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논평] 정은보 금감원장은 금융감독기구 역할 자각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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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검사 폐지, 규제없는 감독’ 발언 등 친시장 행보, 부적절해

지배구조 개선없는 상황에서 금융회사의 편의 봐줘서는 안돼

금융소비자 이익 최우선시하는 금감원 설립 목적에 맞게 행동해야 

지난 11월 3일 정은보 금융감독원장이 금융지주회장과의 간담회를 개최하여 종합검사 폐지의 뜻을 사실상 밝힌 이후, 오는 11월 23일에는 증권사 및 자산운용사 CEO들과 회동한다고 한다. 업계에서는 이 자리에서 9월 금융감독원이 증권사 9곳에 시장질서 교란 행위 혐의로 부과하기로 한 480억 원 규모의 과징금 조정 논의를 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시장을 감독하고 교란 행위를 제재해야할 금융감독원의 장(長)이 친시장 행보를 지속적으로 보이고 있어 개탄스럽다. 정 원장이 없애겠다는 뜻을 밝힌 종합검사는 2015년 금융회사에 부담을 준다는 이유로 폐지됐다가 대형 금융사고가 잇따르자 2019년 부활한 것으로, 부재시 금융소비자 보호 정책이 타격을 입을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금융소비자연대회의는 금융기관에 대한 검사·감독·제재 업무 등의 수행을 통하여 금융소비자를 보호해야 할 임무를 맡은 금융감독원의 수장이 ‘금융회사 구하기’에 나선 것을 강력히 비판한다. 정은보 원장은 아무쪼록 ‘금융회사에 비해 사회적 약자인 금융소비자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고려’한다는 금융감독원의 설립 목적에 맞게 처신하고 행동하길 바란다. 

금융감독원이 소비자보호라는 본래의 기능을 제대로 다하지 못해 발생한 문제는 비단 한 두번이 아니다. 가장 최근에는 DLF, 라임, 옵티머스 등 각종 사모펀드 사태가 있었고, 이로 인해 DLF는 8천억원, 라임은 1조 6천억원, 옵티머스는 1조 5천억원이라는 전무후무한 피해 규모를 남겼다. 이러한 사태의 재발방지를 위해 누구보다 노력해야할 금융감독원이 종합검사를 없앤다는 등 마치 금융기관의 편의를 봐주는 듯한 발언을 하는 것은 무엇보다 아쉬운 대목이다. 한편, 사모펀드 불완전·사기판매는 금융기관들이 금융소비자들을 속여가며 약탈적인 이익 확보에 몰두한 반면, 그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금융소비자피해 방지에 대해서는 내부통제장치가 제역할을 하지 못했기 때문에 발생한 일이다. 이후 장기연임 회장 중심의 금융지주회사의 지배구조가 크게 개선되지 않은 상황에서 감독감독 당국이 이를 제대로 규제하지 않으면 유사한 사태가 언제든지 재발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금융감독원장은 이를 방지할 책임을 망각한 채 금융기관의 금융소비자보호 실태평가를 자체검사에 맡긴다고 한다. 고양이에게 생선가게를 맡기겠다는 것과 다름없다. 금융소비자 보호 의무를 내팽겨친 채 금융기관의 이해만 대변하려는 금융감독원장을 규탄하지 않을 수 없다.

금감원장은 지속적으로 “금융감독의 본분은 규제가 아닌 지원”이라는 입장을 표명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오히려 금융감독의 본분을 망각하는 것이다. 지난 수 년 간 금융산업 육성을 구실로 이루어진 금융위 주도의 일방적인 규제완화와 금융감독의 해체의 여파는 온전히 금융소비자들의 피해로 전가되었다. 지난 DLF, 옵티머스 사태에 대한 감사원 감사 결과 역시 금융감독원이 제역할을 하지 못했음을 지적했고, 그 결과 아직도 금융피해사건 분쟁 절차가 진행되고 있다. 그럼에도 정 원장은 금융 검사 및 제재심의 과정에서 금융기관과 소통채널을 확대하겠다고 발언으로 금융 피해자들을 우롱했다. 금융기관과 금융소비자 간의 거래는 전문지식 보유 여부, 활용할 수 있는 정보의 비대칭성 등으로 인해 필연적으로 불균등한 관계에서 이루어질 수 밖에 없다. 금융감독의 본분은 이러한 문제들에 적절히 개입해 금융소비자의 피해를 방지하고, 공정하고 신뢰할 수 있는 금융 환경을 확립함에 있다. 이를 위해 철저한 규제와 감독은 당연히 수반되어야 하는 일들이다. 금융피해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 집단소송제 도입 등 금융기관의 과도한 이익추구를 견제하고 손해배상소송 시 과실의 입증책임을 판매자로 돌리는 등 금융소비자보호를 위한 방안 마련도 시급하다. 하지만 정 원장은 금융감독의 미비점을 개선하고 강화할 의지를 천명하기는 커녕 기존의 금융감독 기조로부터도 후퇴하는 방향의 입장을 계속 고수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장으로서의 자질마저 의심될 지경이다. 우리 금융소비자연대회의는 정은보 원장의 발언을 강력히 비판하며, 향후 금융소비자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고려하는 금융감독원 본연의 업무에 맞는 처신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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