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가계부채 방안, ‘상환능력에 따른 대출’ 원칙 지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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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올 4분기 가계부채 연착륙을 위해 10월 중 추가적인 가계부채 관리방안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고승범 금융위원장 등 금융당국의 수장들이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몇몇 국회의원들의 반대 의견에도 불구하고 가계대출 규제 강화에 나서겠다고 입장을 밝힌 것은 그만큼 현재의 가계부채 상황이 심각하고 이후 한국경제의 뇌관이 될 수 있다는 위기의식에서 비롯한 것으로 보인다. 참여연대는 곧 발표될 가계부채 추가 관리방안이 ‘차주의 상환능력을 감안한 대출 실행’이라는 금융의 원칙을 견지해야 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밝힌다. 실수요자 보호 명목으로 정책의 예외를  반복해 허용하다가 풍선효과와 정책 신뢰성 상실로 이어졌던 전례를 반복해서는 안 된다. 그런 점에서 어제(10/20) 금융위원회가 4/4/분기 전세대출을 총량관리 한도에서 제외하는 등 조치를 발표한 것에 대해 우려스럽다. 실수요자들의 반발은 가계대출 정책에 예외를 두는 방식이 아니라 공공주택의 확대나 신규임대차 인상율 상한제 도입과 같은 강력한 주거 공공성 확대 방안으로 돌파해야 한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에 차주의 모든 대출 포함 필요

집값폭등 원인 전세자금 및 전세보증금반환채무 반드시 포함해야 

최근 가계부채 관리 정책과 관련해 적지 않은 반발이 발생하는 것은 정부가 발표하는 방안이 일관성이 결여된 채 단편적이고 단기 처방에 머물러있기 떄문이다. 가계부채 수준을 안정적인 관리한다는 방향을 천명하면서도 서민 실수요자의 요구를 반영한다며 담보대출비율(LTV) 규제를 일부 완화한 것이 그 실례이다. 또한, 현재 총 부채 잔액의 과반수가 주택담보대출이고 신용대출 중에서도 상당 금액이 주택구입에 소요되고 있음 역시 감안해야 한다. 특히 전월세보증금반환채무의 경우 집을 구입하는 사람이 직접 금융권을 통해 받는 대출은 아니지만 DSR 규제에서 빠져있다보니 자기 자본이 없어도 전월세보증금을 올려 주택을 구입하는 ‘갭투기’ 사례가 빈번하다. 만약 가계부채 폭탄의 뇌관이 터지면 갭투기 문제는 주택소유자와 금융권을 넘어 전월세 세입자들의 보증금까지 위협하는 중대한 사회문제로 떠오를 가능성이 높다.

최근 가계부채가 쟁점이 되고 있는 이유는 가계부채 총량이 이미 국내총생산(GDP)의 100%를 넘어 임계치를 넘어섰고, 코로나19 종식 후 다수 경제주체에게 위험으로 다가올 가능성이 매우 높기 때문이다. 최근 가계부채 상황을 보면 장기간 경제침체와  불안정한 생애 예측, 자산불평등 등 요인으로 인해 청년층 다중채무(기사참조)와 자영업자들의 대출이 급증한 상황이다. 그러나 조만간 추가적인 금리인상이 예고되어 있고, 내년 1분기 이후에는 정책자금대출과 채무상환유예 기일이 도래해 한계 영역에 있는 다수의 차주들이 상환 압박에 직면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현재의 주택가격 상승세가 향후 조정기에 들어설 경우 무리하게 대출을 동원한 채무자들 역시 신용위험에 직면할 가능성이 있다. 정치권은 당장 유권자의 마음을 얻기 위해 현재의 부담을 미래의 위험으로 떠미는 입장을 거두고 보다 책임있는 자세로 가계부채 문제 해결에 나서기 바란다. 

거듭된 실수요자 예외로 풍선효과 야기했던 전철 반복해선 안 돼

한국은행은 지난 9월에 가계 소비를 제약하는 부채 임계수준은 총소득원리금상환비율(이하 “DSR” : Debt Ratio Service) 45.9%로 추정되지만, 올해 1분기 평균 DSR은 36.1% 수준이고, 임계수준을 초과하는 차주들의 비중이 다소 상승했으나 아직은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한국은행 보도자료 참조). 그러나 2분기 가계부채 증가율도 약 10%에 이르는 등 가계부채 증가세가 계속되고 있어 위험수준은 더 높아졌을 가능성이 높다. 더욱이 현재 한국의 DSR은 전세자금대출, 보험계약대출, 예적금담보대출, 할부·리스·현금서비스·카드론 등 대출은 차주가 상환해야 할 원리금에서 제외한 후 산정되므로, 원칙적으로 차주의 모든 대출을 원리금상환액에 포함하는 해외 주요국의 DSR·DSTI·DTI와 비교해 허점이 많다(토론회 자료집 참조). 차주가 갚을 수 있을 만큼만 대출이 실행되도록 규제하는 DSR지표의 목적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예적금담보대출과 소비자신용 역시 가계가처분소득을 감소시키는 주요 요인이며, 전세자금대출과 특히 전월세보증금반환채무는 집값상승을 야기하는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기 때문에 DSR 규제에 포함하는 것이 타당하다. 

정부의 가계부채 관리방안이 은행권에 대해서는 DSR 40%, 비은행권에 대해서는 DSR 60%로 기준을 차등적용해 제2금융권의 대출이 증가하는 등 규제 효과가 반감된 것도 바로잡아야 한다. 더욱이 제2금융권 대출 조건이 은행권에 비해 높다는 것 역시 추후 채무자들에게 부담으로 되돌아 올 수 있다. 정부는 최근 쟁점이 되는 이 사안과 관련해 모든 금융기관의 DSR 기준을 동일하게 적용하는 것을 원칙으로 삼아야 한다. 최근 금융당국이 실수요 대출에 대해 숨통을 열어두면서도 동시에 투기목적의 대출에 대해 규제를 강화하겠다고 하지만 정책의 원칙을 훼손해서는 안된다. 이와 동시에 실행되는 대출이 지정된 목표를 넘어 투기로 이어지는지에 대한 관리·감독 역시 강화되어야 할 것이다. 

가계부채 관리 방안과 동시에 정부의 주거정책에서 공공성이 더 강화될 필요가 있다. 올해 6월말 저축은행의 부동산PF 대출이 2011년 9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한 것에서 보듯 민간에 막대한 이익을 보장하는 방식의 주택공급 정책은 집값상승과 부동산투기, 부채 증가와 금융 리스크 확대를 계속 추동하는 동인이 되고 있다. 정부는 과잉동원된 부채를 안정적으로 줄여나기 위해 중장기적 총량 관리 기준을 설정하고, 원칙에 기반한 금융 정책을 펼쳐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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