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수의 이익을 위해 금융법 질서의 근간을 바꾸려는 삼성카드의 오만한 태도

금융감독위원회는 즉시 삼성카드에 초과지분의 매각 명령 내려야

금감위 승인 없이 25.6%의 에버랜드 주식을 보유하여 금융산업의구조개선에관한법률을 위반한 삼성카드가 초과 보유지분(20.6%)을 매각하는 대신 지분의 의결권을 행사하지 않겠다는 계획서를 금융감독위원회에 전달하였다.

참여연대 경제개혁센터(소장 : 김상조 한성대 교수)는 삼성카드의 이러한 태도는 자신의 위법행위에 대한 반성과 자발적 해소없이 오히려 재벌 총수의 이익을 위해 금융법 질서의 근간을 바꾸려는 오만함에서 비롯된 것으로 비판하지 아니할 수 없다. 또한 참여연대는 이러한 삼성카드의 오만함에는 법적 일관성을 져버리고 스스로 엄정한 법집행을 유보함으로써, 금융감독기구의 권위를 추락시킨 금융감독위원회에 책임이 있음을 지적하며 금융감독위원회가 법개정 전이라도 동부그룹의 경우 마찬가지로 삼성카드에 주식매각 명령을 내릴 것을 촉구한다.

삼성카드는 금융감독위원회에 제출한 계획서에서 삼성카드가 보유한 에버랜드 주식은 대부분 옛 계열사였던 중앙일보의 보유분을 넘겨받은 것이지, 새로운 회사를 그룹 내에 편입한 것이 아닌 만큼 금감위가 매각을 요구하는 것은 부당하며, 에버랜드 지분을 처분할 경우 기업가치가 떨어져 경영 안정성을 저해할 수 있으며, 이로 인해 개인투자자들이 경영진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할 수도 있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삼성카드의 이러한 주장은 전혀 설득력이 없다. 금융회사가 계열분리로 인해 매각해야 할 계열사의 지분 또는 신규 계열 편입되는 회사의 지분을 반드시 인수해야 할 이유가 어디 있는가? 오히려 삼성카드의 에버랜드 주식의 인수는 삼성그룹 전체의 지배권을 유지하려는 총수 개인의 이익을 위해 경영상 불필요한 계열사 주식 또는 타 회사 주식을 인수하는 것으로 주주 및 채권자에 대한 배임행위와 다를 바 없다.

에버랜드 지분을 처분할 경우 삼성카드의 기업가치가 떨어진다는 것도 근거가 없다. 삼성카드가 에버랜드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것은 삼성카드의 자율적 판단에 따른 최적화된 자산운용의 결과가 아니라, 사실상 소액주주에 불과한 재벌총수가 계열사 출자에 힘입어 그룹 지배권을 유지하고 있는 한국의 낙후적인 기업지배구조(이른바 Korea Discount)의 반영에 불과하다. 따라서 삼성카드의 에버랜드 주식 매각은 순환출자로 난마처럼 얽힌 삼성그룹의 지배구조가 개선되는 신호로 읽혀 오히려 기업가치에 긍정적인 방향으로 작용할 것이다. 삼성카드의 주장대로 설사 일시적으로 주식가격이 하락한다 하더라도 이는 금산법 위반상황을 해소하기 위한 법령에 따른 정당행위이므로 불법행위를 전제로 한 손해배상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

일반적으로 소유와 관련된 법령 위반에 대한 시정조치는 매각이 기본이다. 만약 이를 삼성카드의 주장대로 의결권 제한으로 대치하려 한다면 이는 삼성카드 하나를 위해 보편적으로 적용되어야 할 법질서의 예외를 인정해야 한다. 결국 삼성카드는 국가를 상대로 자신의 이익을 위해 법치국가의 기본원리인 평등한 행정집행의 원리를 무시할 것을 요구하는 ‘생떼’를 부리고 있다.

삼성카드의 주장대로 백 번을 양보하여, 삼성카드가 금산법을 위반하였다는 금융감독위원회의 결정이 부당하다 할지라도 시장 참여자라면 일단 현행 법질서와 이에 따른 정부의 결정을 수긍하는 것이 시장질서를 뒷받침하는 법치주의의 기본원리이다. 만약 불만이 있다면 이에 대한 이의제기는 소송이나 입법청원과 같은 현행 법질서내의 허용된 방식을 통해 하면 된다. 그러나 삼성카드는 법에서 허용하는 선택들은 모두 배제하고 법에도 없는 의결권 제한을 정부에 제안하고 있다. 이처럼 금융산업의 근본 법질서를 개별 그룹의 특수한 이익을 지키기 위해 훼손하려는 삼성카드의 행태야말로 삼성그룹의 지배구조의 문제점이 무엇인지를 반증하며, ‘삼성공화국’이라는 비난이 터져 나오는 원인이 무엇인지를 보여주는 것이다. 삼성그룹이 진정 세계적 기업으로 도약하려면 법질서마저 자기 마음대로 왜곡할 수 있다는 오만한 태도부터 고쳐야 할 것이다.

삼성카드의 이러한 ‘무법적 태도’에는 감독기관인 금융감독위원회의 미온적 자세에 큰 책임이 있다. 작년 금융감독위원회는 위원회의 승인없이 아남반도체 주식을 초과 취득한 동부화재, 동부생명에 대해서는 금융기관검사 및 제재에 관한 규정 제21조(기타조치) 및 보험업법 제134조(보험회사에 대한 제재)에 의해 초과지분의 처분명령을 내렸으면서도 동일하게 금산법을 위반한 삼성카드에 대해서는 관련 법규정의 미비를 이유로 이를 자체적으로 해소하도록 방치하는 모순적인 태도를 보였다. 즉 금융감독위원회 스스로가 위법행위자의 규모에 따라 제재조치를 불평등하게 시행함으로써 법 집행의 일관성을 상실하고 감독당국의 권위를 무너뜨렸다. 금융감독위원회는 법을 개정한 후 이를 소급적용하겠다는 입장이나 이럴 경우 발생할 위헌소지 논란을 고려한다면 그 실효성이 크게 떨어진다. 따라서 금융감독위원회는 삼성카드의 금산법 위반 행위에 대한 시정조치를 법개정 뒤로 미룰 것이 아니라 동부그룹의 사례처럼 5%의 초과지분에 대한 처분 명령을 지금 당장 발동해야 할 것이다.

경제개혁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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