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프리즘> 참여정부인가 삼성공화국인가

삼성의 위세가 하늘을 찌르고 있다. 삼성 앞에만 서면 국민으로부터 주권을 위임받은 정부도, 사회를 감시해야 할 언론도, 심지어는 지성의 마지막 보루라고 할 수 있는 대학조차도 한없이 작아지기만 한다.

불법 대선자금을 제공하고도 아무 탈이 없다. 공정위 조사원으로부터 증거서류를 탈취, 파기해도 끄떡없다. 금융감독기관의 조사를 받기 직전 이메일을 삭제하거나 주전산기를 꺼도 별 탈 없다.

더 나아가 계열 금융기관을 이용하여 그룹을 유지, 확장하지 말라는 실정법을 위반해도 조금 불편할 뿐 그만이다. 다른 금융기관은 이런 일을 했다고 매를 맞아도 삼성은 예외취급을 해준다.

정부는 심지어 삼성이 영원히 마음 편히 살 수 있도록 법까지 바꾸어줄 태세다. 최근에는 아예 노골적으로 지난 외환위기 직후 김대중 당시 대통령 당선자와 합의했던 “5+3 원칙”까지 일방적으로 파기하면서 이제 이 나라에서 재벌개혁은 끝났다고 친절하게 확인까지 해주고 있다.

정말 이래도 되는 것인가. 재계가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를 외치지만, 국민의 동의도 얻지 않은 채 나라를 마음대로 주무르는 삼성의 “제왕적 기업경영제”를 보면서 무슨 말을 더 할 수 있단 말인가.

혹자는 그래도 삼성이 삼성전자처럼 세계적인 기업을 육성하는 등 우리 경제에 기여한 바도 크지 않는가라고 반론을 제기할 지도 모른다. 물론 그러하다.

그러나 삼성전자가 반도체 사업을 시작하려 할 때 당시 다른 기업들이 외자도입에 대해 엄격하게 제한을 받던 상황에서 유독 삼성전자만 외자도입의 특혜를 받아 사업을 시작할 수 있었던 것을 기억하는 사람은 드물다.

그리고 삼성전자가 전직 대통령에게 뇌물을 제공하여 법원에서 유죄판결을 받았고, 계열언론사와 부당내부거래를 하여 공정위로부터 야단을 맞았고, 부실계열사를 지원하여 주주대표소송에 시달리고 있고, 올해에도 삼성카드사에 또 자금을 지원했다는 점은 축소보도 되기 일쑤다. 삼성전자는 온 몸을 바쳐 삼성 전체를 위해 희생하고 있는 것이다.

이제는 정말 삼성에 대해 메스를 가하지 않으면 안된다. 여기저기에서 발생하는 조그만 위법과 비효율만이 문제가 아니라, 자칫 잘못하면 국민경제 전체가 또 한번 엄청난 홍역을 치를 수도 있기 때문이다. 반도체 수출이 주춤거리고 원화가 절상되는 경제상황도 기분 좋을 수 없고, 경영권의 세습을 위해 온갖 무리수를 서슴지 않는 삼성의 초조함도 불길하게만 다가오기 때문이다. 이제야 말로 삼성이 스스로 가장 잘한다고 자랑하는 영역에 온갖 힘을 쏟을 수 있도록 여건을 만들어 가야 할 때다.

특히 국정의 최고책임자는 더 이상 문제의 핵심을 외면하지 말고 삼성의 금융계열 분리문제와 경영권 세습에 대해 결단을 내려야 한다. 현재 삼성은 지배구도의 유지를 위해 금융계열사를 이용해 산업자본을 지배하는 체제를 가지고 있다.

이것은 경제원리상으로도 용납될 수 없고, 현행 법체계와 부합하지도 않는다. 최근에 터지고 있는 삼성의 모든 문제가 삼성생명과 에버랜드로 집중되고 있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따라서 정부는 이런 지배구도를 정리하여 삼성이 스스로 가장 잘 한다고 자랑하는 전자사업 부문에 대해 책임경영을 할 수 있는 상황을 조성해야 한다. 그래야 삼성도 살고, 국민경제의 효율성도 올라갈 수 있다.

한 때 재계에서는 “대한민국이 다 망해도 삼성은 그보다 더 늦게 망한다”는 말이 회자될 때가 있었다. 우리는 삼성자동차와 삼성카드를 보면서 이 말이 내포한 진실의 일단을 소름끼치도록 실감했다. 이제는 “삼성이 잘해서 대한민국이 잘산다”는 말이 회자되도록 해야 한다. 그것이 윈윈전략 아닌가.

전성인(홍익대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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