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참여사회 2007년 06월 2007-06-01   819

핏빛 5월도, 찬란한 6월도 이젠 먼 얘기

“6월 민주항쟁은 잘 계승되고 있을까요?”

요즘 6월 항쟁 20주년으로 ‘들뜬’ 시민사회에 색다른 질문을 던져봅니다.

“항쟁은 계승되지 않고 있다.

”이렇게 결론 내려 봅니다.

제 ‘섣부른’ 결론을 부분적으로 뒷받침해주는 2개의 설문결과를 보겠습니다.

“5.18을 어떤 역사적 사건으로 기억하냐는 질문에 응답자 10.2%는 ‘폭동’, 6.7%는 ‘사태’라고 답하는 등 전체 16.9%가 부정적인 견해를 나타냈다.” (2007년 5월, 5.18재단에서 실시한 국민 1,500명 조사 결과)

“광주·전남지역 초등학생 가운데 5.18의 성격을 제대로 아는 응답자는 1.2%에 그쳤고 중학생은 4.0%, 고등학생 12.0%로 집계됐다. 또 한국 근현대사의 역사적 사건들이 언제 일어났는지를 묻는 질문에 광주·전남지역 학생들은 3.1운동에 대해서 상대적으로 높은 17.2%가 정확한 응답을 했을 뿐 4.19혁명 2.8%, 6월 항쟁 3.8% 등으로 인지도가 낮았다.”(2004년 5월, 한국사회조사연구소의 초·중·고생 1만3,867명 조사 결과)

6월 정신, 제대로 이어지고 있는가

우리 사회에서 4.19혁명은 아주 먼 옛날 얘기가 돼 버렸고, 5.18민중항쟁, 6.10민주항쟁도 이제는 먼 얘기가 되어가고 있는 것이라 생각됩니다. 특히 미래 사회의 주역인 10대, 20대들을 생각해보면 더더욱 그렇습니다. 역사적인 항쟁을 경험한 세대들이 매번 항쟁을 기념하고 계승을 결의한다고 해서 항쟁이 계승되는 것이 아닙니다. 실질적이며 참다운 계승 여부는 미래 세대들에게 달려 있는 것입니다. 그날을 잘 모르는 세대들에게 정확하게 인식되고, 깨우침과 공명이 되는 그런 계승이 필요합니다. 그것이 미래 한국사회의 민주주의와 시민사회 발전의 동력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지금 시민사회는 중대한 위기의식을 지녀야 합니다. 한국의 민주주의와 시민사회의 모태가 된 5월민중항쟁, 6월민주항쟁의 정신이 미래세대에게 제대로 계승되고 있다고 보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동시대 시민들의 혼란도 여전합니다. 5월민중항쟁을 부정하는 여론이 아직도 상당히 존재하고 있고, 참배를 거부하는 한나라당 의원들까지 있습니다. 심지어 4.19혁명을 부정하고 5.16 군사쿠데타를 찬양하는 무리들까지 나타났습니다. 바로 뉴라이트가 그들인데, 이들은 4.19, 5.18, 6.10으로 이어지는 민주항쟁의 역사를 노골적으로 폄훼하고 친일·친미·군사독재의 역사를 긍정하고 있습니다.

민주시민 양성 위한 시민교육 시작해야

또 다른 위기는 더 이상 대학·야학·교회·사찰 등에서 각성된 ‘민주시민’을 배출하지 못한다는 사실입니다. 이제는 시민사회가 시민들과 대학사회와 직접 소통해야 합니다. 특히, 대학사회와 교류 협력을 대폭 강화해야 합니다. 예를 들면, 대학마다 교양과목으로 ‘시민사회와 NGO’등의 과목을 개설하도록 전국의 대학에 제안해야 합니다. 전국적 시민사회 운동의 새로운 장을 마련하고자 200여개 단체가 모여 만든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에서 제안 배경을 담은 공문을 각 대학에 발송하고 대학 교양과목 담당자를 면담하는 것도 방법입니다. 대학 측의 노력도 분명 필요하지만, 시민사회에서 먼저 노력해 ‘1시민단체 1대학 자매결연 또는 협약체결’같은 형태로 인연을 만들어나가야 합니다.

그 교양과목이 개설된 대학의 학생들은 그나마 수업을 통해서 시민사회와 시민사회운동에 대한 이해와 참여의 계기를 가지게 됩니다. 시민사회를, NGO를 공부한다는 것은 민주주의와 인권, 평화와 복지의 가치를 배운다는 것으로 그것이 바로 항쟁의 계승이고 연속입니다. 또 틈만 나면 대학에서 특강이나 간담회 공연 등도 개최해야 합니다. 그리고 대학마다 NGO관련 동아리도 만들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해야 합니다. 대학생 인턴과 자원활동 프로그램 강화는 기본이고요. 예전엔 대학생들이 교양과목 개설 투쟁도 열심히 했지만 지금은 거의 없는 일이 됐지요. 대학생들을 기다릴 게 아니라 직접 찾아나서야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최근 개설된 참여연대의 ‘시민운동 청년연수 프로그램’은 괜찮은 기획이었지요. 그리고 좋은 강좌와 이메일뉴스레터로 꾸준히 시민들을 만나고, 시민교육에 성심을 다하는 인권연대의 사례도 배워야 합니다. 대부분의 단체들이 회원과 회비가 줄어든다고 하는 근래 인권연대의 회원과 회비는 계속 늘어나고 있습니다.

항쟁 이어가려면 시민을 만나라

시민운동에 대한 시민들의 관심과 좋은 느낌을 드높이기 위한 다양한 기획을 준비해야 합니다. 모든 시민이 기뻐하고 꼭 필요로 하는 의제들을 많이 개발해야 합니다. 아직도 시민들이 불편해하고 힘들어하는 일들은 무수히 많습니다. 시민사회단체들이 각자의 영역에서 전문성을 발휘해 권력을 감시하고 정책대안을 제시하는 것과 반드시 병행해야 할 일입니다. 미래세대는커녕 민주주의 항쟁을 경험한 세대들까지 민주주의나 시민사회에 대해 거리감을 느끼고 냉소를 보내고 있다면 정말 보통 일이 아니니까요.

시민과 학생들이 민주주의와 시민사회의 소중함과 의의를 느낄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도 일상화되어야 합니다. 또한 학생들의 교육과정(시민들의 재교육과정)에서 민주주의와 시민사회, 인권과 복지, 정의와 평화에 관한 교육을 강화하는 프로젝트에 착수해야 합니다. 지금의 교육과정에서 배우는 5.18, 6.10항쟁 등은 매우 형식적입니다. 그런 일이 있었다는 것으로 교육이 끝나서는 안 되지요. 일선 학교와 연대가 필요합니다. 주변의 중·고등학교들과 특강 등 기획교육을 시작해야 합니다. 이 또한 교육단체들과 지혜를 모을 필요가 있습니다.

우리가 4.19를 이어 5.18 27주년, 6.10 20주년의 5,6월을 산다는 것은 커다란 슬픔과 격정을 안고 사는 것입니다. 우리 민중들은 엄청난 슬픔과 격정의 그 7년 사이에 불완전할지라도 역사를 뒤집었습니다. 그런 5월과 6월이 잊히고 있습니다. 이른바 ‘운동권’들마저도 쉽게 잊거나 ‘기념’하고 있습니다. 그 5월과 6월은 ‘기념’하라고 있는 시절이 아닙니다. 계승하고 깨우치고, 사랑하고 투쟁하라고, 그리하여 새롭게 건설할 민중의 새 세상을 위해 있는 것입니다. 절박한 심정으로 시민사회가 시민들을, 미래세대를 만나야 합니다. 항쟁의 단절을 막아야 합니다. 여기에 민주주의와 시민사회의 사활이 걸려 있습니다.

안진걸 희망제작소 사회창안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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