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참여사회 2008년 05월 2008-04-04   403

참여연대24시_신입간사 좌충우돌 적응기: ‘신입’딱지를 건네고 싶은 ㅇㅇㅇ에게

 


‘신입’딱지를 건네고 싶은 ○○○에게

대학교 4년생? 직장인? 지금 어떤 모습일지 모르는 예비신입간사에게 편지를 씁니다.

올 여름 참여연대에 들어와 시민교육팀에서 일하고 있는 홍성희에요. 얼굴도 모르는 누구에게 글을 쓰는 것이 처음이라 너무 쑥스럽네요. 그래도 낯설음보다 설렘이 훨씬 크기에 펜을 들었습니다.

저번 주말. 발해 건국을 눈앞에 둔 대조영의 스토리가 점점 절정을 향해 달리고 있건만, 제 눈꺼풀은 어찌나 무거운지. 쓰러지듯 잠들었는데 친구한테 전화가 왔어요. ‘술 마시고 있다(으하하하)’로 시작해 정말 시시껄렁한 질문을 해대더군요. 시끄러워 죽는 줄 알았습니다. 밀려오는 짜증에 전화기를 내던지고 싶었으나, 전화기를 새로 사야한다는 생각에 꾹 참았습니다.

다음날 아침. 오한과 체기로 일어날 수가 없었어요. 솔직히 오후가 되자 몸이 괜찮아졌지만, 너무 쉬고 싶었어요. 갑작스레 월차를 내고 이불 속으로 다시 들어갔습니다. 못난 친구를 잊지 않고 찾아준 것에 고마워하기는커녕 화를 내며 끊고, 갑자기 하루 종일 예정치 않은 방콕을 하고. 이것이 참여연대 들어온 지 반 년 된 신입간사 저의 모습입니다.

‘이렇게 힘드니까 단단히 각오하고 들어와라’라는 경고를 「참여사회」를 통해 공식적으로 하는 거냐고요?(웃음) 아니에요. 진짜 이야기는 지금부터입니다. 하루를 쉬며 쌓인 피로를 대충이라도 툭툭 털고 나온 날 아침. 제일 먼저 접한 소식이 ‘참여연대 신입간사 채용공고’였습니다. 어찌나 가슴이 콩닥콩닥 뛰던지. ‘후배가 생긴다?’, ‘선배가 된다?’ 뭐 이런 흔한 이유로는 설명할 수 없더라고요. ‘까칠’이라는 껍데기 속에 소심함을 가득 지니고 있는 000, 음식을 입으로 가져가는 속도가 하도 빨라 ‘보이지 않는 손’이라 불리는 000(발랄하고 통통 튀는 000씨가 핸펀 동영상으로 찍어놨으니 나중에 보여드릴게요), 무서운 000팀장을 넉넉한 웃음으로 순화시키는 듬직한 000, 웃어도 웃어도 웃음의 끝이 보이지 않는 000, 영혼이 너무도 자유로워 내가 넘 좋아하는 000….

새로운 보금자리 또한 단순한 새 건물이 아닙니다. 구석구석 사람들의 일에 대한 흔적과 일상의 모습들이 차곡차곡 새겨지고 있어요. 어제는 ‘어항 관리가 힘들다’, ‘소음이 난다’, ‘물고기가 죽는 꼴을 못 본다’ 등의 심한 반대를 뚫고 드디어 어항과 물고기들이 사무실 한 편에 놓아졌어요. 작은 어항이지만, 물 흐르는 소리가 사무실 전체에 산소를 공급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다양하고 개성 있는 사람들도 보여주고 싶고, 아기자기한 공간도 함께 나누고 싶어요. 물론 같이 나누고 싶은 일의 종류와 크기는 상상 그 이상입니다.(웃음)

이런 것이 아닐까요? 세상에서 가장 무거운 것이 눈꺼풀이라는 생각이 들만큼 힘들기도 하지만, 그것은 ‘때때로’입니다. 물론 그것이 일상인 000팀장도 있죠. 그러나 힘든 일이지만, 보람찬 일을 함께 일굴 사람과 공간이 있는 곳. 참여연대로 초대하고 싶어요. 참여연대에 또 다른 색깔을 입힐 당신을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한 달 후에 봐요.

P.S. 「참여사회」11월호에 신입간사 000씨가 “조금씩 아껴 저축하며 열심히 살아야지. 오래 일하려면 말이다.”’란 글을 썼었죠? 그거 다 ‘뻥’입니다. 그 글을 넘기기가 무섭게 카드를 신청해서 최근 열심히 긁고 다닙니다. 한 달 후면 그도 선배간사가 되니, 우리 그 카드 긁어서 술도 찐하게 마십시다(12월 7일까지 원서접수니까 주저 말고 넣어보세요. 발과 가슴이 동시에 뛰는 삶으로 초대합니다).

홍성희참여연대 시민교육팀 간사 somsatang@pspd.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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