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공익활동가학교 26기] 개별화된 노동, 어떻게 연대할 수 있을까?

안녕하세요? 청년참여연대입니다.

지난 1월 6일, 청년공익활동가학교 26기에서 ‘노동’을 주제로한 교육강연이 있었습니다. 한국노동사회연구소의 김종진 연구원의 청년일자리에 대한 강연이었는데요, 빠르게 변화하는 노동형태 속에서 어떻게 노동권을 요구할 수 있을까에 대한 다양한 상상력을 자극하는 시간이었습니다. 

이번 후기는 공활 26기 김다현님께서 써주셨습니다.


일의 미래 : 노동시장의 변화양상 후기 

청년공익활동가학교 26기 김다현

 

 

202201_청년공익활동가학교 26기

1월의 추운 겨울, 참여연대로 걸음한 참가자들

2021년 7월, 유엔무역개발회의는 한국의 지위를 개발도상국에서 선진국으로 변경하였다. 1964년 설립 이래 유일무이한 사례로, 70년간 전례 없는 빠른 성장률을 이룬 국가임을 공식적으로 인정받았다. 60년대 산업화부터 피땀 흘린 국민들을 생각하며 조금 기뻤다. 조금 기쁘고 많이 부끄러웠다. 이토록 성장을 이룬 한국 사회에서 여전히 청년들이 미래를 담보할 수 있을 만큼의 처우를 보장받으며 일할 수 없고, ‘일하다 다치지 않게! 죽지 않게!’를 절실히 외치는 이들이 있다는 것은 이상하기 때문이다. 역사적으로 노동은 늘 불안정해왔지만 한국 사회에서 여전히 너무나 취약한 노동의 이면이 존재하고 있다.

26기 공익활동가학교에서 가장 기대한 일정은 한국노동사회연구원의 김종진 박사님의 강연 [일의 미래: 노동시장 변화 양상]이다.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노력들, 감정노동수당과 무급노동자 산업재해보상을 이야기해주셨다. 그리고 불안정한 플랫폼 노동과 청년 니트족에 대해 말씀해주셨다. 본 강연 제목에서 시사하듯 변화되고 있는 노동시장의 문제에 대응해야 하고, 우리의 과거를 아는 것부터 시작된다. 나는 강연 내용에서 얻은 시사점을 통해 현재 생산체제의 문제점과 형성하게 된 역사를 생각해보았다.

상상력과 창의력으로 정책을 바라보라, ‘감정노동수당’

백화점 코스메틱계 회사 직원들은 모두 김종진 박사님을 알고 있다. 김종진 박사님은 서비스업에서 고객을 응대하며 감정적인 스트레스를 자주 겪는 이들에게 주어지는 감정노동수당을 추진하셨다. 매달 5만원의 추가 수당이며, 또 필요할 경우 감정노동휴가를 사용할 수 있다. 감정노동수당을 법으로 제도화하기 위해서는 국민적 동의를 얻고 법을 제도화하기까지 수많은 사회, 정치적 기간이 소요된다. 박사님께서는 감정노동수당을 시행하기 위해 법 제도화 과정이 아닌 노동조합 교섭의 과정을 택하셨다. 현재는 코스메틱 계를 넘어 다분야 노동자들에게 확대되었다.

 “정책은 상상력 속에서 가능하다.” 내게 오래 남아있는 박사님의 문장이다. 박사님께서는 정책에 대한 창의적인 시각을 강조하셨다. 꼭 제도화된 입법 과정을 통해서만 정책이 시행되지 않는다는 시각은 더 많은 시도를 가능케 하고, 실행을 앞당기는 과정이 된다. 복지국가 패러다임과 사회 정책들을 연구하고 제언하는 일을 하고 싶은 내게 정책을 바라보는 제한적인 시야를 넓혀주신 말씀이었다.

무급가족 노동자여도 일하다 다치지 않게! ‘무급노동자 산업재해보상’

부모님이 운영하시는 식당에서 무급으로 일을 하는 청년들의 사례를 종종 들을 수 있다. ‘만약 이들이 배달을 가다가 사고가 났다면, 산업재해에 해당하는가?’ 박사님께서는 한 가지 질문을 하셨다. 일하다 다친 것이므로 산재가 맞다고 생각했다. 박사님께서는 무급노동자더라도 일을 하다 다치면 국가가 보상하는, 안전한 시스템이 필요하고 산재보험 가입과 보상이 마땅하다고 말씀하셨다.

 ‘일하다 다치지 않게, 죽지 않게!’를 외치는 이들을 비정규직, 건설업 일용직, 플랫폼 노동자들로 제한해온 나의 지평의 한계를 마주한 대목이다. 좋은 복지국가는 급여 여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모든 일하는 자들이 안전하게 일할 수 있는 사전적, 사후적 안전망을 갖춘 것이라는, 노동에 대한 확장된 개념을 인식하게 되었다.

디지털 플랫폼 노동의 불안정성 – 노동시장과 사회보장에서

디지털 일자리 이미지 사진

4차 산업으로 사라진 일자리의 공백은 디지털 플랫폼 노동으로 자리하게 되었다는 말씀을 해주셨다. 플랫폼 노동자는 일반적인 임금노동자가 아니다. 플랫폼 노동자의 고용주는 플랫폼 CEO도, 가게 점주도 아니다. 자신이 자신의 사장인, 기존의 패러다임에서 정의하기 어려운 새로운 형태의 노동이다. 임금, 환경 등에서 열악한 경우가 많고, 주목할 것은 명함 인식 어플 ‘리멤버’의 사례처럼 사업 초기 데이터 구축 단계에서 노동자들이 고용되고 데이터를 충분히 구축해 자동화가 가능한 시스템에서는 단숨에 실업자로 전락하는 사례가 있다는 것이다.

박사님께서는 기존의 사회보장이 노동시장에서 취약한 플랫폼 노동자들을 배제하고 있는 형태를 지적하셨다. 우리가 통상적으로 가난한 사람에게 퍼준다고 생각하는 복지가 노동시장에서의 격차를 더 심각하게 만들고 있는 아이러니한 상황이었다. 특히 플랫폼 노동에 가장 많이 종사하는 계층이 청년이라는 점이 인상 깊었다. 언제나 한 사회의 혁신을 주도적으로 이끌어나가는 세대는 청년이지 않나. 한국의 청년들은 미래의 불안정성과 취업의 어려움에서 살아가며, 불안정한 노동환경에서 일한다. 사회보장과 노동시장에서의 불평등한 격차는, 청년들의 행복한 삶과 국가의 혁신도를 위해 국가가 정책 의지를 가지고 패러다임 자체를 바꾸어 할 것으로 생각했다.

고학력 니트족의 근본적 해결은 좋은 일자리의 확대

코로나19로 불안정 노동에 종사하는 비율이 높은 청년들이 실업난을 겪었다. 실업률도 심각한 문제지만, 박사님께서는 실업이 아닌 ‘니트’(NEET)가 문제라고 말씀하셨다. 니트는 학교 졸업 후 취업이나 교육 없이 구직활동을 준비하는 청년들을 뜻한다. OECD별 니트의 비율은 비슷하지만, 한국에서 두드러지는 점은 고학력 니트의 비율은 평균값보다 2배가 높다는 점이다. 타국보다 극히 대기업 일자리, 공공 일자리가 제한적이며, 이러한 좋은 일자리와 나쁜 일자리의 차이가 크고,  한국은 학력주의가 강하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좋은 대학을 나온 사람들은 제한된 좋은 일자리를 얻어야만 한다고 생각하기에 소득 활동이 아닌 구직을 위한 개발을 하는 것이다.

2013년 EU 유럽연합에서는 위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Youth Guarantee, 청년 보장제가 시행되었으며, 한국은 근래 들어 지역단위에서 청년보장제가 시행하며 청년활동지원센터를 확대하고 있는 것을 알게 되었다. 문제에 대응하는 방식에서 기간의 차이가 있는데, 나는 가장 많이 곤란을 겪는 국가, 특히 중앙정부의 대처 수준이 빠르지 않다는 점에 주목했다. 또한 박사님의 강연을 들으면서, 분명히 고학력 니트족의 요인은 복지 제도의 부재이기보다 좋은 일자리의 부재임에 가까웠다고 생각한다. 제아무리 좋은 법과 정책을 통해 역량을 길러준다고 한들, 앉을 수 있는 의자가 제한적이라면 상황은 똑같기 때문이다.

 질 좋은 일자리가 만들어지지 않는 한국의 역사와 생산체제를 생각하다.

감정노동자의 저임금과 열악한 노동환경, 청년들의 불안정 플랫폼 노동의 비율, 고학력 니트의 압도적 비율. 강연이 끝난 후 노동에서의 문제들의 공통되는, 근본적 원인을 생각해보았다. 위 문단에서 언급했듯, 좋은 일자리가 너무나 적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나는 좋은 일자리가 ‘나올 수 없는’ 생산체제를 떠올렸다.

1988년 달러, 유가, 금리가 낮았던 3저 호황이 끝난 후 재벌 대기업은 두 가지의 길을 택할 수 있다. 노동자의 숙련을 높이고 임금수준과 참여를 높이는 생산체제로 전환하는 길과, 이를 포기하고 자동화를 통해 더 빠르게 성장하는 길이었다. 대기업은 삼당합당, 정부세력과 힘을 합쳐 후자를 택했다. 산업화를 거치며 공적 복지가 아닌 경제성장이 절대 빈곤을 해결하는 기조가 1997년 외환위기 이래로 더 작동하지 않고 불평등을 높였음에도, 정부는 계속해서 ‘성장을 통한 분배’를 내걸며 재벌 대기업과 손을 잡았다. 대기업 중심의 시스템에서 중소기업은 설 자리가 없고, 노동자의 숙련이 아닌 자동화된 기계를 통한 생산체제 하에서는 질 좋은 일자리가 많아질 수 없다. 보수나 진보할 것 없이 모든 정부에서 불평등을 해결하기 위해 GDP 대비 사회지출을 지속해서 늘려왔음에도 불평등은 감소하기는커녕 더욱 심각해졌다.

마이크를 들고 질문하는 참가자의 모습

질문은 언제든지 자유롭게

복지는 1차 분배가 아닌 2차 분배다. 1차 분배가 일어나는 노동시장에서 격차를 줄이는 노력을 하지 않고서 복지의 역할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대선 때는 재벌 개혁을 이야기하고 집권하면 다시 대기업과 손을 잡는 현상이 되풀이되고 있다. 이 현상을 단순 몇몇 정부의 문제로만 치부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1990년대 IMF와 세계은행은 경제성장을 위해 긴축을 요구하였지만, 2020년 그 기조를 바꾸었다. 이제는 경제성장을 위해서는 사회지출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성장을 통한 분배’는 끝났고 ‘분배를 통한 성장’이 필요한 시대다. 모든 시민이 치열히 경쟁하고 사적 재산을 축적해 안정적인 삶을 유지하는 것이 아니라, 연대를 통한 공적 복지를 통해 나와 내 가족과 모든 이의 안정적인 생활을 보장하는 사회로 전환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인식해야 한다.

결국 위 강연을 듣고 ‘한국 사회에서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연대의 개념을 어떻게 학습할 것인가’, ‘플랫폼 노동 확산의 시대에서 디지털 된, 개별화된 노동이 어떤 수단으로 연대할 수 있을 것인가’라는 두 고민이 내게 깊이 남게 되었다.


문의 02-723-4251 youth@pspd.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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