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복지동향 2012 2012-05-15   1743

[동향3] 주거권과 가족상황차별 -소수자 주거권에 대한 논의를 시작하며

나영정 | 소수자주거권확보를위한 틈새모임


주거권과 가족상황차별에 주목하는 이유

틈새모임은 청년 1인가구, 성소수자, 장애인, 비혼모, 이주민 등의 주거경험을 통해서 주거권을 위협하고 차별하는 요소가 어디에서 기인하고 어떤 양상으로 드러나는지 알아보고자 하였다. 소위 ‘소수자’들이 차별받는다고 하지만 주거권에서 차별이 드러나는 양상은 구체적으로 문제화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그간 주거권 운동을 통해 세입자의 권리나 재개발의 문제, 서민주택 확보 문제 등이 끊임없이 지적되어 왔고, 한국사회의 불평등을 재생산하는 주요한 문제점으로 지목되었지만 주거권 확보의 문제를 차별과 연결시켜보는 시도는 부족했다. 그래서 주택의 공급과 순환, 도시정비와 재개발의 문제뿐만 아니라 주택의 배분, 배분의 우선순위, 주거환경에서의 차별적 요소, 안정감과 소속감, 의사결정권과 같은 좀 더 넓은 의미의 주거권에 대해서 이야기할 필요성이 있다. 

따라서 기존 주거정책의 문제점을 파악하고 기본권으로서의 주거권을 누구나 확보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나가는 과정에서 ‘차별’의 문제에 주목하게 되었다. 신자유주의 사회에서 주거의 문제 또한 계급불평등의 문제이며, 특히 한국사회에서 부동산이 계급의 세대 재생산에 기여하고 강화하는데 중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에 동의하면서도 누군가 ‘집’에서 밀려나거나 접근할 수 없는 문제에 대해 그것만으로는 분석하고 문제를 해결할 수 없는 다양한 요인들이 있다고 여겼다. 

그래서 소수자 주거권을 드러내는데 있어서 ‘가족상황차별’ 개념에 좀 더 주목하게 되었다. 한국사회에서 주택공급의 단위가 ‘가족’이라고 전제되어 왔기 때문에 가족상황차별을 겪고 있는 집단은 대개 주거권에서 차별을 경험한다. 공공주택을 공급받을 때 배제되거나 우선순위에서 밀려나고 있고, 가족과 함께 살고 있는 주거에서 의사결정권에서 배제되거나 불안한 상황에 처해있다. 또한 주택이 가족의 계급 재생산의 주요 경로로 여겨지면서 계층에 따라 가족과 주거의 상황이 양극화되는 현상이 강화되고 있다. 

1인 가구는 가족이 아니라서, 혹은 가족을 구성하기 전 임시적인 거주라는 전제 때문에 정책적인 대상이 되지 못하고 있다. 결혼이주여성은 신분과 거주의 문제 모두 가족상황과 긴밀하게 관련이 되고, 비혼모 또한 주거를 마련하는 과정에서 가족상황과 관련된 차별과 깊이 연관되고 있다. 성소수자는 파트너와 가족으로 정책적, 문화적으로 인정받지 못하여 공동생활을 꾸려나가는데 어려움을 겪고 장애여성 또한 생활공간에서 결정권을 지키거나 만들어가는 과저에서 가족과의 관계가 많은 영향을 미친다. 

이러한 요인들은 현재의 주거정책이 가족제도에 기반 하여 설계되고 분배되고 있는 것, 부동산이 계급의 세대적 재생산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사회에서 원가족의 도움 없이 살만한 주거공간을 확보하는게 너무나 어려워진 사회라는 것, 정상가족 규범에 의해서 가족 내에서 작동하는 권력과 위계로 인해 소수자들은 많은 경우 가족과 함께 거주하는 공간에서 자신의 의사결정을 행사하기 어렵다는 것 등을 다시 한번 일깨운다. 이 점들이 소수자들의 주거권을 위협하는 핵심적인 내용이라고 할 수 있고, 또한 비규범적 가족형태라는 이유로 이웃이나 사회로부터 차별을 받기도 한다. 따라서 물리적인 공간을 확보하는 것뿐만 아니라 차별없는 공간, 자신의 결정권을 행사할 수 있는 공간에 대한 것 또한 주거권의 내용에 반드시 포함해야 하는 의제라고 할 수 있다. 


주거정책의 정상가족중심성

소수자의 주거권을 확보하기 위해서 가족상황차별의 문제와 함께 복합적으로 고민하면서 주거정책이 가족제도를 기반으로, 정상가족중심성을 전제로 설계되고 운영되어 왔다는 점에 대해 문제제기를 해야 할 필요성을 느끼게 된다. 그 이유는 주거 정책이 주거기본권이라는 원칙 아래 정립되었다기보다는 인구정책이나 경제부양정책으로 수단화되어온 것에 대한 전환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특히 인구정책은 경제정책과 마찬가지로 국가의 경쟁력이나 정체성이라는 이데올로기가 부여됨으로써 규범화 되어왔다. 대가족에서 핵가족으로, 가족 모델이 변하고, 남성가장이 자녀를 부양하는 4인 가족 모델이 규범화되면서 주거정책은 그것을 뒷받침 하는 물적 토대로 작용하는 성격이 있었다. 

문제는 주택이 계속해서 “4인 가족의 내 집 마련”에 맞춰 공급되고 있고, 내 집 마련은 곧 ‘주택구입’에 맞추어져있기 때문에 주택공급의 불균형뿐만 아니라 부채 증가에 따른 몰락을 가져오고 있다. 아래는 정부가 제시하는 가구생애주기이며, 이에 따라 주택공급정책을 정당화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건설사 배불리기와 시세차익을 노린 계층상승 욕망에 따른 재개발 등을 불러일으키는 문제 외에도 더 이상 이러한 생애주기에 따라 살아갈 수 없는/살아가지 않는 많은 계층들이 늘어나고 있는데, 이러한 생애주기를 가정하고 기본권에 해당하는 주거계획을 세우는 것은 다른 가능성을 고려하지 않는 다는 것을 보여준다. 가구생애주기는 의미심장하게도 형성-> 성장-> 안정-> 쇠퇴라는 흐름을 보이는데 이는 경제성장의 모델을 설명할 때 자주 쓰이는 프레임이다. 정부가 주택정책을 어떤 시각에서 보고 싶어 하는지를 가장 잘 알 수 있는 대목이다. 

특정한 생애주기, 정상가족규범, 계층상승의 욕망이라는 세 가지가 맞물려서 진행되어왔던 현재의 주거정책은 내 집이 없고 다른 생애주기를 겪거나 가족제도에 포함되지 못하거나 장애, 인종, 성적지향, 나이, [성별] 등으로 차별받는 소수자들의 주거권을 위협하는 결과를 낳는다. 

한국사회의 가부장적 가족제도와 계급재생산이 유지되고 재생산 되는 현장이 규범적 집이며 그것이 ‘해체’되는 것은 국가의 근간이 흔들리는 것으로 이해한다. 복지/가족 정책의 일환으로 장애인과 결혼이주민에 대한 지원이 있고 집을 마련하거나 가정생활을 유지하는 것에도 정책적인 개입이 일어나고 있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잔여적인 형태로 한정된다. 최근 1~2인 가구를 위해서 도입했다고 하는 도시형생활주택 정책에서 중요한 대상은 1~2인 가구의 세입자가 아니라 이들로부터 임대소득을 올리는 집주인이다. 따라서 ‘중계업자’로서의 정부는 도시형생활주택의 임대료가 적정한지, 세입자들의 욕구가 무엇인지 알 필요가 없는 것이다.  

정민우, 이나영은 “‘정상적’ 생애과정의 트랙을 따르면서 그 생애단계에 적합한 공간으로서 규범적 ‘집’을 획득해나가는 이들과 이를 이탈한 이들의 범주는 존재론적으로 구획된다. 가족-이성애-재생산 제도에 부합하는 주거공간(영토)을 점유한 이들은 적합한 시민의 범주 안으로 포섭되나, 젠더와 연령의 규범에 적합한 시공간성의 관리와 운영을 실천하지 못하는 이들은 재현불가능한 존재, (재현되더라도) 해석불가능한 존재로서 시민의 범주 밖으로 배치된다”고 비평한다. 

안정된 주거를 갖지 못한다는 것은 시민권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것을 뜻한다. 주거공간을 어떤 방식으로 사고하고, 어떻게 구하고 점유하며, 어떤 이유로 이동하고 밀려나는지를 파악한다는 것은 그 사람의 생활양식과 정체성, 사회적 지위를 상징적으로 드러낸다. 따라서 어디에서 어떻게 사는지 드러나지 않거나 주변화 된 사람들의 권리는 재현되거나 대표되기 어렵다. 한국사회는 결정적으로 집의 소유자가 드러나고 그곳엔 그들의 혈연가족이 함께 존재한다고 믿을 뿐이다. 하지만 특정한 주거공간에서 어떤 행위가 규제되고 금지되고 혐오의 시선을 받는가를 보면 차별을 좀 더 문제화할 수 있다. 

소수자들의 주거경험을 말하기 위해서 집에 대한 새로운 개념과 이야기가 필요하다. 사실상 집 없는 상태(홈리스)에 놓이게 되는 다양한 상황을 이해하는 것도 필요하다. 최저주거기준이나 홈리스 개념과 맞물려 좀 더 다양하고 적극적인 정책이 필요하다. 이를테면 홈리스에 대한 확장된 정의(노숙인-노숙인 시설-쪽방/고시원/PC방/사우나-불안정하고 임시적인 거주형태)를 두고 경제적 빈곤과 함께 다양한 차별의 형태를 함께 파악해야 한다. 노숙인의 성별과 가족 내 지위는 노숙의 동기와 기간, 형태를 구분할 수 있도록 한다. 장애, 인종, 성적 지향에 따른 차별은 홈리스상태에 놓이게 만드는 요인일 수 있으며 그것은 가족상황과 연계될 가능성이 높다. 


주거복지 정책과 소수자

현재 주거복지 정책은 크게 대물지원과 대인지원으로 나눌 수 있다. 대물지원은 정부가 임대주택을 분양하거나 기존의 주택을 리모델링하는 등의 정책이라고 할 수 있고, 대인지원은 주거비를 보조하거나 자금을 지원하는 정책 등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청년 1인 가구를 비롯해 소수자들에게는 이러한 주거복지 정책 또한 가족제도를 기반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가족상황 차별이 발생할 소지가 다분하다. 


대물지원 정책
대물지원 정책에 있어서 임대주택 공급을 살펴보면 1인 가구에 대한 신청 제한, 청약 제도 가점제로 인해 1인 가구를 비롯해 가구원 수가 적거나 사회적 조건에 따라 한 곳에 정착하기 어려운 비혼모, 성소수자, 탈시설 장애인 등은 불리하고, 임대주택 공급이 부족한 상황에서 사실상 기회를 박탈당하고 있다. 

또한 다양한 사유로 주거권을 보장받지 못하고 있는 소수자들이 임대주택 쿼터제를 거의 유일한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는 상황도 고민해야 한다. 각 그룹에서 10%를 주장하는 방식을 상대적으로 바라보면, 이것이 주거권을 전반적으로 해결하는 방식이 전혀 될 수 없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쿼터제를 주장하는 그룹 중에서 누가 더 시급한가를 경쟁하거나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율에 따라 나누는 것도 어렵다. 그것은 이미 소수자를 주거권에서 배제해왔던 논리와 유사하기 때문이다. 유일한 대안은 주택정책의 기조를 전면적으로 전환하는 것이다. 개발정책의 수단으로 부동산 재개발을 이용하고, 사회안전망 대신 건물소유를 통해서 노후를 마련하도록 만들고, 자가 소유를 하도록 만드는 주택 정책의 궁극적 목표로 설정하는 것을 바꾸지 않으면 안 된다. 

국토해양부가 주택시장안정 및 주거복지 향상을 위해 추진한다는 준주택은 도시에 거주하는 저소득 1~2인 가구를 위한 사업이라고 하지만 결국 예산은 임대사업자에게 지원되고 있다. 최근에는 이마저도 일부 언론에서 저출산 현상을 심화시키는 정책이라고 비판했는데, 4인 가족 중심의 집을 더 많이 지어야 한다는 논리였다. 민간에게 공급을 맡기는 순간 규제완화를 통한 민간 건설업자는 더욱 배를 불리게 되고, 임대료 상승은 불 보듯 뻔하다. 때문에 도시 거주 저소득 1~2인 가구와 여관을 비롯해 고시원, PC방, 만화방 등 최저주거기준에도 못 미치는 주거환경에 놓인 계층을 위해서 소형 임대주택을 계속 확대해나가야 한다. 


대인지원 정책
대인지원 정책 중 기초생활 수급자를 대상으로 한 주거비 보조정책에 대해 이태진 등은 2009년 기준 주거급여를 받고 있는 수급자를 전체 수급자 882,925 가구에서 보장기관 제공 거주자(시설입소인 등), 그룹홈 거주자, 기타 가구(비닐하우스, 무허가주택 등)를 제외한 나머지 가구로 추정해보면 전체 수급자의 약 67%인 592,323가구가 수혜를 받고 있다고 하였다. 2008년 이전에는 수급자에게 필요한 임차료, 유지수선비 등을 주거 급여와 생계급여에 포함된 주거비를 통하여 최저주거를 보장하였으나, 2008년 개정을 통해 주거급여는 정액지급에서 정률지급으로 개편되어 해당 가구의 20.6%에 해당하는 급여가 주거급여로 지급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기초생활보장제도가 가진 소득인정액 산정과 부양의무자 기준이 가진 문제로 인해 수급자의 욕구에 부합하는 주거마련 도움에 큰 기여를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비판하였다. 

또한 ‘근로자 서민 전세자금대출’ 정책은 저소득가구 전세자금 대출은 기초수급자 및 저소득 무주택 세입자의 주거안정을 도모하기 위하여 저리의 전세자금을 지원하기 위해 1990년에 만들어진 제도이다. 지역별 전세보증금 이하의 전세계약을 체결하는 무주택 저소득 세입자를 대상으로 하며, 중형 이상 승용차 및 부동산을 소유하고 있는 자는 제외된다(이태진 외, 2010). 그런데 전세자금대출 정책의 경우 35세미만 1인 가구는 신청대상에서 제외하고 있어서 청년 1인가구와 비혼자를 차별하고 있다. 또한 정책에서 정한 기준에 부합한다고 하더라도 관리운영을 은행에서 하다보니 과도한 신용보증을 요구하거나 집주인의 동의를 얻게 하여 임차인으로서 이미 편견을 받고 있는 소수자의 경우 이중 삼중의 장벽으로 작용하고 있는 실정이다. 


고시원, 시설, 쉼터 등의 임시적인 생활시설의 문제점

현재 1인 가구의 주거 문제를 언급하는 경우가 많지만 실상 1인 가구를 위한 정책은 전무하다고 할 수 있다. 다만 쪽빵 거주자를 대상으로 하던 주거취약계층 주거지원사업이 고시원, 여인숙, 여관 거주민에게 확대되었다. 실제로 홈리스를 위한 주거정책 접근은 1인, 단신이라는 전제 속에서 진행되는 것이다. 잦은 화재사건을 통해서 고시원을 ‘준주택’으로 “양성화”하여 주거환경을 개선하겠다는 정책접근이 시작되었다. 본 글에서 고시원에 대해 본격적으로 다루기 어려우나 주거정책이 전제하고 있는 ‘집’의 규범에 부합하지 않는 이들, ‘집’을 만들기 위해서 고군분투하고 있는 많은 이들을 고시원이 거의 유일하게 흡수하고 있는 현실은 부정하기 어렵다. 주거정책은 고시원에 사는 이들에게 “여기서 기다리고 있으니 얼른 노력해서 이쪽으로 건너오라”는 손짓만 하고 있는 느낌이다. 

시설, 쉼터 등의 임시적인 ‘생활시설’은 정부가 경제적인 이유나 장애, 성적지향, 성별정체성, 인종 등에 따른 차별이나 성/폭력으로 인해 주거 공간을 잃어버린 이들을 위해 마련되었다. 이러한 공간의 문제점은 임시적이기 때문에 주거로 유의미하기 어렵다는 점뿐만 아니라, 각각의 목적에 부합하는 이들을 대상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그곳에서 요구하는 규범이 강제된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쉼터나 생활시설 등은 그 설립 목적에 따라 입소자를 선택적으로 수용하고, 그에 따른 나이, 성별, 가족상황에 기반한 특정한 역할을 요구한다. 쉼터는 청소년, 미혼모, 남성가장 노숙인 등에게 ‘사회적 자활’을 제공함으로써 각자가 사회적으로 요구받는 규범에 부합하도록 ‘돕는’ 역할을 하는 곳이기 때문이다. 결국 그러한 과정을 통해서 기존의 ‘집’에 돌아가거나, 새로운 ‘집’을 마련하는 것을 궁극적인 목적으로 공적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특히 혼외 출산, 성소수자로서 커밍아웃, 이혼, 가족으로부터 독립하고자 하는 장애인 등, 가족규범에 부합하지 않음으로 인해 가족(삶의 터전)으로부터 밀려난 이들에게 정책적으로 그것을 강요하고 있지 않은지, 그래서 새로운 삶의 기회를 오히려 제한하는 것은 아닌지 평가해볼 필요가 있다. 

소수자들을 위해 정책적으로 마련된 생활공간들이 긴급한 상황에서 제한적으로나마 그 공간이 집의 역할을 하고 있고 독립을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을 제공하고 있으나 이러한 정책이 마련되어 있다는 이유로 좀 더 전반적인 주거권 확보를 위한 정책은 전무하거나 대체되고 있는 것이 무엇보다 심각한 문제라고 할 수 있다. 


정말 보편적인 주거권을 위하여

틈새모임의 보고서는 소수자에 대한 주거경험을 바탕으로 기존이 주거정책이 가지고 있던 정상가족중심성에 대해 문제화해보려는 시도로 작성되었다. 본 글에서는 지면의 한계로 인터뷰의 내용을 포함하지 못했지만, 소수자의 경험은 소위 특수한 사례, 예외적인 상황이 아니라 보편적 인권인 주거권을 성취하는데 경제적 불평등뿐만 아니라 어떤 차별이 작동하고 있는지를 드러내는 요소가 된다. 따라서 정상가족중심성에 따른 가족상황차별이 주거권을 보편적인 것이 아니라 차별적이고 특수한 것으로 만들고 있다는 점을 드러낸다. 

한국사회의 주거정책은 부동산정책과 소위 주거취약계층에 대한 복지정책으로 ‘양극화’ 되어 있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국민의 기본권인 주거권을 전반적으로 조망하고 보장해나가기 위한 기본적인 법률이 부재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구의 이동, 가족형태의 변화에 따라 ‘집’에 대한 정책적 접근이 달라져왔다는 것을 볼 수 있다. 최근의 주거형태의 특징은 계급적 양극화, 1인 가구의 증가, 가구형태의 다양화라고 할 수 있다. 1인 가구와 다양한 형태의 가구형태 뿐만 아니라 계급적 양극화조차 가족 문제와 관련된다. 많은 이들이 이미 지적하듯이 계급의 세대적 유지와 재생산은 주로 부동산을 통해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한편 주거형태의 다양화는 필수적으로 가족과 친밀성에 대한 다른 기대와 욕망을 수반하고 서로의 변화를 지지하고 있다. 또한 이러한 변화는 공간의 배치, 면적, 위치, 의미에 대한 기준과 생각에 대해서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1인가구와 다양한 형태의 삶을 반영할 수 있는 주거가 가능해진다는 것은 주거권의 틈새를 메우는 것일 뿐만 아니라 주거정책을 비롯한 복지정책, 사회정책의 정상가족중심성이라는 ‘전제’를 바꾸는 일이기도 하다. 따라서 이러한 변화는 “4인가족에서 1인가족으로의 변화”가 아니라 정책의 관습과 규범을 질문함으로써 차별을 제거해나가는 것이다. 다른 삶의 형태를 정책적으로 지지한다는 것은 특정한 형태를 육성하는 것이 아니어야 한다. 

* 이 글은 소수자주거권확보를위한 틈새모임에서 2012년 4월에 발간한 ‘주거권과 가족상황차별 -소수자 주거권에 대한 논의를 시작하며’ 보고서를 요약, 정리한 내용입니다. 틈새모임은 필자를 비롯하여 공익변호사그룹 공감(장서연), 인권운동사랑방(미류), 장애여성공감(진경), 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이종걸), 조혜인 등의 단체와 개인이 함께 했던 모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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