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스튜어드십 코드 가이드라인, 제도 형해화 우려

스튜어드십 코드 가이드라인, 제도 형해화 우려

국민연금, 내부정보 이용한 단기매매차익 반환 대상에서 제외해야

위탁운용사에 의결권 행사 위임, 국민연금과 불통일 가능성 높아

문제기업 발표 및 주주권 행사로 적극적 기업지배구조 개선나서야

 

최근(7/5) 2019년도 제6차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이하 “기금위”)에서 「국민연금 수탁자 책임에 관한 원칙 후속 가이드라인(초안)」(https://bit.ly/2LNE1Md, 이하 “가이드라인”)이 공개되었다. 이날 회의자료 중 「경영참여 목적의 주주권 행사 가이드라인(초안)」에서는 ▲경영참여 목적의 주주권 행사 대상기업 및 선정기준과 주주제안 주요내용, ▲주주제안 의결 관련 추진 절차, ▲주주제안 이후 후속조치 등의 내용이, 「위탁운용사 의결권행사 위임 가이드라인(초안)」에서는 ▲의결권행사 위임 요건, ▲의결권 위임범위 및 행사 등의 사안이 각각 논의되었다. 그러나 이 가이드라인은 국민연금 단기매매차익에 대한 우려를 지나치게 강조하여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이하 “자본시장법”)」 제172조(내부자의 단기매매차익 반환)의 제정 취지를 왜곡했으며, 감사위원·사외이사 선임 및 이사 해임 등의 주주제안까지 이르는 단계를 복잡다단하게 구성해 경영참여 주주권 행사 자체를 어렵게 했다. 또한 주식 위탁운용사에 의결권 행사를 위임하여 의결권 불통일행사를 가능하게 하는 등 스튜어드십 코드 제도 자체를 형해화할 수 있는 내용이 다수 포함되어 있다. 국민연금공단 및 보건복지부가 스튜어드십 코드를 활성화할 의지가 있는지 의심하게 하는 이와 같은 가이드라인은 반드시 수정되어야 한다.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소장 : 김경율 회계사)는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의 본래 취지를 훼손하는 해당 가이드라인에 우려를 표하며, 국민연금공단 및 보건복지부가 스튜어드십 코드 실행에 대해 보다 적극적 의지를 갖고 제도 개선에 나설 것을 촉구한다.

가이드라인 중 “주주제안 의결 관련 추진 절차”에 따르면, ▲주주제안 논의 전에는 미공개 중요정보 이용방지를 위한 주식매매 정지, ▲주주제안 논의 중에는 단기매매차익(지분율 10%이상 기업), 기업과의 대화 실효성 확보(지분율 5~10%미만 기업) 등을 고려하여 주식매매 정지 혹은 운용역 자율 판단에 따른 매매, ▲주주제안 의결 후에는 주식 보유목적을 경영참여로 변경하는 공시 등이 이뤄진다고 한다. 이러한 주장의 근거가 되는 자본시장법 제172조는 본디 미공개 내부정보를 취득할 수 있는 이가 단기매매 등 시장조종으로 인한 시세차익을 얻는 것을 막기 위해 임직원 및 주요주주 등이 6개월 이내에 주식을 매매한 경우 단기매매차익의 반환 대상이 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이사회 참석 등 내부정보에 대한 접근 권한이 없는 국민연금이 단순히 주주제안에 대한 논의를 시작하거나 주주로서의 당연한 권리인 주주제안을 한다는 것만으로  해당 조항을 적용한다는 것은 애초의 법 제정 취지 자체와는 맞지 않는 과도한 해석일 뿐이다. 2019. 2. 제2차 기금위에서 ‘한진칼과 대한항공에 대한 주주권 행사’ 여부가 논의되었을 때를 돌이켜 보면 당시 김승희 자유한국당 의원은 대한항공에 대한 경영참여 시 국민연금이 최근 3년간 469억 원의 단기매매차익을 회사에 반납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기금위 또한 2016~2018년까지 경영참여 가정 시 총 264억 원의 단기매매차익이 발생한다고 추정했다. 이러한 주장은 당시 대한항공에 대한 경영참여 주주권 행사를 가로막는 주요 논거로 작동한 바 있다. 그러나 조금 다른 관점 에서 접근해 보면 대표적 장기투자자인 국민연금이 대한항공 한 종목에서만 3년간 최소 264억 원의 단기매매차익을 얻고 있다는 것은 소위 ‘단타(短打)’ 매매가 횡행하고 있음의 반증이 아닐 수 없다. 이러한 단기매매 행태가 사실이라면 국민 노후자산의 수수료율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바, 국민연금공단은 자본시장법 제172조를 핑계로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 코드 행사를 사실상 형해화시키기보다 오히려 공단 및 위탁운용사의 주식 단기매매 현황 실태 점검에 먼저 나서야 할 것이다. 

또한 “경영참여 목적의 주주제안 주요내용”을 살펴보면, 국민연금의 경영참여 주주권 행사 시 기업의 배당정책 수립, 임원 보수한도 적정성, 법령상 위반 우려, 지속적 반대의결권 행사 등의 사안에 대해 주주제안 시 ▲정관변경, ▲배당정책 및 보수한도 적정성 사안 등에 대한 제안, ▲사외이사 및 감사위원 선임, ▲이사 해임 순의 단계를 거치도록 되어있다. ‘사안의 중대성 등을 감안하여 단계별 주주제안은 미적용 가능하다’는 단서를 달아두기는 했지만 그 ‘중대성’의 입증 방법 등이 명확치 않고, 국민연금의 주주제안이 그 결과를 담보하는 것이 아닌 주주총회 안건 부의에 그치는 행위임을 고려할 때 이번 가이드라인이 과연 스튜어드십 코드 실행에 대한 주무부처의 적극적 의지를 담고있는 것인지 의문이 생길 수 밖에 없다. 한편 “위탁운용사 의결권행사 위임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하고 자본시장법령의 의결권 위임 운용사 기준을 충족하는 등 위임 요건을 갖춘 위탁운용사에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의 직접 보유분이 없는 상장회사의 의결권 행사를 위임’하며, ‘향후 기금운용본부가 직접 보유한 상장회사에 대해서도 위탁운용사의 주식 보유분만큼 의결권 행사를 위임하는 방안을 검토’한다고 한다. 그러나 기금운용본부가 직접 보유한 회사 주식에 대해서 위탁운용사에게 의결권 행사를 위임하게 될 경우, 기금운용본부와 자산운용사들의 의결권행사의 불통일행사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실제로 2018년 말 기준 국민연금의 국내주식 위탁운용사 29곳의 투자 대상기업 주주총회 안건 반대 비율은 평균 6.55%에 그쳤으며, 국민연금이 반대 의결권을 행사한 안건에 대한 반대율조차 27.39%에 불과(https://bit.ly/2GaXAug)했다. 이는 자산운용사의 의결권 행사 방향이 주요고객인 기업의 이해에서 자유롭기 어려운 현실을 여실히 드러낸다. 이에 국민연금 스튜어드십 코드의 충실한 이행을 저해할 수 있는 위탁운용사에 대한 의결권 행사 위임은 지양되어야 할 것이다. 

국민연금이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한지 1년이 훨씬 지났지만 국민연금이 수탁자 책임 원칙에 따라 경영참여 주주권을 행사한 기업은 지금까지 한진칼 한 곳에 불과하다. 2019. 6. 18. 참여연대(https://www.peoplepower21.org/Economy/1638330)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8년말 기준 국민연금 지분율이 5% 이상인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계열사 중 형사 처벌이나 검찰 기소된 이가 등기이사로 재직 중인 회사가 10곳에 달했으며, 사익편취규제대상 회사 중 내부거래 비중이 10% 이상이거나 내부거래 금액이 1조 원 이상인 회사가 9곳인 등 국민연금이 투자하고 있는 대기업 중 소위 ‘문제기업’이 없다고 볼 수 없다. 이러한 국민연금은 지금이라도 이러한 문제기업들의 명단을 공개하고 향후 문제이사의 선임 반대 의결권 행사 및 독립적 사외이사 선임 등 기업지배구조 개선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것이다. 마치 스튜어드십 코드 제도의 ‘무력화’가 주요 목적처럼 보이는 이번 가이드라인의 내용이 재고되어야 함은 물론이다. 스튜어드십 코드가 효과적으로 그 기능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기업경영에 대한 실질적 감시·견제 기능을 사실상 상실한 이사회의 정상화가 필요하며, 독립적 이사나 감사후보가 반드시 선출 되어야 한다. 이번 주주총회 특별결의 사항 ‘제안’에 그치는 현재와 같은 가이드라인 내용으로는 기업가치 훼손과 주주가치 하락 등을 가져오는 일부 대기업 총수들의 전횡에 대응할 수 없다. 보건복지부와 국민연금공단은 좌고우면하지 말고 현재 재벌총수들의 거수기 역할에 그치고 있는 이사회의 독립성을 높일 수 있는 실질적 방안을 강구하는 등 제도 도입 본연의 취지를 살리는 데 집중하여 국민 노후자금 수탁자로서의 책임을 다할 것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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