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정부와 산업은행의 조선산업 재벌 몰아주기의 과오, 뼈저린 반성과 책임으로 이어져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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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가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의 기업결합에 대해 불승인 결정을 내렸다. 이로서 현대중공업의 대우조선해양 인수합병건은 사실상 무산되었다. 국내 공정거래위원회가 유럽 경쟁당국의 결정과 상반되는 결정을 내릴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보인다.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이 조선업계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감안한다면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결과였다. 이러한 리스크가 자명함에도 무리하게 대우조선해양 매각을 추진한 정부와 산업은행에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 대우조선해양에 투입된 막대한 국고와 기업결합심사가 지속되면서 발생한 사회적 비용, 대우조선해양의 사업 차질 등은 어떻게 보상할 것인가. 정부와 금융당국, 산업은행은 이번 기업결합 무산과 관련해 지난 과오를 뼈저리게 반성하고, 산업금융 및 구조조정 정책의 방향을 근본적으로 전환하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그 시작은 중요한 산업구조조정 정책과 관련해 관피아의 밀실야합이 아닌, 투명하고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동등하게 참여할 수 있는 의사결정구조 마련이 되어야 한다.

무리한 대우조선 매각 추진, EU의 기업결합 불승인으로 이어져

이번 결정에 앞서 참여연대는 민변 민생경제위원회와 공동으로 공정거래위원회에 보낸 두 차례의 의견서를 통해 현대중공업-대우조선해양의 기업결합이 타당하지 않다는 의견을 개진한 바 있다. 이들 두 회사의 인수합병이 이루어졌을 경우 조선 시장점유율은 과반이 넘고 경쟁사업자와의 점유율 격차도 25%p 이상으로 명백히 경쟁제한성 요건에 해당한다. 또한, 기업결합이 이루어질 경우 지금도 공고한 양대 조선사의  독점적인 구매자로서의 지위가 더욱 확고해지면서 하도급 불공정 거래구조가 더욱 심화될 우려가 있었으며, 인력 및 공급체계 구조조정에 따른 고용 위기, 지역산업 황폐화 등 문제가 발생할 것으로 보여 경쟁제한성을 상쇄할 효율성보다는 오히려 부작용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았다. 이렇듯 다양한 문제점들이 제기되었음에도 정부와 산업은행은 이를 불식시키기 위해 노력하기는커녕, 현대중공업에게 조선산업을 몰아주는 매각 결정을 일방적으로 추진했을 따름이었다. 이번 유렵연합의 기업결합 불승인으로 정부가 내세웠던 ‘조선산업 선진화’ 구실도 허상에 불과했음이 드러났다. 정부와 산업은행은 이러한 결과에 대해 책임져야 한다. 그동안 대우조선해양 처분에만 급급한 태도에서 벗어나 그동안 조선산업에서 불거진 하도급 불공정 거래 구조·관행 문제 해결, 위험의 외주화와 열악한 노동환경의 개선, 불공정거래·산업재해 피해자에 대한 구제와 보상 등 문제점을 해결해야 하며, 노동자, 협력업체, 지역사회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상생하는 조선산업 생태계를 만드는 방향으로 정책 목표를 전환해야 한다. 

현대중공업 몰아주기에 불공정거래 구조, 고용위기 등 무시돼

거대기업 위기 수습과 매각 외 상생과 지속가능한 경제를 위한 산업금융정책 필요해

대우조선해양과 관련해 정부와 산업은행의 과오는 비단 이번 기업결합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지난 2015년 대우조선해양 경영정상화를 명목으로 이루어진 일련의 공적자금 투입 과정은 합리성도, 민주성도 보장되지 않은 채 관피아들의 밀실야합으로 이루어졌다. 산업은행은 과거 대우조선해양의 부실을 야기한 분식회계 사건에 대해 책임있게 감독하지 못하고 사실상 방조했으며, 이러한 사태를 수습하는 결정 역시 서별관회의라는 비공식 회의를 통해 이루어졌다. 대우조선해양에 최대 12조가 넘게 국가 자원을 투입하면서 사회적 합의를 구하는 절차는 전혀 이루어지지 않았고, 2016년 대우조선해양 재무구조 개선 추진과정에서도 구조조정의 위협에 놓인 노동자를 보호하고 지원하는 내용 등은 다뤄지지 않았다. 거대기업 위기에 대한 땜질식 처방과 매각 처분 외 책임있는 산업금융정책이 있었는지 되묻는다. 

이번 유럽연합의 기업결합 불승인 결정은 단순히 산업의 구조조정과 재편이 무산된 하나의 사건으로만 해석해서는 안 된다. 국책은행이 산하 자회사의 경영부실을 사실상 방조했고, 그 책임을 덮는 과정에서 막대한 공적자금 투입 결정이 밀실에서 이루어졌다. 이후 국고 압박이 지속되자 재벌의 산업 독점이라는 비판과 기업결합 불승인 또는 조건부승인 가능성이 점쳐짐에도 무리하게 매각이 추진되었다. 관피아와 재벌만 존재한 일련의 과정들에서 노동자와 협력업체, 지역사회 등 그 영향을 받는 다양한 사회구성원들은 제외되었고, 산업은행과 현대중공업 간 대우조선해양 인수합병 계약 체결 후 불안한 상황에 내몰릴 수 밖에 없었다. 애초에 잘못 꿴 실을 다시 풀어야 한다. 정부와 산업은행은 그간의 잘못들을 인정하고 ‘산업의 개발·육성, 지속가능성 성장촉진과 국민경제의 건전한 발전’이라는 산업은행의 설립목적에 맞게 정책을 펴나가야 한다. 다행스럽게도 최근 조선업 경기가 호황기에 돌입했다고 한다. 정부와 산업은행에 요구한다. 당장 대우조선해양을 처분하는데 골몰할 것이 아니라, 이 기업이 다양한 이해관계자와 상생·협력하고 떠나간 원하청 노동자들이 돌아올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 지속가능한 산업생태계 속에서 경쟁력을 갖춘 회사로 거듭나도록 관리·감독 하는데 책임을 다하라.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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