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를 위해 재벌 소유 은행의 출현을 바라는가

윤증현 금감위원장, 재벌의 은행소유 주장 중단해야



어제(12일) 윤증현 금융감독위원장은 현대경제연구원 등이 주최한 조찬강연에서 “재벌이 은행을 소유하는 것을 허용”해야 한다며 소유는 하되 경영은 못하도록 “컨소시엄을 구성해 은행지분을 10%씩 소유”하는 방식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참여연대 시민경제위원회(위원장: 김진방 인하대 교수)는 은행과 산업자본을 분리해야 한다는 국제적 원칙을 허물뿐만 아니라 특정 재벌에게만 혜택을 줄 윤증현 위원장의 발언에 큰 우려를 표한다.

금산분리, 특히 은행과 산업자본을 분리해야 한다는 것은 시장 내부의 자율적인 견제장치가 정상적으로 작동되도록 꼭 지켜져야 할 원칙이다. 이는 국내 경제운용 경험을 통해서도 증명되어 역대 정부는 물론이거니와 현 참여정부의 금융정책 근간으로 자리 잡고 있다. 참여정부가 제시한 ’산업자본의 금융지배에 따른 부작용 방지 로드맵‘의 일부분을 담은 증권거래법 등 7개 금융관련 법률 개정안이 지난 6월 20일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되기도 했다.

그럼에도, 금융감독당국의 수장이 우리나라 금융정책의 근간과 배치되는 발언을 지속적으로 하여 시장에 혼란만 주고 있다. 특히 투자회사도 아닌 제조업 등 산업자본이 10% 정도의 지분을 아무런 경영참가 목적없이 출자할 수 있다는 발언은 무지에서 비롯된 발언이 아니면 의도적인 왜곡일 뿐이다.

금융자본과 산업자본 특히 은행과 산업자본은 엄격하게 분리하는 것이 국제적 표준이다. 지난 해 세계 최대 유통업체인 월마트가 신용카드 서비스 비용을 줄여 시너지 효과를 발생시킬 수 있다며 법적으로는 은행이 아니지만 실질적으로 은행과 유사한 업무를 하는 ‘산업대출회사’ 설립 인가를 신청한 바 있다.

그러나 미국 연방준비은행 이사회는 물론이거니와 미국 의회는 이를 막기 위해 관련 법률 개정안을 제출하는 등 은행과 산업자본의 분리를 위해 더욱 노력한 결과 결국 월마트는 산업대출회사 설립인가 신청을 자진 철회했다. 이처럼 국내는 물론 외국도 은행과 산업자본의 분리는 엄격하게 적용하고 있는 원칙이다.

윤증현 금감위원장은 국내 거대 산업자본이 은행지분을 10% 정도 소유하는 컨소시엄을 구성하는 방식을 제안하기도 했다. 윤 위원장이 구체적으로 언급한 우리금융지주회사에 10%만 출자한다 해도 2조 원 이상의 자금이 필요하다. 포트폴리오 투자를 하는 금융회사도 아닌 산업자본이 경영에 영향을 미치지 않으면서도 이같이 막대한 규모의 자금을 투입할 이유가 무엇이란 말인가. 이는 금융구조의 상식조차 이해하지 못한 것이 아니라면 일부 재벌기업이 은행에 출자할 수 있는 특혜를 주도록 눈 가리고 아웅 하는 꼴이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금융감독위원장은 한국은행이나 재경부와는 달리 금융정책을 정하는 곳이 아니라 금융질서를 확립하고 금융소비자를 보호하고자 금융시장을 감독하는 자리다. 게임의 룰을 바꾸자고 주장하면서 감독을 한다면 시장의 혼란만 초래하게 된다.

더욱이 윤 위원장이 바꾸기를 주장하는 게임의 룰은 국제적인 스탠다드에 부합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현 정부가 추진하는 방향과도 배치되는 일이다. 만일 윤 위원장의 제안대로 재벌이 은행을 일부 소유할 수 있게 된다 하더라도 은행을 소유할 만한 자금력을 갖춘 재벌은 수 개에 불과하고 현재 관심을 가질만한 곳은 삼성그룹 정도이다. 즉 금산분리의 원칙을 허물어뜨려서 얻을 수 있다는 ‘시너지효과’의 혜택을 보는 기업은 극소수인데 반해 자금조달의 공정한 경쟁의 룰이 저해되어 시장의 효율성이 감소한다면 그 피해는 우리나라 경제 전체가 짊어지게 될 것이다.

윤 위원장은 얼마 남지 않은 임기 동안 시장의 혼란만 가져오는 돌출 발언을 자제하고 자숙하기를 바란다.


시민경제위원회

논평원문_070713.hw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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