정소송 자료를 보면 참여연대에서 제기한 행정소송 중 국세청과 창원지검을 상대로 제기한 행정소송 사례는 아예 빠져 있다. 정보공개제도의 정착을 위해 운영실태에 대한 정확한 조사와 평가가 이뤄져야 할 것이다. 정확한 실태파악을 바탕으로 하지 않은 보고서는 세금낭비일 뿐이다.

박원석 참여연대 시민권리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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