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센터 경제강좌 2010-02-18   3024

[시민경제교실후기_1] 시장만능주의 속에서 북유럽 사민주의로의 길을 찾다.

‘반공주의·시장만능주의·성장만능주의·수도패권주의’ 4대 절대주의 한국경제 망쳐
성장과 분배수준 높은 북유럽 사회민주주의는 스탈린식 사회주의와 달라


참여연대 시민경제교실 <2010 한국경제를 말하다> 첫 번째 강의인 이정우 경북대 교수의 “한국 경제, 어디로 가는가?” 수강생 후기입니다. 시민경제교실은 오는 2월 23일과 24일 강병구 인하대 교수의 ‘국가 재정건전성, 공짜는 없다’와 곽정수 한겨례 기자의 ‘MB 기업정책과 한국경제’ 강의로 이어집니다.


지난 2월 16일, 저녁 7시 30분부터 서울 종로구 통인동 참여연대 지하 1층 느티나무 홀에서는 “한국 경제, 어디로 가는가?”라는 제목으로 이정우 경북대 경제통상학부 교수의 강연이 이뤄졌다. 2010 시민경제교실의 첫 강의였던 만큼 한국 경제 전반을 개괄하였다. 약 130여 분간 30여 명의 청중과 함께 이뤄진 강의는 쉬는 시간 없이 열정적으로 진행되었다.

이 교수는 현재의 한국 경제를 이야기하기에 앞서 해방 이후 한국 경제의 특징을 정리했다. 전형적인 개발독재 모델인 박정희 모델은 관치경제로서 물가와 부동산 가격을 폭등시킨 주범으로 지목되었다. 특히, 노무현 정부 당시 초기 정책실장을 지닌 이 교수는 재직 당시 조선일보·중앙일보· 동아일보 등 이른바 보수언론에 의해 자행된 노무현 정부 경제 및 부동산 정책 비난이 어째서 부당한가를 과거 정부들 당시의 토지 가격 상승률 지표를 근거로 역설하였다. 흔히들 박정희 독재 당시를 정치적으로는 실패였을지언정 경제적으로는 성공했다고 평가하는데 이 평가가 어째서 부당한가를 알리는 데에 초점이 맞춰진 주장이었다.

다음은 40여 년간의 관치경제 이후 지난 IMF 외환위기를 계기로 급속도로 도입된 시장만능주의에 대한 비판이 이어졌다. 간단하게 정리했을 때, 기존에 국가 경제의 주도권을 정부에게서 시장으로 이동시킨다는 것이 시장만능주의의 골자이다. 이정우 교수는 지난 10여 년간 급속도로 시장만능주의 – 혹자는 신자유주의라는 말을 사용하기도 하나 이 교수는 그렇게 부르는 순간 비판도 대안도 힘들어진다면서 자신은 시장만능주의라는 표현을 선호한다는 점을 분명히 밝혔다. – 개혁이 이뤄지면서 부분적으로는 관치경제가 남아 있으면서 상당한 부분이 시장화되어 양측을 오가는 정신분열증적 경제가 나타나게 되었다고 개탄했다.

그리고 이정우 교수는 한국 경제가 관치경제와 시장만능주의가 혼합된 현재상태에서 앞으로 사회민주주의(사민주의)로 나아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스웨덴·노르웨이·핀란드·덴마크, 즉 북유럽의 4개 국가가 채택한 것으로 유명한 사민주의는 지난 20세기 후반의 성장률을 볼 때, 영미식 시장만능주의나 다른 유럽 대륙의 나라들의 방식보다도 뛰어날 뿐만 아니라, 분배 측면에서도 세계 최고의 수준을 보이고 있고, 사회적으로도 만족도가 높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되었다. 그는 좌우로는 분배와 성장, 상하로는 국가와 시장이 교차하는 2×2 표를 그렸을 때, 좌측 하단에 위치하는 사회민주주의는 좌측 상단에 위치하는 스탈린 모델, 즉 과거의 (현실)사회주의와 분명히 다르다면서 새로운 좌파 경제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우측 상단의 관치경제에서 우측 하단의 시장만능주의로 급속도로 이동한 한국 경제가 오늘날 이명박 정부의 성장만능주의에 빠져 표류하는 상황에서 지속 가능한 성장과 뛰어난 삶의 질을 획득할 수 있는 방향은 사민주의며, 이는 이론적으로뿐만 아니라 북유럽의 실제 사례로도 입증되었다는 것이다.


그는 한국 경제를 망친 4대 절대주의로 반공주의·시장만능주의·성장만능주의·수도패권주의를 꼽았다. 이승만 정권 이래로 존속해온 4대 절대주의가 상호작용하면서 지금까지 존속해왔고, 그 결과가 한국 경제의 장기적인 잠재 경제 성장력을 갉아먹었다는 것이다. 그는 이런 특징이 오늘날 이명박 정부에서도 그대로 나타나면서 단기적인 경제 정책이 자행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강연 직후 쉴 틈 없이 진행된 질의응답시간에도 많은 이야기가 오갔다. 참여정부에 대한 평가, 현재의 한국경제 현실에 대한 청년세대의 대처 방향, FTA에 대한 대안적 무역체제 등 다양한 이야기가 청중에게서 나오고 이정우 교수가 이에 성실히 답변했다. 이 교수는 참여정부가 극우적으로 편향된 경제가 이어져 왔던 한국의 현실에서 부동산 정책이나 경제 정책 등을 중심으로 중도적 입장을 성실히 추구했다고 평가했다. 한미 FTA 등 자신이 개입할 수 없었던 정책은 분명한 잘못으로 인정하나, 노무현 전 대통령의 진정성이나 복지 정책의 방향 등을 고려해 볼 때 인정할 공이 있다는 것이다. FTA의 경우 전 세계적인 자유무역이 쉽지 않기 때문에 필수불가결하나 한미 FTA의 경우 한국이 얻을 이익이 사실상 없는 반면 막대한 피해가 예상되므로 반대한다는 점을 분명히 밝혔다.

시민경제교실 첫강의는 한국 경제 전반을 훑어보았다. 그 점에서 한국 경제의 과거와 현재를 짚어보고 미래에 대한 토론이 이루어졌다. 시민이 알기 쉽게 구체적인 자료를 바탕으로 쉽고 일목요연하게 정리하는 모습에서 이정우 교수의 내공을 익히 느낄 수 있었다. 특히, 사민주의를 통해 성장과 분배를 동시에 추구하면서 교육 ․ 보육 ․ 의료 등 사회서비스의 중요성을 역설하는 점은 한국 시민에 대한 그의 애정을 드러내 보였다. 강연 대상과 1회 강연의 특성상 구체성이 결여됐고, 더욱 치열한 토론이 이루어지지 못했다는 점은 아쉽지만, 그의 의견의 분명한 방향을 알면서 동시에 한국 경제의 현실을 검토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훌륭한 강연이었다.



조 홍 진
                                                                       
서울대학교 경제학과
참여연대  4기  인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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