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참여사회 2004년 07월 2004-07-01   739

‘시민이 주인되는 세상’을 향해 달린다

창립 후 매년 참여연대가 성장할 수 있었던 요인은 단연코 회원들이다. 이들의 든든한 후원과 격려 덕분에 많은 사업성과를 이룰 수 있었다. 이번호는 박영선 참여연대 사무처장을 통해 ‘참여연대 회원사업 10년’에 대해 들어보기로 한다. 편집자주

시민운동에서 가장 중요한 자원은 회원이다. 참여연대는 지난 94년 9월, 약 200여 명의 학계 및 법조계 인사를 중심으로 창립한 이래 현재 1만 3천여 명의 회원을 가진 튼실한 시민단체로 성장했다. 참여연대는 경실련과 함께 대표적인 대변형 조직임에도 불구하고 창립초기부터 회원사업에 대한 적극적 고민을 운동에 반영하여 시민운동이 척박한 한국 사회에서 회비에 의한 재정자립의 가능성까지도 보여주고 있다.

시작부터 회원사업의 한계에 부딪히다

참여연대는 창립 초기 다른 시민단체들처럼 일반시민들의 회원체계가 형식화 되어서는 안 된다는 문제의식을 가지고 명실공히 전문성과 대중참여가 실천적으로 통일된 조직이어야 한다는 합의를 이끌어내고 조직을 출범시켰다. 그러나 초기부터 한계에 직면하게 됐다. 일반시민의 참여를 이끌어내기 위해서라도 단체의 사회적 위상을 확보하는 것이 사활적인 과제인데, 이를 위해서는 각 센터와 위원회의 사업이 우선적으로 활성화되어야 한다는 모순 때문에 대중적 참여의 조직화에 상대적으로 역량을 투입하기 어려운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또한 초기 결합 인사들이 대부분 법조계, 학계 등 전문가 중심이라 시민참여라는 대의를 뒷받침할 만큼 내부 조직역량도 매우 빈곤한 상태였다.

‘시민위원회’를 통한 시민참여운동의 노력

그럼에도 불구하고 참여연대는 실질적인 시민참여운동이라는 목적의식을 가지고 새로운 사회운동을 전개하려는 젊은 활동가, 청년회원들과 함께 ‘시민위원회’를 구성하여 참여연대 사업을 통한 다양한 시민모임을 건설하고 이를 통해 시민여론을 형성하려고 시도했다. 시민위원회는 지역주민청원운동 등을 통해 직접 시민들이 의제를 발굴하고 사업화하여 문제를 해결하는 시민운동의 전범을 세우기 위해 노력했다. 그러나 주도적인 역할을 했던 청년회원층의 이탈과 정책개발의 전문성 부족도 시민사업의 한계로 작용하면서 시민참여의 본격적인 걸음을 내딛지는 못했다.

또한 이 당시에는 참여연대 회원 비중에서도 일반 시민들의 참여가 매우 저조해서 회원들의 재정기여도도 무척 취약했다. 심지어는 재정의 1/3만이라도 회비에 의한 충당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지적이 있을 정도였다.

시민위원회 폐지 이후에도 참여연대는 창립 초기의 막연한 시민참여라는 목표를 현실화시키기 위해 몇 가지를 시도했다. 전문적일 수밖에 없는 참여연대 사업영역과 일정하게 분리하여 일반시민을 대상으로 한 생활실천형 프로그램을 개발하거나 지역에서 ’시민있는 시민운동’이란 모토를 가지고 참여연대의 권력감시운동을 실천하는 전형적인 조직을 한번 만들어 보려는 활동들이 그 예들이다.

회원간 수평적 네트워크 역할 ‘대들보모임’

몇 가지 시도 후 참여연대는 97년도부터 본격적인 회원사업에 대한 고민을 시작했다.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시민참여의 모델을 정립하려던 방향에서 내부회원들을 중심으로 조직의 안정화를 꾀하고 이를 바탕으로 시민참여 사업을 본격화하는 것이 참여연대의 조건에 가장 부응하는 것이라는 판단을 내린 것이다. 이를 위해 내부적으로 회원사업만을 전담하는 부서를 설치하고 의식적으로 회원자치모임 결성을 시도하고 외부적으로는 참여사회아카데미를 통해 시민교육과 조직사업에 본격적으로 나선 것이다.

이 당시 회원사업의 고민을 상징적으로 드러내주는 모임이 결성됐는데, 회원 자치모임의 대표나 열성회원들을 대상으로 회원들의 자발적 동기를 강조하려는 취지의 회원들간의 수평적 네트워크인 ‘대들보모임’이 바로 그것이다. 이 모임을 통해 참여연대는 최초로 일반 회원들의 발언력을 공식적으로 확보하게 됐다. 아울러 현재까지도 최고의 활동력을 유지하고 있는 20~30대 회원들로 구성된 ‘청년마을’도 이 때부터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는데, 시민들의 사회적 실천조직으로서의 전형성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회원들의 헌신성과 자발성이 조직을 얼마나 풍요롭고 건강하게 하는지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라고 평가할 수 있다.

회원들의 정체성에 대한 고민

많은 수는 아니지만, 조금씩 회원자치모임이 생겨나고 그 활동력을 인정받게 되자 회원들이 스스로 참여연대에서 회원들의 존재는 무엇인가라는 문제의식을 제출하기 시작했다. 즉 참여연대의 사회적 영향력이 점점 커져나가는 것에 비례해 회원들의 지위는 상대적으로 낮다는 것이고 중요한 사업에 관한 의사결정에서 소외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몇몇 회원들은 창립 초기에 있던 시민위원회를 부활하여 제대로 회원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의사결정에 참여할 수 있는 장치를 만들어야 한다고 공식적으로 요청했다.

이에 사무처에서는 회원모임을 중심으로 시민위원회를 구성하고 회원참여사업도 직접 회원들이 할 수 있도록 결정했다. 그래서 99년에는 회원들이 직접 회원관리, 회원행사, 회원교육등을 담당하게 됐다. 그러나 회원들로만 상근진을 구성하여 회원사업을 전개하는 것에는 많은 어려움들이 있었다. 또한 회원활동의 극대화를 도모하기 위해 구성한 시민위원회도 내부 문제로 인해 회원사업을 적극적으로 지원하지 못하게 되어 결국 시민위원회 및 회원사업국 구성을 통해 회원모임의 자활력을 최대한 상승시키고, 회원주도로 회원활동을 기획하고 수평적인 회원관리를 시도하겠다는 취지는 1년간의 실험으로 그치고 말았다.

그래서 다시 상근활동가로 주축으로 시민사업국이 만들어지고 이런 방식으로 지금까지 회원사업이 이어지고 있다.

10년 역사 속 회원사업의 의미

현재 참여연대는 참여연대 운동의 재정적?심정적 후원자, 지지자들이 참여연대 운동의 성과를 높이기 위해 다양한 방식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것, 또한 자신의 일상적인 생활속에서 사회개혁의 주체로 참여하기 위해 시민의식을 높이는 것을 회원사업의 큰 목표로 두고 회원모임의 결성과 다양한 참여프로그램 제공에 역점을 두고 있다.

참여연대 회원사업 10년의 역사속에서 회원사업의 기조를 결정하는 주요한 쟁점은 세가지 정도다. 첫째는 회원의 성격에 관한 것이다. 현재 참여연대는 대략적으로 90%의 후원형 회원과 10%의 참여형 회원으로 구성되고 있다고 파악되는데 이는 회원의 성격이 후원이냐, 참여이냐에 따라 회원사업의 기조와 방향이 달라지게 때문이다. 회원의 주요한 역할이 후원이라면 참여연대는 열심히 활동을 하고, 회원들에게 그것을 잘 전달하는 서비스를 개발하여 보다 많은 후원이 답지할 수 있도록 하면 된다. 그렇지만 참여적 성격이 강하다면 참여연대 운동에 동참할 수 있는 실질적인 시민, 회원참여의 수단을 보다 비중있게 고민해야 하는 것이다. 둘째는 회원참여의 범위가 자원활동, 자치적인 회원활동에 국한되는 것이냐, 아니면 이를 넘어 참여연대 의사결정까지 참여하는 것인가 하는 점이다. 회원들의 의사결정 참여문제는 참여연대 회원들 뿐 아니라 시민단체 외부에서도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 주제이다. 참여연대는 현재 일종의 대의기구라고 할 수 있는 운영위원회에 각 회원모임의 대표 뿐 아니라 자원활동 등 회원활동을 검증받은 회원들이 적극적으로 운영위원회에 참여하고 있는데, 그 비중은 매우 높다. 셋째는 참여연대 회원사업의 내용이 참여연대 관련 활동에 규정받는 것이냐 아니면 독자적인 활동영역을 가지는 것이냐 하는 점이다. 위에서 간단히 살펴 본 것처럼 참여연대는 여러 가지 길을 다 가보았다. 성급하게 결론을 내릴 필요는 없지만, 경험적으로 참여연대 사업과 관련이 있는 회원활동만이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참여연대 회원들의 활동이 참여연대 사업과 별도로 이루어지는 것에 대한 거리감은 어떤 식으로든지 해소되어야 할 것이다.

참여연대 성장요인은 ‘회원’

위에 서술한 점 외에 회원사업을 둘러싼 많은 고민들이 있다. 창립당시 고민들조차 풀리지 않은 상태에서 새로운 과제를 부여받고 있기까지 한 형편이다. 가장 근본적인 고민은 참여연대는 무엇을 매개로 시민들과, 회원들과 만나야 하는 것인가 하는 점일 것이다. 모든 회원들이 인식하고 있는 것처럼 참여연대 운동의 가장 큰 무기는 전문적인 정책 대안 제시 능력이다. 이를 통해 많은 시민들이 참여연대 회원으로 가입했고 사회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하게 됐다. 또한 사회적 영향력의 확대와 시민운동이 우리 사회를 조금씩이나마 개혁하고 변화시켜나가는 실증적 경험을 통해 많은 시민들이 시민운동에 동참하려는 열망을 키워나가고 있다. 그러나 막상 시민운동에 동참하기 위해 참여연대 문을 두드렸을 때 참여의 폭은 제한적이라는 평가다. 아무리 참여연대 회원의 90%이상이 스스로의 역할을 후원자, 지지자로 한정해놓고 있다 하더라도 나머지 회원은 시민운동에 동참하기 위해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다. 이런 회원들에게 참여연대라는 공간은 지극히 좁다고 느껴질 것이다.

아직 이런 고민에 대한 뚜렷한 답변은 마련되어 있지 않다. 하지만 참여연대에서 회원들의 존재가 참여연대의 성패를 가늠하는 중대한 잣대라는 점만은 분명하다. 그렇기에 우리 사회의 평범한 시민들이 시민운동의 관객, 박수부대에서 참여연대의 주인이 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참여연대의 고민은 언제나 현재진행형의 과제인 것이다.

박영선 참여연대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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