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투신 매각협상 결렬 가능성 제기

AIG 측과 현대증권 신주발행가격 불완전 합의 의혹

지난 23일 체결된 AIG(아메리칸 인터내셔널 그룹)컨소시엄과 현대 투신 매각협상이 결렬될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참여연대는 “정부는 AIG컨소시엄각각 9천억원과 1조1천억원 등 모두 2조원을 공동출자하는 내용의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고 발표했으나, 협상의 당사자인 AIG 측에서는 현대증권이 AIG컨소시움에 제3자 배정하는 신주의 가격이 당초 예상한 7,000원보다 훨씬 높은 8,940원으로 결정되었기 때문에 가격이 조정되지 않는다면 인수가 결렬될 수도 있다고 밝혔다”며 “재협상이 이뤄지거나 협상 자체가 결렬될 가능성도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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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AIG가 반발하자 책임회피에 급급

참여연대는 “정부는 지난 21일 현대증권 이사회의 승인만 남겨둔채 AIG컨소시엄과 협상이 거의 체결된 상태에서 이사회 승인을 얻기 위해 신주발행가액을 애초 7,000원에서 8,940원으로 상향조정했다”며 “AIG가 신주발행가액이 상향조정된 것을 뒤늦게 문제삼는 것은 정부가 협상타결에 급급한 나머지 재협상을 하지 않은 채 양해각서를 체결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참여연대에 따르면 지난 21일 현대증권 이사회는 정부가 신주발행가액을 7,000원으로 요구하자 제 3자 배정 유상증자의 경우 할인율이 10%를 넘어서는 안 된다는 규정을 들어 이를 거부했다. 이에 정부는 23일 다시 현대증권 이사회에 신주발행가액을 10% 할인율을 적용한 8,940원으로 계산해 안건을 상정하도록 했다. 그러나 정부가 이후 AIG와 협상에서 신주발행가액을 상향조정했다는 사실을 알리고 다시 재협상했는지에 대해 의문이라는 것이 참여연대의 입장이다.

한편 금감위는 이에 대해 현대증권과 AIG컨소시엄간의 문제라는 입장을 언론을 통해 밝혔다. 이러한 금감위의 태도에 대해 참여연대는 “모든 협상을 정부가 나서서 진행했는데 이제 와서 책임을 회피하는 것은 납득하기 힘들다”고 비난했다. 현대증권 측에 따르면 현대증권은 AIG와 신주발행가격에 대한 협상을 벌인 일이 없으며 어떤 계약도 맺은 바가 없다.

“우량기업 현대증권에 현대투신 부실 전가”

참여연대는 이에 대해 “금감위가 그동안 AIG컨소시엄과 진행해왔던 협상의 내용과 과정을 투명하게 밝히라”고 촉구하고 나섰다. 또한 “현대증권 신주발행가격이 갑자기 변경된 것의 사실여부와 이 부분에 대해 AIG 측과 재협상을 진행했는지 여부에 대해 공개하라”고 주장했다.

참여연대는 또한 “이번 협상은 정부가 IMF 부채상환 시기와 맞춰 성공적인 외자유치와 투신구조조정으로 호도하기 위해 현대투신에 우량기업인 현대증권을 ‘끼워팔기’식으로 협상을 진행했다”며 “본 계약 협상 과정에서 불리한 매각조건을 개선하라”고 요구했다. 참여연대는 아울러 “이번 협상이 현대증권 소액주주의 권익을 침해했다”며 “현대증권의 신주발행금지가처분 소송 등 법적인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현대증권 측도 이번 협상에 대해 크게 반발하고 있다. 현대증권의 한 관계자는 “주당 순자산가치 1만 3천원대인 현대 증권 주가를 할인 발행해 회사 가치를 절하했다”며 “현재 주가에 비해서도 할인된 가격으로 경영권을 넘긴 것은 치욕”이라는 입장을 밝혔다고 한다.

한편 정부가 발표한 MOU내용에 따르면 AIG측은 현대투신에 6천억원, 현대증권과 현투운용을 통해 각각 4천억원과 1천억원을 출자하게 되며 정부는 현대투신에 8천억원, 현투운용을 통해 1천억원을 출자하게 된다. 이에 따란 정부는 현대주신 지분의 45%, AIG 측은 55%를 보유하게 된다. 정부와 AIG간에 MOU가 체결된 것은 지난 1월 양측이 본격협상에 나선 지 8개월여만이다.

이번 협상에 대해 정부 측은 대외신인도 제고와 함께 시장의 불확실성이 줄어들게 됐으며, 대우차와 서울은행 매각, 한국투신 외자유치 등 남은 구조조정도 급류를 탈 것을 기대한다고 평가했다.

전홍기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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