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기아차 부당표시 행위에 대한 공정위의 솜방망이 제재 납득 어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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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가 어제(1/12) 현대·기아자동차(이하, “현대·기아차”) 양 사의 ‘순정부품 관련 부당한 표시행위’에 대해 ‘경고’ 결정을 내렸다. 이번 결정이 현대·기아차의 부당한 표시행위를 인정한 점에 대해서는 의의가 있다고 할 수는 있겠으나 벌점 부과에 불과한 조치에 그쳐 아쉽다. 공정위는 이번 조치로 A/S 자동차 부품 시장에서 소비자의 합리적인 선택을 지원하고, 다양한 부품 제조사들의 공정 거래 질서를 확립하는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평가했지만, 그간 현대·기아차가 완성차업체로서 지배적 지위를 이용해 얻은 부당이득과 소비자에게 부당한 정보 제공, 중소 독립부품업체의 시장진입 차단 등을 감안한다면 더 중한 제재가 내려졌어야 마땅하다. 

부품업체의 인증부품을 비순정부품으로 거짓·과장표시, 위법 명백 

녹색소비자연대, 참여연대, 한국소비자연맹 등 3개 소비자·시민단체는 지난 2019년 9월 현대·기아차와 현대모비스가 자사가 공급하는 주문자상표부착생산(Original Equipment Manufacturing, 이하 “OEM”) 부품을 순정부품으로 지칭하며 OEM부품과 동등한 중소부품업체의 인증부품(비순정부품) 사용 시 ‘차량 성능저하와 안전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고 부당하게 표시한 것을 신고했다. 당시 소비자·시민단체는 현대·기아차의 이러한 표시행위가 거짓과장성, 소비자오인성, 비방성, 공정거래저해성에 해당함을 강조했고, 이번 공정위 결정 역시 그 사실을 모두 인정했다. 이처럼 공정위가 시민단체의 이러한 신고내용을 인정한 것은 그만큼 현대·기아차의 위법행위가 명백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공정위의 결정이 시정조치와 과징금 등 소비자·시민단체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고 가장 약한  ‘경고’에 그침으로써 솜방망이 제재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되었다. 

OEM부품을 순정부품으로 비싸게 판 부당이득, 과징금 없어 유감

공정위는 이번 결정과 관련해 ‘소비자의 안전을 위한 주의 촉구, 2018년 11월 이후 신차종 취급설명서에는 해당 표시를 삭제한 점 등’을 고려했다고 밝혔으나, 이러한 고려사항은 현대·기아차의 항변을 그대로 받아들인 것으로 타당하지 않다. 소비자 안전을 위한 주의 촉구를 위해 ‘순정부품’ 표시가 필요했다고 하나, 해외 자동차 판매사들은 모조품이나 불량품을 사용하지 말 것을 경고할 뿐 자사 공급 부품만이 우월하다고 명시하지는 않는다. 또한 현대·기아차가 2018년 신차종부터는 ‘순정부품’ 표시를 삭제했다 하더라도 이미 장기간에 걸쳐 상당수 차종(현대차 24종, 기아차 17종)의 자사 OEM 부품을 인증부품 대비 1.5배~4.1배 비싸게 판매해 폭리를 취해왔을 뿐만 아니라 여전히 ‘순정부품’ 표시가 시정되지 않은 차종이 있는 점을 감안하면 그에 상응하는 제재(과징금부과, 고발조치 등)가 내려졌어야 타당하다.  

중소부품업체 시장접근 차단, 정비업체 순정부품 판매 강요 등 불공정 시장구조 간과한 결정 아쉬워

현대·기아차는 A/S부품 판매 관련 부당표시 행위를 통해 소비자에게 그릇된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합리적인 판단을 저해하고, 자사의 부품을 비합리적으로 비싸게 팔아 폭리를 취했다. 또한, 일반 소비자로 하여금 중소부품업체가 직접 공급하는 인증부품을 열등한 상품으로 오인케 함으로써 중소부품업체의 정당한 시장접근권을 차단했다. 이는 현대·기아차가 자신들이 공급하는 상품의 품질·경쟁력과는 무관하게 완성차업체라는 우월적 지위를 남용해 부당한 이익을 챙긴 것으로 독립적 시장 주체들간의 공정하고 자유로운 거래와 경쟁이라는 시장경제 질서를 어지럽힌 일이다. 더욱이 현대·기아차가 현대모비스가 공급하는 OEM부품을 사용하지 않는 정비업체에게 하위 등급을 주는 등 사실상 구속조건부 거래를 강요하고 있다는 문제가 제기되기도 했다(https://bit.ly/3fi2mY0). 공정위가 이러한 자동차 부품 거래구조의 불공정 문제, 소비자 피해 등 이 사건의 본질적 문제를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채, 마지 못해 법이 정한 가장 가벼운 제재에 그친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공정위는 솜방망이 제재로 그칠 것이 아니라 신속히 자동차 부품 거래구조의 불공정 문제에 대해 추가로 조사하고, 현대·기아차 이외의 완성차제조업체도 ‘순정부품’에 관한 부당한 표시광고 행위를 하는지에 대해 조사하여 적극적인 시정조치를 해야 할 것이다. 현대·기아차는 자동차부품회사와 소비자들에게 위법행위 사실을 시인하고, 오해 소지가 큰 ‘순정부품’ 용어를 절대 사용하지 않겠다고 약속해야 하며, 자동차부품회사와 상생에 적극 나서야할 것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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