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지배주주 특혜 주는 복수의결권주식 도입법안 폐기하라

벤처기업법 개정도 끝나기 전에 ‘모범회사법’ 요구한 전경련,

복수의결권주식 도입이 결국 재벌 숙원사업임이라는 명백한 증거

상법상 이미 지배권방어 가능함에도 복수의결권주식 추가 도입하는 것은 부적절

창의적 벤처기업 성장과 무관한 대주주 특혜를 위한 포석에 불과

 
 
오늘(12/8)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에 「벤처기업육성에 관한 특별조치법 일부개정법률안」(이하 “벤처기업법”) 정부안이 상정되었다. 이 법은 상법에 명시된 1주 1의결권과는 배치되는 복수의결권주식을 도입하는 것으로서, 비상장 벤처기업의 창업주가 대규모 투자유치로 지분희석 우려 시 1주당 최대 10개 한도로 의결권 수를 보장해 준다는 것이다. 그런데 어제(12/7) 전국경제인연합회(이하 “전경련”)는 복수의결권주식을 일반화하는 내용의 상법 개정안인 “모범회사법’ 제정을 요구했다[https://bit.ly/3lLxXFb]. 아직 벤처기업법이 국회를 통과하지도 않았는데 그 다음 단계부터 요구한 것이다. 재벌이 복수의결권주식에 얼마나 목을 매고 있는지 잘 알 수 있다. 결국 벤처기업법은 실제 벤처기업의 육성보다는 결국에는 재벌들의 요구를 만족시키기 위한 법이 될 가능성이 높다. 우리 노동시민사회단체들은 어떠한 명분도 실익도 없는 복수의결권주식 도입을 위한‘지배주주특혜법’인 벤처기업법 도입에 반대하며, 법사위가 이 법안을 폐기할 것을 촉구한다.
 
정부가 도입하려는 벤처기업법이 지배주주특혜법인 데에는 많은 이유가 있다. 먼저, 현행 상법상 무의결권 종류주식 발행으로도 지배권 방어는 충분히 가능하다. 이처럼 현재 상법으로도 지배주주 지배권 방어가 가능한 상황에서 굳이 복수의결권주식을 발행하는 내용을 개별법으로 먼저 도입하는 것은 상당히 부적절하다. 또한 복수의결권 주식 발행은 현 경영진에 대한 과도한 권한집중을 발생시킬 수 있어 사익추구의 위험이 확대되고, 의결권이 희석된 기존주주 및 소수주주의 권리를 약화시킬 수 있다. 지금도 한국 재벌대기업 총수들은 적은 지분으로 막강한 지배력을 가지고 그룹 전체의 경영을 좌지우지하고 있다. 그리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삼성전자 지분율은 고작 1.63%, 정의선 현대자동차 회장의 현대차 지분율은 2.62%에 불과하다. 
 
한편, 법사위에 상정된 벤처기업법 개정안에 따르면 벤처기업이 상장된 지 3년 후에는 복수의결권주식은 그 효력이 상실된다. 해당 법을 통해 상장한 가장 큰 유인이 사라지는 격이다. 이에 복수의결권주식의 보통주식 전환요건을 완화해달라는 기업들의 민원이 쇄도할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또한 상장 후에는 사실상 기존 상장기업과 동일한 대우를 받기에 재벌을 포함한 여타 기업 또한 복수의결권주식을 허용해달라는 움직임이 일어날 것 또한 쉽게 예상할 수 있다. 이는 차후 법 개정을 통해 수많은 문제를 불러 일으킬 것이다. 이번 전경련의 ‘모범회사법’ 제정 요구는 그런 예상이 단순히 시민단체의 과민 반응이 아니라, 지금 이 순간 현존하는 위험임을 웅변으로 보여주고 있다. 
 
정부 제출 법안에 따르면, 벤처기업이 성장하여 벤처기업의 지위를 상실한 경우에도 그 존속기간이 만료될 때까지는 복수의결권주식을 유지할 수 있다. 벤처기업이 아닌 기업이 상장 후에도 복수의결권주식을 갖게 하는 등 애초의 법 취지와 무관한 법을 벤처기업법이라는 이름으로 굳이 통과시키려는 이유는 단 하나, 전경련 등 재벌들의 소원풀이라고 밖에 짐작할 수 없다. 기업 소유와 지배력의 괴리의 격차가 그렇지 않아도 큰 우리나라 기업지배구조에서 이는 창의적 벤처기업 성장과 무관한, 대주주 특혜를 위한 포석으로 밖에 볼 수 없다. 이처럼 어떠한 명분도 합리적 근거도 없는 복수의결권주식 도입 시도에 반대한다. 진정으로 벤처기업의 성장을 생각한다면 대기업의 불공정거래행위, 자금조달 및 사업실패에 냉혹한 환경 등 사업주들이 고통받는 환경을 근절해야 옳다. 이번 법사위에서 벤처기업의 성장을 위한다는 거짓의 탈을 쓴 지배주주특혜법은 반드시 폐기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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