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은 시민사회 발전을 위해 뭘하고 있는가?”

박원순 사무처장, 전경련 간담회에서 쓴소리

지난 27일 오후 4시 전국경제인연합회(이하 전경련)는 참여연대 박원순 사무처장을 초청, ‘기업과 시민단체’라는 주제로 간담회를 마련했다. 이날 열린 간담회에는 전경련 소속 회원사 임원 50여 명과 경제부 출입 기자들이 참석했다.

IMF경제위기 기업은 분명한 책임 느껴야

손병두 상임부회장은 인사말을 통해 “경제계에서는 그동안 NGO운동을 지켜보면서 많은 것을 배웠으며 건전한 시민단체의 활동이 경제사회발전을 위해 필요하다는 것을 새롭게 인식하게 되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편으론 “그동안 시민단체가 현실과 동떨어진 주장을 하고, 기업이 받아들이기 힘든 급격한 변화를 추구하는 등의 활동에 대해 불만이 있어온 것이 사실”이라며 경제계의 입장을 전했다. 또한 그는 “시민단체가 지나치게 외국의 제도와 관행을 급격히 도입하자고 하는 바람에 한국 경제사회에 적지 않은 부작용이 야기되지 않을까 우려하는 기업들이 적지 않다”며 우회적인 어투로 시민운동을 비판했다. 따라서 이날 손병두 삼임부회장은 “허심탄회한 대화를 통해 소원했던 관계를 해소하고 경제사회 발전을 위해 긴밀하게 협조하자”며 박원순 사무처장의 초청 목적을 밝혔다.

한편, 인사말 이후 마련된 강연에서 박원순 참여연대 사무처장은 지난해 일본NGO 방문경험을 예로 들며 “일본의 대다수 기업들은 해당 지역사회와의 관계를 염두에 두고 건강한 사회문화 형성을 위해 무엇을 공헌할 것인가에 대해 관심을 갖는 반면, 한국의 기업들은 수익에 급급한 나머지 시민사회와 지구촌 발전을 위해 무엇을 기여할 것인지 고민하고 있지 않다”고 말한 뒤 “앞으로 한국기업들은 외국기업의 예를 연구하고 배워야 할 것”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또한 박 처장은 “특히 기업들은 IMF 이후 한국 경제위기에 대해 그 책임을 분명히 느껴야 할 것”이라고 쐐기를 박았다.

기업경영에 대한 NGO의 요구는 지나치다?

강연이 끝나고 전경련 회원사 관계자들의 자유질의가 이어졌다. 간담회에 참석한 ‘자유기업원’의 박종찬 NGO 실장은 “참여연대 소액주주운동의 궁극적인 목적은 무엇이냐, 재벌회사에 근무하는 사람은 시민이 아닌가, 기업경영에 대한 시민단체의 요구와 주장은 지나치다, 기업경영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 그동안 기업의 불합리한 경영 책임은 사실상 정부에게 있다” 등등 그동안 기업 내부에 내재돼 있던 시민운동에 대한 불만을 토해냈다.

기업은 투명경영에 힘쓰라

이에 대해 박원순 사무처장은 “기업은 시민사회를 구성하는 중요한 축이고, 이런 측면에서 한국 기업은 더욱 공익성을 담보하는 활동을 해야한다”고 꼬집고, “소액주주운동은 기업의 투명성과 책임성을 담보해 국내외 투자자나 투자기관들에게 신뢰를 높여주는 결과를 가져오고 있다”고 주장했다. 덧붙여 그는 “소액주주운동이 해당기업의 신뢰도를 높여주는 것인 만큼 기업은 오히려 시민단체에게 상을 줘야하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박 사무처장은 “실제 미국에서는 사회경영(social management)에 대한 논문들이 많고, 기업과 비영리 단체들은 서로 경영에 대해 교류하는 만큼, 기업에서는 오히려 시민단체들의 주장을 더욱 수용해야 하고, 소비자와 시민들의 입장에서 기업은 더욱 투명한 경영을 해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이밖에 그는 개발독재시대의 관행은 정부의 책임이 크지만, 오늘날 대우·현대 사태나 IMF 사태의 책임에서 기업은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고 못박은 뒤, 거액의 무역금융을 받아 해외로 빼돌린 신동아그룹 최순영 회장처럼 전경련 소속 재벌들이 그동안 법과 원칙을 제대로 지켰다고 할 수 있는지 그리고 제대로 처벌받은 적이 있는지 되묻고 싶다고 성토하기도 했다.

이날 간담회는 약 1시간 30분 가량 진행되었으나, 양측이 명확한 입장차를 가지고 만났기 때문에 깊이 있는 논의가 진행되진 못했다. 전경련 측은 시민단체 활동에 대한 이해의 정도가 낮았고, 박원순 참여연대 사무처장의 경우도 “한국에서는 보다 공익과 시민사회의 발전을 위해 노력하는 기업이 없다”며 앞으로는 참석자들에게 ‘기업의 사회적 책임성’에 대해 당부의 말만 반복했다.

윤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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