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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 과거와 현재의 역사가 살아 숨쉬는 광화문-서촌 탐방

참여연대365
작성자
이선희
작성일
2020-11-12 11:33
조회
1084

과거와 현재의 역사가 살아 숨쉬는 광화문-서촌 탐방




이선희 시민참여팀 간사 


 



지역감정은 어떻게 생겨났을까요. 지리적으로 가까운 곳에 사는 사람들의 정치적 생각은 서로 크게 다르지 않다고 합니다. 영남과 호남 지역 사람들의 정치색이 나눠지는 이유도 같은 지역에 사는 사람들끼리 의견을 교환할 기회가 그만큼 많기 때문이겠지요. 그런데 그런 지리적 원인은 남북 방향으로 200km, 동서 방향으로 약 100km가 넘으면 음의 상관관계를 나타냅니다. 


 


한국의 지역감정에 대해 혹자는 그 기원을 삼국시대에서 찾기도 합니다. 영남-호남이 각각 과거의 백제-신라와 지리적으로 유사한 곳이기 때문에 유구한 역사 속에서 고착화된 현상이라는 것이죠. 그러나 지역감정은 길게 잡아 30년도 안되는 한국현대사의 암울한 기간에, 투표에 의해 선출되기를 바란 정치인에 의해 조장되었다는 것이 정설입니다.


 


갑자기 이런 얘기를 꺼내는 이유는, 오늘 우리가 방문할 지역이 상당히 복잡한 감정을 자아내기 때문입니다. 바로 광화문에서 시작해 서촌에 이르는 길인데요, 조선시대에 중인들의 거주지였던 이곳은 경복궁뿐만 아니라 후궁들의 궁터가 곳곳에 남아있고, 친일파와 독립운동가의 거주지가 공존하며, 윤동주나 이상 같은 예술인들이 살았던 곳이기도 합니다. 


 


변화무쌍하고, 복잡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뒤섞여 있던 서울의 중심가는 근래까지도 그런 맥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모두 잘 아는 것처럼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촛불과 박근혜 전 대통령의 복권을 염원하는 태극기부대가 상반되는 내용의 집회를 광화문 광장에서 펼치기도 했으니까요. 조선시대에도 그랬고 현재도 정부청사, 경찰청, 대사관 등 국가의 주요시설이 있기 때문에 당연한 일이겠지요. 


 


오랜 시간에 걸쳐 서로 다른 생각과 사람들이 얽힌 이곳을 함께 걸어볼까요? 참여연대 회원님들과 함께 걷는 탐방은 청계천 소라탑에서 시작되었습니다. 


 


20201107_광화문서촌탐방



 


과거와 현재의 역사가 만나는 광화문길


 


소라탑 바로 옆에는 채널A(동아일보사) 건물이 있는데요, 이곳은 최근 설치 논의를 하고 있는 공수처와 관련이 있는 장소입니다. 한동훈 검사와 채널A 소속의 이동재 기자가 여권 유력인사를 수사하기 위해 관련자를 회유/협박한 사건이 현재 수사중입니다. 참여연대는 1996년부터 공수처(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설치 운동을 해왔고, 23년이 흘러 지난해에야 겨우 관련 법안이 통과되었습니다. 공수처가 빨리 설치되어 제대로, 공정한 수사를 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아 기념사진을 찍고 오늘의 탐방을 출발했습니다. 


 


20201107_광화문서촌탐방


횡단보도를 건너면 세월호농성장과 광화문 광장이 펼쳐집니다. 많은 이들에게 탄핵촛불의 함성으로 기억될 광화문 광장은, 그전에 세월호 유가족들이 진상규명을 촉구하며 장기간 단식농성을 이어간 장소이기도 합니다. 내년이면 7주기가 되는 세월호 참사, 여전히 부족한 진상규명을 위해 사회적참사특별법 개정 운동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광화문을 바라보고 좌측으로 돌아서면, 외교부와 국민권익위원회 건물이 보입니다. 한미FTA나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 등을 위해 외교 협상이 이 곳에서 진행됩니다. 참여연대는 부패방지법 도입을 처음으로 촉구한 시민단체입니다. 그래서 부패방지와 공익제보자 지원 등을 담당하는 국민권익위원회를 통해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기도 합니다. 


 


그 뒤쪽으로는 종교교회가 자리하고 있는데요, 이 교회의 이름은 조선시대 '종침교'가 ‘종교’로 줄여 불리게 되면서 ‘종교’ 교회라는 이름이 되었다고 합니다. 허종-허침 형제 이야기, 연산군이 어머니인 윤씨의 폐비를 찬성한 신하를 모두 죽였다는 ‘갑자사화’ 이야기가 전해 지는 곳입니다.


 


20201107_광화문서촌탐방



종교교회에서 경복궁역 방향으로 올라오면, 청와대 방면으로 창의궁터-백송터가 자리하고 있습니다. 서촌은 예로부터 중인들의 거주지로 역관 등 전문직 종사자들이 모여살던 곳입니다. 경복궁역 왼편으로는 금천교 시장이 있는데요, 금천교는 고려시대 남경 시절 충숙왕때 지은 것으로 1928년까지 우리나라 최고로 오래된 다리였습니다. 경복궁역은 ‘구멍뚫린 피켓’을 통한 선거캠페인이, 금천교 시장에서는 임대인의 막무가내 임대료 인상으로 쫓겨난 ‘궁중족발’ 사연이 있는 곳입니다.

 


20201107_광화문서촌탐방


 


골목을 따라 참여연대 방향으로 올라오면 이상의 집이 있는데요, 서촌은 예술가들이 많기로도 유명한 지역입니다. 1930년대 아방가르드 문학가로 알려진 ‘이상’의 집부터 윤동주 시인의 하숙집 등이 있고, 겸재정선의 인왕제색도는 바로 서촌의 ‘인왕산’을 그린 작품입니다. 



 


친일파와 독립운동가의 역사가 공존하는 곳, 서촌


 


서촌의 랜드마크(?)로 자리잡아 가고 있는 참여연대 건물에서 잠깐 휴식을 취하고, 바로 남은 여정을 이어갔습니다. 대오서점 등 오래된 상가들이 즐비한 골목을 지나면 벽수산장-이여성 집터가 나옵니다. 친일파 윤덕영은 일제강점기에 옥인동 땅의 절반이상을 사들여 이곳을 송석원이라 칭하며 프랑스풍 저택인 ‘벽수산장’을 지었습니다. 한편, 독립운동가이자 동아일보 조사부장을 지낸 이여성의 집터도 윤덕영의 집 근처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윤덕영이 대궐같은 벽수산장을 짓기 위해 옥인동 일대 땅을 사들였는데 끝까지 팔지 않았다던 이야기가 전해지지만 아쉽게도 이여성 집터에는 아무런 표식도 남아 있지 않습니다. 


 


20201107_광화문서촌탐방



이어서 국립맹학교 방면으로 가는 길에는 신민회의 창립멤버인 독립운동가 우당 이회영 기념관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이회영 6형제가 명동일대의 땅을 헐값에 팔고 가족 모두가 중국으로 독립운동을 하러 떠난 이야기는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기념관이 있는 거리의 이름은 필운대로 인데요, ‘필운대’는 선조때 영의정을 지냈고, 권율장군의 사위인 이항복의 집터 이름입니다. 이항복의 10대 손인 이회영 선생의 기념관이 필운대로에 자리잡은 것이 필연인 것만 같습니다. 


 


기념관 바로 앞에는 맹학교(선희궁터)가 있습니다.  서촌일대에는 후궁들의 집터가 많은데요, 현재 맹학교가 자리하고 있는 선희궁은 영조의 후궁 영빈 이씨의 사당이었습니다. 


 


은행나무가 노랗게 물든 길을 따라 큰 길로 나오면 청운동사무소가 보입니다. 현재 청운초등학교터는 가사문학의 거장 송강 정철이 탄생한 곳이고, 청운동사무소 근처에는 옛 물길을 건너는 신교라는 다리가 위치한 곳입니다.  


 


길 건너에는 청와대가 보이는데요, 청와대 사랑채는 오늘 여정이 마무리되는 곳입니다. 1인시위 및 각종 기자회견이 열리는 청와대 앞 분수대는 1960년 4.19 당시 시위대를 향해 최초로 발포한 현장입니다. 현재 국가폭력을 알리는 역삼각형 모양의 인권 표지석이 광장 바닥에 자리해 있습니다. 박근혜 퇴진 촛불집회 초기에는 청와대 100미터 앞까지 행진이 허용되지 않았고 참여연대가 무려 6번의 소송 끝에 이곳까지 행진이 가능했던 곳이기도 합니다. 


 


오늘 광화문-서촌 탐방 어떠셨나요? 가을을 즐기며 여유를 만끽하기에도 좋은 길이지만, 서로 모순되어 보이는 이야기를 지닌 역사적 장소들을 보면서 어떤 생각을 하셨을까요? 오늘 탐방한 장소들은 친일파나 독립운동가, 보수와 진보로 단정지음으로써 설명될 수 없는 다양한 이야기가 녹아 있을 것입니다. 그 시간과 장소 속에 내재된 이야기를 새롭게 발견할 수 있는 탐방이 되었기를 바라며, 더 알찬 프로그램으로 또 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