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참여사회 2005년 07월 2005-07-01   915

[참여사회 인터뷰] “생명위협도 삶의 일부, 민주화운동은 계속될 것”

인도네시아 인권변호사 풍키 인다르띠 씨

지난 6월 16일부터 18일까지 3일간 서울 불광동 한국여성개발원 국제회의장은 국제문제에 대한 열기로 가득했다. 참여연대 국제연대위원회가 국제시민사회의 흐름을 개괄하기 위해 마련한 ‘시민사회단체 활동가 국제문제 교육강좌 2005’가 열린 것이다. 워크샵 마지막 날인 18일에는 인도네시아 인권변호사인 풍키 인다르티 씨가 직접 ‘인도네시아, 아체, 쓰나미’에 대해 강의했다.

36세인 풍키씨는 인도네시아의 중견 인권변호사이며 동시에 인권운동가로 민주화세대인 신세대운동가그룹의 선두에 서 있다. 그녀는 법률구조공단의 노동분과를 맡아 전국을 누비며 법률지원을 했으며 얼마전 군부에 의해 독살당한 인권변호사 무니르(Murir)씨와 함께 수라바야공장의 노동자조직화를 이끌어 내기도 했으며, 현재는 인도네시아 인권단체 ‘임파르샬(The indodesian human rights motor, Imparsial)’에서 사무총장으로 일하고 있다. 6월 18일 워크샵에서 풍키 인다르티(Poenky Indarti)씨를 만났다. (통역: 전제성 동아연구소 상임연구원, 성인규 한국외대 국제지역대학원)

임파르샬은 어떤 활동을 하는가.

“주요한 활동은 3가지다. 첫째로 안보분야 개혁운동으로 군부와 무기거래를 감시한다. 다음은 인권운동가 보호운동으로 인도네시아 정부, 특히 군부의 탄압으로부터 인권운동가를 지켜내는 일이다. 이들의 탄압은 생명을 위협할 정도다. 나의 오랜 동료이자 우리 단체의 소장인 무니르가 지난해 9월 정보기관과 군부에 의해 독살당했다. 세 번째는 국가의 인권정책을 모니터하고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그리고 아체지역과 파푸아지역의 운동을 지원하고 있다.”

인도네시아에서 민주화운동을 하면서 겪는 어려움은 무엇인가.

“일부 민주화되었다고는 하지만 실질적인 교체는 안되었다는 것이 문제다. 우선 인적구성을 포함해 시스템 전반이 과거 수하르토 시대의 권위주의 통치시대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실질적 민주화를 추동해야 할 시민사회의 기반은 너무 취약하다. 수하르토 정권을 무너뜨린 1998년 항쟁도 완전히 시민사회에서 일어났다고 보기 어렵고 그 수혜를 온전히 받지도 못했다. 또 한가지는 운동성에 대한 고민이다. 시민사회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운동가들은 물론 시민들에 대한 교육은 필수적인데, 현실적으로 매우 어렵다. 게다가 물리적인 폭력을 망설이지 않는 국가가 언제든지 개입할 소지가 많고, 정당과의 연계도 불가능하다. 현재 인도네시아에서는 정당은 80여 개나 있지만 그저 고위층의 부와 권력을 유지하는 기관일 뿐이다. 시민들은 정당을 전혀 믿지 않는다. 이런 상황에서 일방적으로 밀려오는 세계화도 큰 어려움이다. 일부 시민들은 정부와 정당은 물론, 시민사회까지도 부정적으로 보고 공격하기도 해 우려하고 있다.“

아체지역 갈등의 원인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인도네시아 정부가 약속을 지키지 않은 것이 첫번째 이유다. 아체지역은 이슬람권으로 오래 전부터 분리요구를 해왔다. 그러나 종교, 문화, 경제 등 각 영역의 독립과 자치를 보장하겠다는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1949년 수까르노 대통령 시절, 다오르가 주도하는 반란이 시작되었고 이후 아체 특별자치기구가 허용되었다. 그러나 수하르토는 아체를 기독교가 다수인 북부 스마트라 일부로 편입해 버렸다. 아체민중들이 분노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1998년 이후 아체의 상황도 많이 알려져 상호적대를 중지하라는 국제여론을 받고 있다.”

쓰나미는 최악의 재해였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세계 각지에서 구호가 몰려든다는 것이다. 이들의 구호는 실제 피해주민에게 효과적으로 전달되고 있나.

“이번 쓰나미는 정말 끔찍한 사건이다. 원래 지진이 많은 지역이라, 별일 아니라고 여겨 피해가 더 컸다. 바닷물이 순식간에 빠져나간 자리에 물고기가 파닥거리자, 사람들이 이를 줍기 위해 바닷가로 들어갔다. 빠져나갔던 물은 엄청난 속도로 다시 덮쳤다. 6미터 높이의 바닷물이 해안선 안쪽 10킬로미터까지 덮쳤다. 너무도 많은 이들이 죽었다.

다행히도 세계 곳곳에서 구호가 밀려들었다. 그러나 재난 초기에 인도네시아 정부는 아체지역에 대해 구호단체의 출입조차 불허했다. 구호품 전달이 늦어져 더 많은 피해가 발생했다.

인도네시아 정부가 태도를 바꾼 후에도 유감스럽게도 구호품은 쓰나미 피해자들에게 제대로 전달되지 못하고 있다. 우선 군부 등 권력층이 중간에서 구호품을 착복하는 문제가 있다. 다른 한편으로는 체계적이지 못한 구호활동으로 효율성이 떨어지는 점이 있다. USAID라는 단체의 활동을 예로 들 수 있다. USAID는 수재민인 아체민중들에게 줄 배를 구입했으나 사전조사부족과 분배과정의 문제로 인해 배는 농민들에게 전달되고 말았다. 배가 필요없는 농민들은 이 배를 어민에게 팔았다. 이렇게 시민과의 협조가 없는 원조는 돈을 버리는 것과 같다. 무엇보다 피해주민이 구호작업에 직접 참여해 소통과 조정을 해가는 것이 중요하다.”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시민사회가 인도네시아 민주화를 위해 무엇을 하길 바라나.

“국제연대 네트워크가 매우 중요하다. 민주화 역사나 경험이 부족한 인도네시아에게 인권관련 활동, 시민교육, 부패문제를 비롯해 각종 정책의 모니터링 활동 등에 대한 경험을 나누길 바란다. 동시에 국제사회가 직접 모니터링 하는 것도 중요하다. 대부분의 독재국가가 그렇듯 인도네시아 정부도 이 두가지를 두려워 한다. 정부를 비판하고 감시하는 내부의 민주화운동세력들과 국제여론이라는 외부의 힘이다. 만약 한국이 인도네시아 인권실상 등을 모니터링해 인도네시아 정부에 시정요청문서를 보낸다면 인도네시아 정부는 이를 두려워하고 실제 반영하려고 애쓸 것이다.”

한국방문은 처음인가.

“그렇다. 이렇게 한국에 와서 여러 활동가들을 만나 네트워크를 만들어서 기쁘다. 이를 계기로 교류가 많아지길 바란다. 자리를 마련한 주최 측에 감사한다.”

생명의 위협까지 있는데, 두려움은 없나.

“생명의 위협은 이미 삶의 한 부분이다. 앞서 말했듯 우리 단체의 소장인 무니르가 작년에 살해되었다. 그 이후 인권운동가를 보호하는 프로그램을 만드는데 더욱 애쓰고 있다. 상대적으로 자카르타에 있는 인권운동가는 안전한 편이다. 아체와 파푸아 등 분쟁지역에 있는 이들은 정말 위험하다. 그런데도 많은 인권운동가들이 그곳에 머물러 있고 그곳으로 가려고 한다. 나조차도 때때로 놀라고 감탄한다. 위험하더라도 싸워야 한다고 믿기 때문일 것이다. 이들 운동가와 시민사회에 애정을 갖고 도움을 주는 많은 분들이 있어 그동안 싸워왔다. 이렇게 인도네시아 민주화운동은 계속될 것이다.”

최현주 인터넷참여연대 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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