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공정위, 한국조선·대우조선 기업결합심사 신중히 임해야

공정위, 한국조선·대우조선 기업결합심사 신중해야

기업결합 후 독점폐해 가능성 커져, 불공정거래행위 대책 필요
고부가가치 선종 생산 감축 등 해외 경쟁당국의 조건부 승인 우려
무조건적 결합승인보다 고용승계 등 상생방안 마련 여부 고려해야

 

최근(7/1) ㈜한국조선해양(분할전 현대중공업, 이하 “한국조선”)은 대우조선해양(이하 “대우조선”) 주식취득 관련 기업결합 신고서를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에 접수하였다. 국내 3대 대형조선사 중 두 곳인 한국조선과 대우조선의 기업결합이 성사된다면 국내 조선업 생태계는 큰 변화를 겪을 수 밖에 없으며, 이에 대한 관련 산업 종사자들의 우려 또한 결코 작다고 할 수 없다. 특히 한국조선과 대우조선 노동자 및 각 회사 하청업체의 노동자는 누구보다 두 회사 기업결합에 큰 영향을 받는 당사자로서, 공정위는 한국조선과 대우조선의 기업결합심사 시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이하 “공정거래법”)」 상 경쟁제한성 요건 뿐만 아니라 노동자 및 지역사회에 기업결합이 미치는 효과를 엄중하게 고려하여 기업결합심사를 진행해야 할 것이다.

한국조선은 현대중공업그룹의 중간지주회사로서, 이 기업결합이 성사된다면 기존 현대중공업 및 대우조선의 사업부문 뿐만 아니라 현대삼호중공업과 현대미포조선까지 계열사로 거느리게 된다. 이는 사실상의 독점으로 공정거래법 제7조(기업결합의 제한) 제1항에 따른 실질적 경쟁제한 행위에 해당하며, 이 경우 ‘상당한 효율성 증대효과’ 및 ‘회생 불가회사와의 결합’ 등 공정거래법상 기업결합 규제의 예외에 해당해야만 기업결합이 가능하다. 그러나 기존 한국조선 조선소는 울산광역시에, 대우조선 조선소는 거제시에 위치해 두 회사 기업결합으로 인해 생산·물류 비용을 절감하기 어려운 지리적 여건이며, 국제 기업결합심사 통과를 위한 조건부 기업결합 시 두 회사 뿐 아니라 협력업체 및 기자재업체 등에까지 인적 구조조정 등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된다. 따라서 이번 기업결합이 공정거래법 제7조 제2항 제1호의 ‘당해 기업결합외의 방법으로는 달성하기 어려운 효율성 증대효과가 경쟁제한으로 인한 폐해보다 큰 경우’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 또한 한국조선 및 대우조선 모두 현재 자본잠식 상태가 아니며, 대우조선은 2017년부터 흑자전환해 공정거래법 제7조 제2항 제2호에 의한 ‘회생이 불가한 회사와의 기업결합’에도 해당하지 않는다. 반면 이 두 회사의 결합으로 사실상 독점으로 인한 경제력집중의 폐해가 예상되는 바, 공정위는 기업결합심사 시 ▲두 회사의 주력선종인 LNG선박 시장을 별도의 시장으로 획정하여 경쟁제한성 효과를 산정해야 하며, ▲기업결합 후 시장지배력 강화로 인해 종속이 심화될 가능성이 큰 협력업체 및 납품업체에 대한 「하도급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이하 “하도급법”)」 위반 불공정거래행위에 대한 개선 방안 마련 여부에도 유념해야 할 것이다.

한국조선과 대우조선이 기업결합에 성공할 경우 경우 현대중공업그룹의 시장점유율은 2018년 말 기준 국내 조선업체 전체 수주량의 79.1%에 달해 공정거래법 제7조(기업 결합의 제한) 제4항 제1호에 의한 실질적 경쟁제한성 추정 요건에 해당된다. 특히 LNG선박의 경우 세계시장 점유율이 과반을 넘는 등 현대중공업그룹 조선회사들의 높은 시장점유율은 이들 회사들의 구매자에 대한 시장 지배력 뿐만 아니라, 하청업체 및 기자재 납품업체 등에 대한 거래상 지위남용 가능성까지 검토할 필요성을 갖게 한다. 한국 조선산업의 특성상 회사 내 조선소에 다수의 하청업체가 소재하는데, 한국조선 및 대우조선의 경우 전체 생산인력 중 사내 하청업체 인력이 80% 이상(https://bit.ly/2xPGOwo)을 차지할 정도이다. 그러나 이들 조선사의 하도급법 위반 행위는 심각한 수준으로 공정위가 2019. 5. 29.  하청업체 기술자료 유용 등의 혐의로 현대중공업에, 2018. 12. 26. 서면 없이 하도급 대금을 일방 감액한 혐의로 대우조선에 각각 과징금 부과 및 검찰 고발 결정을 내리는 등 최근까지도 이들 조선사들의 ‘갑질’은 심각한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결합으로 인해 시장점유율이 독점 수준까지 높아지고 이에 대한 대비책이 제대로 마련되지 않는다면 이들 회사의 하청업체에 대한  횡포는 더욱 기승을 부릴 가능성이 높다. 공정위는 이 점을 유념하여 이들 회사의 하도급법 위반 행위 현황 및 관련 시정 계획 여부를 확인하여 기업심사 시 반영하여야 할 것이다. 기업결합심사기준은 이미 전후방 연관산업의 발전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하여, 기업결합을 통한 효율성 증대효과를 판단하도록 정하고 있다. 공정위는 이번 기업결합을 통해 현대중공업그룹이 시장 내에서 막강한 지위를 가지게 됨으로써, 전후방사업에 오히려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닌지 반드시 검토해야 한다.

김상조 전 공정거래위원장이 현대중공업그룹의 대우조선 주식 취득에 대해 ‘내셔널 챔피언으로 키우기 위해 다른 경쟁당국이 충분히 합리적이라고 판단할 수 있는 결론을 내려야 한다’는 취지(https://bit.ly/2LQSbfH)로 발언하는 등 공정위가 두 회사 기업결합 심사를 통과시킬 확률은 매우 높은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2018년 말 기준 고부가가치 선종인 LNG선의 경우 세계 시장 점유율이 한국조선이 26.5%, 대우조선이 28.7%에 이르러 전세계 수주량의 50% 이상을 초과하는 실정이다. 김상조 전 위원장도 지적했듯이 한국조선과 대우조선의 기업결합은 EU, 일본, 중국 등 10여 개 경쟁당국의 기업결합심사 또한 통과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만약 각 경쟁당국이 기업결합 후 회사의 과도한 시장점유율을 우려해 한국이 기술적 우위를 갖고 있는 고부가가치 선종의 생산 감축을 조건으로 내걸고, 현대중공업그룹이 이를 받아들인다면 이는 향후 두 회사 고용에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현대중공업그룹은 기업결합심사와 관련해 ‘성공적인 기업결합이 이루어지면 일감과 고용이 늘어 지역경제가 활성화된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으나, 지금까지 국내외 기업결합심사에서 조건부 승인의  경우 생산 감축을 전제로 한 것이 대부분이었다. 이미 한국조선 본사 및 글로벌 R&D센터 등의 수도권 이전이 발표된 후 각 회사 및 해당 하청업체 정규직·비정규직을 막론한 노동자들의 불안이 가중되고 있다. 공정위는 이번 기업결합이 울산·거제 등 지역사회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심대함을 인지하여 한국조선과 대우조선 기업결합심사 시 고용승계 등 노동자와의 상생대책이 제대로 마련되었는지 또한 충분히 고려해야 할 것이다.

세계 조선업 시장에서 점유율 및 기술력 1, 2위를 다투는 한국조선과 대우조선의 기업결합은 이후 미칠 파장에 대해 ‘공정하고 자유로운 경쟁’을 보호하는 기관인 공정위의 충분한 고려 및 심사가 필요하다. 한국조선과 대우조선이 경쟁력을 갖고 있는 분야인 LNG 운반선, 초대형 유조선, 전함 부문의 수평적 결합 효과는 물론이며, 엔진 등 선박 핵심부품을 직접 생산하는 한국조선과의 기업결합이 대우조선에 선박 부품을 납품하던 다른 기자재업체에 미치는 영향도 고려해야 한다. 이 합병기업결합은 결국 현대중공업그룹 관련 협력업체 및 기자재업체의 수직적 결합 효과를 강화시켜 기술탈취, 납품단가 인하, 전속거래 강요 등 각종 불공정거래행위를 심화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더욱 문제가 된다. 이러한 수평적·수직적 기업결합으로 인한 독점의 폐해를 막거나 최소화 할 수 있는 장치가 마련되지 않는다면, 공정위는 이번 기업결합을 승인해서는 안 될 것이다. 공정위는 단순히 ‘내셔널 챔피언’을 핑계로 대우조선을 인수할 민간기업을 찾는 것에 골몰할 것이 아니라 ▲실제 두 회사의 이번 기업결합으로 인한 국내 조선업 시장의 경쟁 저해가능성에 대한 대처방안을 마련해야 하며, 현대중공업그룹 측에는 ▲기업결합 이후 구조조정으로 인한 인력감축으로 인해 피해당사자가 될 가능성이 높은 노동자 보호방안 및 ▲조선업계에 만연한 하도급법 위반 불공정거래행위 해결방안을 요구하는 등 신중한 심사에 임해야 할 것이다.

 

논평 [원문보기/다운로드]

정부지원금 0%, 회원의 회비로 운영됩니다

참여연대 후원/회원가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