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생희망본부 주거 2010-01-08   1357

[논평] 용산 참사의 원인, ‘재개발’ 문제에 대한 근본 대책 마련해야

희생자 장례식을 끝으로 모든 게 해결됐다고 생각하면 안돼

제2, 3의 용산참사를 막기 위한 법·제도·관행 개선 시급히 서둘러야
인권과 시민안전 보장을 위한 공권력의 엄정한 행사 기준 마련해야

1월 9일 슬프고 안타까운 용산 참사 희생자들의 장례식이 열린다.
거의 일년간을 끌어오던 용산참사 해결의 실마리가 풀린 것과 장례식을 치르게 된 것은 다행이지만, 희생자들과 유가족들의 고통과 상처를 생각한다면 지금도 참혹한 심경을 감출 수가 없다.

참여연대는 용산 참사 장례식에 즈음해, 다시는 이같은 사태가 재발되지 않도록 분명한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과제라 판단한다. 그런 점에서

△인권과 시민안전보장이라는 원칙 하에 공권력의 행사 기준을 엄정하게 재정립 할 것,
△폭력적·반인간적 재개발정책을 근본적으로 수정할 것,
△재개발 시 제대로 된 서민과 세입자 대책을 수립할 것을 다시 한번 촉구한다.

그러나 매우 안타깝게도 또 다른 용산 참사의 그림자들이 서울시내는 물론, 전국적으로 짙게 드리워져 있다. 정부와 지자체, 국회는 제 2의 용산 참사를 방지하기 위해 재개발 문제에 대해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우선 재개발·뉴타운 지구 등에서의 영세가옥주 및 세입자들의 불안감을 해소할 수 있도록 행정기관의 책임행정이 요구된다. 재개발을 시작할 때 재개발에 동의할지 안할지를 결정하는데 가장 핵심적인 것은 ‘부담금’이 얼마인지의 내용인데, 사실상 백지상태에서 아무런 정보도 제공받지 못하고 재개발동의를 한 후 1-2억원이 넘어 영세가옥주의 소득으로는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엄청난 부담금을 떠안게 되는 문제가 여전히 반복되고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행정기관에서 재개발지구의 가구밀도, 용적율, 도로 등 기반시설 확장계획 등을 종합하여 어느 정도의 부담금이 발생할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를 제공해야 하는데, 서울시가 ‘공공관리자제도’를 시범실시 하겠다는 것 외에 어떠한 지자체도 이러한 책임행정에 나선 사례를 본 적이 없다.

재개발이 시작된 이후에는 조합원들의 부담금을 10-20% 이상 인상하려면 조합원 3분의 2 내지 5분의 4의 다수결의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 법원판례임에도 조합원 부담금을 50-70%씩 무분별하게 인상하는 관리처분계획까지 인가를 해주고, 세입자들의 주거안정 대책은 외면하는 행정기관의 무책임 행정이 재개발지구의 영세 가옥주들과 세입자들을 불안에 떨게 하고 있다. ‘내가 구청장으로 있는 한은 무분별한 부담금 인상을 불러오는 관리처분계획 등은 절대 허용하지 않겠다’, ‘세입자들의 주거안정대책만큼은 제대로 수립하겠다’는 책임행정의 자세가 절실한데, 여전히 일선구청장들의 무책임행정이 개선되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한 제도적 개선책마련이 시급하다.

세입자들의 이주 대책, 전세 대책을 해결하기 위한 근본적인 접근도 이루어져야 한다. 서민들과 세입자들이 재개발 시 이주할 수 있는 공공임대 아파트, 소형·저렴 주택 등을 획기적으로 늘리고, 주거이전비와 임대주택 입주권 등을 철저히 보장하고, 서민들의 주거안정을 위한 주택임대차보호법 및 임대주택법, 주택법등 관련 법 개정도 함께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강남을 대체하는 고급도시로의 재개발이라는 개발의 ‘컨셉’이 바뀌지 않는 한 대부분의 영세가옥주, 세입자가 사는 뉴타운·재개발 지구에서의 개발사업의 문제점은 해결될 수가 없다. 장위 뉴타운, 천호 뉴타운, 영등포 뉴타운 등의 경우는 거주자의 80% 이상이 세입자이고 다른 뉴타운의 경우에도 대부분 70% 이상이 세입자들이다. 원주민들의 주거수준이나 소득수준을 보아서는 도저히 강남을 대체하는 고급도시 개발이 될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이명박 전 서울시장이 강남을 대체하는 고급도시 개발이라는 미명하에 “뉴타운”이라는 정치적 브랜드가 부여된 후 중대형의 고급주택을 40%까지 건설하면서, 원주민들이나 세입자들은 정착할 수 있는 소형저가주택, 임대주택 건설은 점점 줄어드는 형국이 된 것이다. 결국, 고급도시에 살 수 없는 영세 가옥주, 세입자들이 쫒겨나 원주민 정착율이 20%도 안 되는 이 모순이 해결되지 않는 한 재개발을 둘러싼 갈등과 분쟁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 이제, 재개발은 자기 능력으로는 주거환경 개선을 하기 어려운 서민과 세입자들을 위해, 공공의 재원지원과 선량한 정책 등을 통해 주거환경을 개선하고 도로 등의 정비기반시설을 늘리는 것을 목표로 하는 본래의 취지로 돌아가야 한다.

용산 참사의 직접적 원인이었던 상가임차인 문제에 대한 제도개선도 시급하다. 상가임차인에게 대안적인 이주상가단지를 제공하거나 권리금 전부를 보상하는 것은 지금 당장은 어렵더라도 적어도 장기임대차에 대한 전망 하에서 직접 투자한 시설투자금 등에 대하여는 감가상각한 금액을 보상한다거나, 다른 지역에서 같은 규모의 영업을 시작하는데 필요한 금원(일본의 퇴거료 보상제도)과 같은 최소한의 보상제도를 마련해야 할 터인데, 정부는 상가임차인 문제에 대하여는 해결불가의 자세를 견지하고 있다. 적어도 용산참사가 일어난 도시환경정비사업지구처럼 상가밀집지역을 재개발하는 사업이나 뉴타운과 같은 대규모 개발사업에 한정해서라도 상가임차인 문제에 대안을 제시하는 노력이 절실하다.

다시 한번 강조하건데, 유가족에 대한 보상으로 이제 재개발문제를 더 이상 우리사회의 논쟁에서 지워버리자는 식의 ‘급한 불 끄고 보기’식으로 넘어가서는 안 된다. 용산참사를 아직도 일부 철거민, 상가세입자의 돌발적 행동에 의한 우연한 참사로만 이해하고 제도와 정책의 개선 없이 이를 덮어버리려 한다면 제2, 제3의 용산 참사는 또 일어날 수 있다. 이명박 정부 하에서 막개발, 동시개발, 급속개발, 폭력적 재개발 문제는 근본적으로 해결된 것이 하나도 없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또 이명박 정부 하에서 난폭해지고 있는 공권력의 행사 기준을 인권과 민주주의의 원칙 하에 엄정하게 재정립하는 작업도 전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바로 지금, 이명박 정부와 각 지방 정부 하에서의 폭력적 재개발, 반인간적 재개발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법, 제도, 관행을 바꾸는 전 사회적인 논의가 시급하다. 또한 철거지역에서의 야간철거, 동절기철거, 폭력철거를 근절하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경찰력을 비롯한 모든 공권력, 행정력의 행사 기준을 인권과 시민안전 보장이라는 원칙 하에 엄정하게 재정립하는 논의가 절실하다. 이것이 용산 참사 희생자들에 대한 최소한의 도리일 것이다.

CCe2010010800-논평(용산장례식).hw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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