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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9년 07월
  • 2009.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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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과 민주주의가 만났을 때  



곽형모 ngo교육포럼 공동대표

요즈음 인문학이 뜨고 있다. 중산층, CEO, 노숙인, 감옥… 등 계층과 세대를 가리지 않고 인문학강좌가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대학에서는 인문학이 죽었다고 아우성인데 밖에서는 인문학이 뜨고 있으니 이 희한한 현상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첫째, 강단 밖 인문학자들은 ‘인문학 위기론’을 고답적인 인문학자들의 엄살 정도로 여긴다. ‘위기론’의 실체는 아카데미 권력 구조의 위기이지 인문학의 위기는 아니라는 것이다. 더 나아가 그들은 삶의 문제에 대한 답을 주지 못하고 강단에 갇힌 인문학이 위기에 직면한 것은 오히려 당연하다고 말한다. 그리하여 이러한 흐름에 반기를 든 인문학 생산자들이 강당 밖에서 왕성한 지적 욕구를 토해내고 있다.

둘째, 6월체제의 한계다. 요즈음은 97체제, 2007체제를 말하지만 여기서 그런 구분은 큰 의미가 없다. 문제의 핵심은 6월항쟁 이후 20년 동안 민주주의는 대중들이 그토록 갈망하고 있던 삶의 원형질과 만나는데 실패했다는 것이다.

한국 민주주의는 정치권력이라는 지층에 머무르지 않고, 삶의 의미에까지 깊숙이 뚫고 들어갔어야 했다. 그것이 민주주의의 심화과정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한국의 민주주의는 아직 지표에 머물러 있다. 아직 만나지 못한 것이다. 제도개혁운동만으로는 민주주의와 만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대중들이 삶의 원형질에 대해 품고 있는 갈증이 풀어지지 않는다. 그래서 대중들 스스로 찾아 나섰다. 그것이 바로 인문학 유행이다.

대중들은 제도나 이념을 넘어서 삶의 의미와 만나고 싶었을 것이다. 그러나 6월항쟁 이후 얻어낸 현재까지의 민주주의는 그것을 채워주지 못했다. 그래서 ‘민주주의가 밥 먹여주냐?’는 식의 도발적인 의문을 갖게 된 것이다. 언뜻 보면 이 부분은 이율배반적일 수 있다. 대중들은 ‘경제살리기’ ‘국민성공시대’에 표를 던졌으면서도 한편에서는 삶의 의미를 원한다. 바로 여기서 사회운동은 대중들의 메타포적 요구를 해독해내는데 실패했다. 대중들은 단지 배만 부르면 족한 게 아니라 사랑, 자존심, 영혼의 밥을 원했던 것이다. 

이렇게 본다면 최근 들불처럼 번지고 있는 ‘민주주의의 위기’를 mb 탓으로만 여겨서는 문제를 풀기 어렵다. 분명히 mb는 민주주의를 흔들고 있다. 그런데 흔든다고 뿌리까지 흔들린다면 그것이 더 문제다. 위기냐 아니냐 상황을 규정하는 이니셔티브를 mb에게 내주고 있는 것이다. 흔들지 말라고 mb에게 ‘부탁’이라도 할 건가? 이래서는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 흔들리지 않는 민주주의를 위해서 지난 20년 동안 사회운동은 무엇을 했는가에 대한 성찰이 앞서야 한다.

하지만 현재의 인문학 확산을 반드시 유행으로만 보기는 어렵다. 일단 겉으로 드러난 다양한 형태의 인문학 수요는 유행인 측면이 있어 보인다. 어쩌면 바람처럼 지나 갈 수도 있다. 그러나 대중들의 내면에 꿈틀거리고 있는 인문학적 요구의 본질은 결코 유행이라고 보기 어렵다.

바로 이 대목이다. 바람처럼 지나가기 때문에 본질을 잘 보지 못할 수 있다. 흥청거리는 잔칫집에서는 문제가 분명하게 드러나지 않는다. 그러다가 손님들이 다 가고 빈 술병만 뒹구는 그런 썰렁한 상황이 오면 이미 늦다. 사회운동은 거대권력과 싸우는 데는 누구보다도 먼저 앞장서왔지만 대중들의 요구와 소통하는 데는 늘 뒷북치기 일쑤였다.

그렇다면 어떻게 할 건가. 핵심은 인문학적 요구의 본질을 붙잡는 것이다. 여기서 인문학의 본질이란 삶의 의미다. 삶의 의미는 자신의 삶을 정면으로 바라볼 때 얻을 수 있다. 그것은 불편함을 뜻한다. 요리조리 자꾸 알리바이를 만들려고 하면 보이지 않는다. 비용도 따른다. 민주주의가 그런 것처럼.

바로 이것이 인문학과 민주주의가 만나는 지점이다. 인문학은 삶의 문제에 대해서 긴장을 요구한다. 사람은 불편해야 바꿀 생각을 하게 된다. 그냥 편하게 살고 싶은데, 적당히 넘어가도 좋은 것을 뒤집어 보게 만든다. 지금 이 순간 지구촌 어디선가 벌어지고 있는 전쟁과 폭력, 기아와 소비의 부조화를 가슴으로나마 느껴보기를 요구한다. 자기 스스로 지금까지의 소비행태에 불편해하지 않으면 ‘불편한 삶의 철학’이 생겨나기 어렵다. 역설적이게도 인문학의 몫은 고객을 긴장시키는 것이다. 그것이 진짜 ‘고객만족’이다. 그래야 민주주의가 산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시민들의 내면에 들어차있는 인문학적 컨텐츠와 소통하는 것이다. 시민들의 경험과 삶의 원형질이 만날 수 있도록 다리를 놓아주는 것, 그것이 시민교육의 몫 아닐까. 조금 비약하자면 시민교육은 인문학 그 자체다. 민주주의는 시민들이 소비자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생산자가 되는 것이다. 모든 시민이 스토리텔러이자 인문학의 주인이 되도록 하는 것, 그것이 민주주의일 것이다.


발문
 참여연대는 올해 아카데미 ‘느티나무’를 오픈하고 봄부터 초여름까지 진행되었던 ‘민주주의학교’, ‘인문학교’, ‘고전세미나’, ‘굿모닝세미나’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하였습니다.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가져주시고 격려해주셨으며, 300여 분이 강좌에 참여하셨습니다. 여름에는 기존에 강의를 들으셨던 분들이 직접 참여하며 기획하는 과정을 만들어, 올 가을 더욱 풍성한 프로그램으로 찾아뵙겠습니다. 최근에는 참여연대 뿐 아니라 다양한 공간에서 많은 강좌들이 진행되고 있는데요, 예전하고는 달리 단순한 ‘바로알기’식 강좌에서 직접 참여하고 ‘나’를 성찰하고 관계를 고민하는 형태를 띠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전문가의 의견을 들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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