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프리즘> 반성있는 고해성사를 받고 싶다

재반론 : ‘기업 고해성사를 받아달라’를 읽고

회계의 투명성을 높여야 할 감독기관의 잘못된 행위에 대해서 언론, 전문가들은 모두 입을 다물고 있다. 오히려 이들은 잘못된 감리정책에 대한 시민단체의 건전한 비판을 ‘아니면 말고’ 식의 의혹제기로, 집단소송을 통해 부를 축적하려는 불순한 의도로 매도하고 있다.

4월25일치 송인만 교수의 ‘기업의 고해성사를 받아달라’는 글은 금융감독위원회의 잘못된 감리정책에 대한 참여연대의 비판을 왜곡하고 있고, 사실상 분식회계의 사면을 결정한 금감위를 편파적으로 변호하고 있다. 금감위는 과거 분식회계에 대한 감리 면제 방침이 증권관련 집단소송법의 개정 목적에 충실하다고 주장하고 송 교수 또한 이를 지지하고 있지만, 이는 자의적인 해석이다.

증권관련 집단소송법 개정안 어디에도 회계처리기준 위반을 허용하면서까지 과거 분식회계에 대한 회계감독 기능을 정지시킨다는 내용은 없다. 증권관련 집단소송법 개정안을 통과시키는 과정에서도 감리 면제와 제재 경감을 허용한다는 국회의원들의 합의는 없었다. 오히려 금감위는 증권집단소송법의 개정이 다른 행정제재나 민형사상 책임에는 영향을 주지 않는다면서 국회에 증권집단소송 적용유예를 요청하였다.

그런데 금감위는 국민적 공감대 형성, 국회와 대통령의 정치적 결정, 모법에 의한 근거와 정당성을 부여받지 못했으면서도, 사실상 과거 분식을 사면하는 감리 면제와 제재 감경 규정을 만들었다. 심지어 금감위는 국민의 권리와 의무에 중대한 영향을 주는 외감 규정을 사전예고 절차도 생략한 채 변칙적인 서면결의 방식으로 개정함으로써 국민들의 반론 기회마저 박탈한 반면, 기업과 회계법인에 먼저 설명해주는 주객이 전도된 모습을 보였다.

역분식 인정이라는 편법의 위험에도 불구하고 기업들이 유예기간 중에 분식을 털면 결국 2년 후에는 투명성이 제고되지 않겠느냐는 금감위의 예측은 합리적인 근거도 없다. 감리를 면제하면 진정한 분식 해소를 검증하지 못하고 투자자가 시정할 기회도 박탈되기 때문에 분식회계가 전혀 감독이 되지 않는다.

감리 중에 감경조처를 받기 위해서 어쩔 수 없이 분식회계를 실토한 대한항공과 분식회계인지도 알 수 없게 공시를 한 기아자동차의 사례를 볼 때, 결코 기업들이 유예기간 안에 분식회계를 고백하고 해소할 것이라는 보장이 없다. 그나마 이들 기업은 감리를 받고 있었기 때문에 분식회계를 자백했지만, 감리가 면제된다면 분식회계를 자진해서 고백할 기업들을 찾아보기 어려울 것이다.

분식회계에 대한 감리 요청이 공적 감독기관을 개인의 사적 분쟁에 이용하는 것이고 시장주의에 반한다는 송 교수의 주장은 법에서 규정한 금감위의 투자자 보호와 회계감독 기능을 부정하는 것이다.

또한 미국의 집단소송 제도를 아는 사람이라면 분식회계 손해배상소송에서 열악한 지위에 놓여 있는 우리나라 투자자들을 사적 분쟁에 감독기구를 이용하는 무임승차자들로 비난할 수는 없을 것이다.

미국의 주주들이 감독기구의 감리에 의존하지 않고 소송을 할 수 있는 것은 원고에게 광범위하고 강력한 증거수집 권한(디스커버리 제도)을 인정하고 있기 때문이지, 감독기관의 회계감독 기능을 포기하고 주주들에게만 맡겨놓았기 때문이 아니다.

친기업적인 조지 부시 대통령도 경제를 위해 미국의 기간산업회사인 엔론, 월드컴의 분식회계에 대해서 철퇴를 가하고 강력한 회계감독 제도를 도입하였다. 부시 정부의 초대 증권거래위원회 의장이었던 하비 피트는 분식회계에 대한 엄격한 감독 의지가 없다는 비판을 견디지 못하고 임명된 지 15개월 만에 사임하였다. 본분을 잊고 기업의 분식회계를 덮어주려는 우리나라의 금감위원장과 비교되는 대목이다.

회계의 투명성을 높여야 할 감독기관의 잘못된 행위에 대해서 언론, 전문가들은 모두 입을 다물고 있다. 오히려 이들은 잘못된 감리정책에 대한 시민단체의 건전한 비판을 ‘아니면 말고’ 식의 의혹제기로, 집단소송을 통해 부를 축적하려는 불순한 의도로 매도하고 있다. 송 교수의 이러한 근거 없는 비판은 반론의 궁색함을 자인하는 것에 불과하다. 국민들이 원하는 것은 반성 없는 변명이나 잘못의 은폐가 아니라 진정한 고해성사와 회계의 투명성이다

김선웅(변호사,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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