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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칼럼
  • 2010.07.15
  • 1881

[기고] 민간인 사찰, 인터넷실명제, 민주주의 / 박경신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 참여연대 공익법센터 소장
 
 
 
최근 언론들이 보도하는 ‘상시 민간인 사찰’이 가능한 것은 세계에서 유일하게 우리나라만 시행하고 있는 두 제도인 인터넷 실명제와 ‘통신자료 제공’ 때문이다. 실명제는 모든 주요 사이트에 온라인 게시물을 올리는 사람의 신원정보를 그 사이트 운영자가 취득하도록 의무화했고, ‘통신자료 제공’ 제도는 사이트 운영자가 이 신원정보를 수사기관에 자유롭게 제공하도록 허용하고 있다.
 
김종익씨 사건도 동영상 작성자는 유튜브에 올려서 그 신원의 확정이 어려웠겠지만 다음 블로그에 올려진 동영상 게시자가 김종익씨였음을 확정하는 것은 아주 쉬웠을 것이다.


이 두 쌍둥이 제도를 통해 수사기관들은 매년 10만건이 넘는 온라인 게시물의 게시자 신원을 확인하고 있다. 수많은 ‘불온게시물’ 중에서 ‘요주의’ 인물들을 솎아내는 데에 이 두 제도는 필수적이다. 사찰을 넘어 ‘액션’으로 넘어갈 때는 신원을 확실히 하기 위해 아이피(ip) 추적도 하겠지만 그건 나중 문제다. 위 숫자는 같은 기간 우리나라에서 발부되는 모든 압수수색영장 숫자를 넘어서는 수치이다. 헌법의 영장주의가 무색하게도 우리나라는 법관에 의하지 않은 압수수색이 법관에 의한 압수수색만큼 많다.

이 제도들의 필요성을 느끼는 사람들의 충정을 이해 못하는 바 아니다. 확인되지 않은 사실들을 근거로 횡행하는 ‘악플’들은 사람들에게 심한 상처를 남길 수 있다.

실명제 찬성론자들의 가슴속에는, 각자의 언행에 대해 엄밀하게 책임을 묻는 ‘사상의 자유 시장’의 냉혹한 경쟁으로부터 사람들을 보호해주고자 하는 공동체적 온정주의가 틀림없이 자리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 사회는 실명제를 통해 익명의 견해의 표출을 억제하면서도 다른 한편 요행히 익명의 견해가 감지되면 그 자체를 소중히 하여 ‘분위기’, ‘대세’, ‘정계’, ‘금융권’ 등 익명의 소스를 근거로 중요한 판단을 내리는 모순된 모습을 보여왔다.

또 장자연리스트 실명 보도가 끝내 이루어지지 않았던 사례에서 보듯이 비판의 대상이 되는 사람의 익명성도 유난히 두텁게 보호해왔다.

이들 입장에서는 이 제도들이 악플의 비율을 줄이지는 못하더라도 전체 게시글 수를 줄여서 최소한 악플의 절대숫자라도 조금 줄일 수 있다면 성공인 것이다. 즉 인터넷상의 폭풍 같은 소통에 브레이크를 걸어줘야 우리가 조금 덜 각박하게 살 수 있다는 기대감의 발로이다. ‘위축효과’이든 헌법이든 ‘먹고살자고 하는 일’보다 중요할 수는 없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이러한 온정주의는 누구를 위한 것인가. ‘힘이 없는’ 사람들일수록 더욱 익명을 필요로 한다. 이런 광범위한 모니터링 속에서는 아직 취직을 못하고 있는 소비자들은 기업들이 생산하는 제품에 대한 사용후기도 제대로 올리지 못하게 될 것이다. 실명제로 소통의 총량이 줄었다면 ‘힘없는’ 사람들의 말이 주로 줄었을 것이지 필자 같은 사람들의 말이 줄지는 않았을 것이다.

더욱 중요한 것은 정책적 고려의 저울 한쪽에 온정주의가 있다면, 이번 민간인 사찰 사태가 보여주듯이 저울의 다른 한쪽에는 민주주의가 있다. 익명 표현의 자유는 다른 개인적 자유와 달리 육중한 무게가 있다. 민주주의와의 불가분의 관계 때문이다. 볼테르나 해밀턴을 들먹이지 않더라도 우리나라에서도 일제강점기와 군사독재 시절에 많은 이들이 가명으로 조국과 민주주의를 위해 싸웠다. 미국 독립의 최초 주장을 ‘영국인’이 하였듯이 우리나라에서는 자유를 요구한 많은 저자들이 ‘편집부’였다.

모든 사람들은 잠재적으로 소수자이다. 압제에 대해 대다수가 숨죽이고 있을 때 목소리를 높이는 순간 ‘소수자’가 된다. 이들의 목소리가 없이 민주주의가 완성될 수 없음은 물론이다. 민주주의를 만들 때 필요한 것은 지킬 때도 필요하다.



* 이 글은 7/12 한겨레에 기고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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