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생희망본부 주거 2021-03-23   954

서울은 세입자의 도시다 ① 임대인 꼼수에 쫓겨나는 월곡동 쌍둥이 아빠

안녕하세요.

저는 서울시 성북구 월곡2동에 거주하는 만 47세 무주택 가장으로 배우자와 함께 쌍둥이 아들(만 5세) 두 명을 양육하고 있습니다. 결혼 후 부모님 집에 함께 살다 자녀 출생 후 지난 2016년부터 분가하여 월곡동 인근 아파트에 전세를 얻어 거주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전세 만기가 되자 두 차례 모두 다주택자인 임차인들이 임차계약을 종료하고 나가 줄 것을 요구했습니다. 임대기간 중 젊은 미혼 자녀에게 집을 증여했는데 그 미혼 자녀가 실거주를 하겠다는 것이 이유였습니다.

 

세입자를 위한 주거정책은 어디 있나요?

임대인 꼼수에 쫓겨나는 월곡동 쌍둥이 아빠

 

‘실거주’ 앞 물거품이 된 임대차 3법

 

첫 번째 전세계약이 만료된 2018년도에는 주택임대차보호법이 개정되기 이전이라 임차인의 요구대로 집을 비워주고 인근 다른 아파트로 전세를 얻어 이사하였습니다. 이후 두 번째 전세 임대기간 중인 2020년 7월 세입자 보호를 강화하는 주택임대차보호법이 국회에서 개정되어 2년마다 이사해야 하는 불편함과 이사비용, 부동산비용 발생 등 경제적 부담으로부터 조금 벗어날 수 있을 것을 기대하였습니다. 그러나 현 임차주택의 임대인도 똑같이 집을 비워줄 것을 요구하였습니다. 다주택자인 임대인은 임대기간 중 미혼의 20대 젊은 딸에게 그 집을 증여했고 임대기간 종료 후 미혼의 딸이 단독으로 실거주를 하기로 했다는 것입니다.

 

임대인 측은 딸이 실입주를 하여야 하는 사유를 다음과 같이 설명하였습니다. 원래 딸이 지방에 거주했는데 서울로 올라와 월곡동 인근 빌라에 전세로 거주하며 공무원시험을 준비하다 합격했고, 현재 전세계약을 맺고 거주하는 빌라 임대인이 실거주를 목적으로 임대계약 종료 후 집을 비워줄 것을 요구하여 증여받은 본인 소유의 아파트에 안정적으로 실거주를 하겠다는 것이었습니다.

 

만 5세 쌍둥이 아들들은 인근 국공립어린이집을 1년 넘게 대기하다 어렵게 들어갔습니다. 이사할 경우 인근에 다른 전셋집을 구해야 하지만 부동산 가격 폭등으로 인근 아파트 전세는 씨가 말라 없었고 전세가격도 최소 1억 2천만원 이상 폭등한 상황이었습니다. 원거리로 이사할 경우에는 어렵게 들어간 국공립어린이집을 포기하고 인근의 사립어린이집으로 옮겨야 했습니다. 익히 알다시피 사립어린이집은 국가 지원이 적어 보육환경이 떨어지고 학부모의 경제적 부담도 몇 배 높아지기 때문에 매우 곤란한 상황이었습니다.

 

조정에도 응하지 않은 집주인, 결국 명도소송

 

저는 개정된 주택임대차보호법을 근거로 새로운 임대인인 딸에게 실거주를 하게 되는 사유를 입증해 주면 계약만료와 동시에 집을 비워주겠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임대인은 법률상 실거주 사유를 입증할 책임이 없다는 이유로 사실관계입증을 거부하고 임대차계약종료 2개월 전 최후통첩식으로 내용증명우편을 보내왔습니다. 저는 내용증명을 보내온 임대인의 주소지를 바탕으로 대법원 인터넷등기소를 통해 거주부동산 물권변동을 확인했습니다. 그 결과 임대인의 주소지는 제가 거주하는 아파트와 마찬가지로 2017년 같은 시기에 임대인의 부모가 매입한 것으로, 현재 함께 거주하는 임대인의 여동생에게 2019년 증여한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임대인의 부모가 양도소득세 중과를 피하려고 동일 시기에 매입한 부동산 2건을 각각 다른 자녀 명의로 같은 시기에 증여하고, 증여받은 딸들이 매도 시 양도세 중과를 피하려고 실거주 요건을 채우려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임대인이 정당한 사유도 아니고 단지 세금을 아끼려고 실거주 요건을 채우기 위해 임대차계약 종료를 종용하는 것은 개정된 주택임대차보호법의 입법취지에 맞지 않는다고 판단하여 임대차분쟁조정위원회에 조정요청을 했습니다. 그러나 임대인측이 거부하여 조정이 이루어지지 않았고, 금년 1월 임대차계약이 종료되자마자 임대인은 관할 법원에 명도소송을 제기하여 필자를 내쫓으려 하고 있습니다. 이 사건은 현재 서울북부지방법원 민사부에서 진행 중입니다.

 

2020년 7월 개정된 주택임대차보호법은 사회적 약자인 세입자들이 2년마다 이사 다녀야 하는 주거 불안정을 조금이나마 해소하고자 하는 취지에서 마련된 세입자 보호제도입니다. 그런데 가족 수 증가, 직주 접근성 등의 이유로 이사를 해야 하는 상황도 아니고 단지 매도 시 세금을 절약하고자 하는 목적으로 임대인이 임차인을 기망해 계약갱신청구권을 무력화하고 임차인을 강제로 퇴거시키려는 상황입니다. 저는 개정된 주택임대차보호법의 입법취지나 합목적성, 법익우선의 원칙 등에 비추어 볼 때 심히 부당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는 명도소송까지 불사하고 항거하고 있습니다.

 

‘어떤’ 실거주인지 따지는 주임법 개정 절실

 

저와 같이 임대인의 부당하고 편법적인 법의 악용을 막기 위해서라도 주택임대차 보호법은 추가적인 개정이 필요합니다. 특히 애매모호하게 규정된 임대인의 실거주 사유로 인한 임차인의 계약갱신청구권 제한 규정은 반드시 개정되어야 합니다. 법의 단서조항에 아무런 내용도 없이 단 한 줄로 임대인의 실거주라는 문구만 넣어두니 임대인이 악용하여 기망행위를 일삼으며 임차인을 막무가내로 내쫓으려 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서울시장 후보님께서는 이처럼 사회적 약자인 임차인이 계약갱신청구권을 행사하지도 못하고 임대인의 부당한 요구에 당할 수밖에 없는 현실을 인지하여, 현행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에 힘써 주십시오. 그리고 무주택 서민들이 이렇듯 불안정한 주거상황에 내몰리는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 임차인들이 안심하고 장기적으로 거주할 수 있는 양질의 임대주택 공급방안 등 획기적인 세입자 주거대책을 마련해 주실 것을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월곡동에서 쌍둥이 아빠

 


오는 4월7일 서울시장 재보궐선거가 치러집니다. 집값과 전월세 문제에 대한 서울 시민들의 들끓는 민심에, 보궐선거에 출마한 후보들은 앞다투어 부동산 공약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습니다. 사실상 서울시장 보궐선거는 ‘부동산 선거’입니다. 하지만 자가 소유 주택에서 거주하는 자가점유율이 42.7%로 전국 최하위에 그치고, 세입자 가구 비율이 전국에서 가장 높은 서울에는 ‘부동산 선거’ 이상의 선거가 필요합니다.

 

지난 3월 3일, 서울지역 세입자들과 주거시민단체들로 구성된 ‘집걱정없는 서울만들기 선거네트워크’(‘집걱정없는서울넷’)가 출범했습니다. “서울은 세입자들의 도시”라는 선언과 함께, 각 후보들의 주거·부동산 공약을 평가하고, 부동산을 넘어, 주거권이 보장된 서울을 위한 시민들의 요구를 함께 만들어갈 계획입니다. <한겨레>와 ‘집걱정없는서울넷’은 ‘부동산 선거’에 소외된 세입자들의 주거권 보장에 대한 목소리를 7회에 걸쳐 연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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