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 재벌의 구조조정은 몸집불리기인가, 정부는 재벌정책에 대한 명확한 원칙을 천명하라

재벌의 데이콤·한국중공업 인수와 관련한 입장발표

일시 및 장소 : 1999년 5월 13일(목) 오전 11시 30분, 참여연대 2층 강당

1.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데이콤㈜ 노동조합, 전국공공운수사회서비 스노동조합연맹,전국금속산업노동조합연맹, 참여연대, 한국중공업 노동 조합등 6개 시민단체와 노동단체는 1999년 5월 13일(목) 오전 11시 30 분, 참여연대 2층 강당에서 공동기자회견을 열어 LG그룹의 데이콤 인수 와 한국중공업 민영화 문제에 대한 입장을 발표하였다.

2. 기자회견에서 이들 단체들은, 재벌개혁이 이제 시작단계임에도 불구 하고 일부 재벌들이 빅딜을 빙자하여 노골적인 몸짓불리기를 시도하고 있고, 정부 역시 사실상 이를 묵인, 방조하고 있다고 비판하였다.

3. 특히 LG그룹에 대한 데이콤 지분제한 해제조치는 반도체 빅딜에 대한 보상과 특혜로 주어진 것으로, 전문경영인체제와 노조의 경영참가를 통 해 진전된 경영문화를 만들어가고 있는 데이콤을 총수지배체제의 일원으 로 넘겨버리는 이러한 조치는 재벌개혁의 후퇴임이 분명하다.

4. 또한 총자산 규모 3조원의 흑자 공기업인 한국 중공업을, 출자전환과 부채탕감이라는 국민의 부담을 통해, 그리고 정리해고와 임금삭감이라는 노동자의 부담을 통해 자신의 부실경영의 책임을 회피하려 하는 재벌들 에게 넘기는 것은 결코 올바른 재벌개혁이라 할 수 없다.

5. 이에 6개 단체가 기자회견을 통해 제시한 핵심적인 요구조건은 다음 과 같다. 첫째, 5대 재벌은 데이콤 및 한국중공업 인수 등 계열확장 움 직임을 즉각 중단할 것, 둘째, 정부는 5대 재벌의 빅딜에 대한 보상과 특혜조치를 즉각 철회하고, 총수의 부실·불법 경영에 대한 철저한 조사 와 엄중한 제재 조치를 취할 것, 셋째, LG 그룹의 데이콤 지분제한 해제 조치를 즉각 철회하고, 지분위장분산 사실에 대한 엄중한 처벌을 할 것, 넷째, 한국중공업 등 공기업의 재벌 매각계획을 즉각 폐기하고, 공기업 경영혁신 방안에 대한 국민적 합의를 도출하기 위한 노동조합, 시민단체 등의 참여가 보장된 협의기구를 구성할 것 등이다.

6. 이날 기자회견에는 김종걸 교수(한양대, 경실련 재벌개혁위원회 부위 원장), 김상조 교수(한성대, 참여연대 재벌개혁감시단장), 한현갑(데이 콤 노동조합 위원장), 김창근(한국중공업 노동조합 위원장), 이승원(공 공연맹 사무처장), 이홍우(금속연맹 수석부위원장)등이 참석하였다.

▣별첨자료▣ 1. 공동기자회견문

경제위기는 끝났는가? 그 경제위기의 주범인 재벌에 대한 개혁작업은 마무리되었는가? 아니다! 절대 아니다! 위기는 아직도 진행 중이며, 재 벌 특히 5대 재벌의 개혁은 이제 시작단계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5대 재벌의 개혁작업은 오히려 후퇴하고, 그 결과 또다른 경제위기의 씨앗이 뿌려지고 있는 상황을 우리는 목도하고 있다. 이른바 빅딜을 빙자하여 일부 재벌들이 노골적으로 몸집 불리기를 시도 하고 있는 것과, 이에 대해 정부당국이 사실상 묵인 내지 방조하고 있는 것이 그 결정적 증거이다.

최근 LG 그룹은 정재계 간담회 자리에서 데이콤 인수를 기정사실화하 려 하였고, 이에 화답하듯 정보통신부는 통신산업의 국내외 환경 변화를 근거로 LG 그룹에 대한 데이콤 지분제한 조치를 해제하였다. 그러나, LG 그룹은 경제청문회에서 밝혀졌듯이 `96년 PCS 사업권 허가 당시 뇌물제 공 등의 온갖 불법을 자행하였으며, 더나아가 관계사·친인척 등을 통해 약 30%의 이른바 우호지분을 확보함으로써 총수 명의로 제출한 각서조차 휴지조각으로 만들어버렸던 기업이다. 통신산업의 국내외 환경 변화가 진정으로 의미하는 바는 이처럼 반사회적이고 부도덕한 기업은 정보통신 시장의 치열한 경쟁 과정에서 결국 퇴출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런 데 퇴출되기는 커녕, 반도체 빅딜에 대한 보상으로 데이콤 인수를 요구 하는 것은 과연 어떤 시장원리에 입각한 것인가? 또한 LG 그룹이 통신장 비 제조업체임을 감안할 때, 통신장비 제조에서부터 유선 및 무선 통신 서비스 제공에 이르는 일련의 과정을 한 기업이 수직계열화함에 따른 독 과점의 폐해는 누가 짊어져야 하는가? 도대체 ‘국민의 정부’에서 국민은 누구인가?

한편, 공기업이 황금 알을 낳는 거위로 또다시 급부상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70년대 중화학공업 투자 실패의 대명사였다가 국가적 보호와 지원 속에 총자산 규모 3조원의 알짜배기 흑자 공기업으로 거듭난 한국 중공업의 민영화 문제는 재계 전체의 관심 대상이 되고 있다. 그런데, 한국중공업은 빅딜과 관련하여 현대와 삼성 그룹의 발전설비 및 선박엔 진 사업부문의 인수자 위치에 있는데, 그 한국중공업 인수에 가장 적극 적인 의사를 표명하고 있는 재벌이 바로 현대와 삼성 그룹이라는 사실 앞에서 과연 미래에 대한 희망을 논할 수 있는 사람이 존재할 수 있는 가? 출자전환과 부채탕감이라는 국민의 부담을 통해 그리고 정리해고와 임금삭감이라는 노동자의 부담을 통해 재벌 계열사의 부실을 털어낸 다 음 여기에 한국중공업까지 덤으로 끼워 되돌려 주는 것이 5대 재벌 구조 조정이고 공기업 구조조정인가? 도대체 ‘국민의 정부’에서 국민은 누구 인가?

거의 모든 산업부문에서 심각한 과잉설비 압력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5 대 재벌의 사업 구조조정은 반드시 필요한 작업이며, 빅딜은 이를 추진 하는 유효한 방식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빅딜만으로 5대 재벌 구조조 정, 아니 5대 재벌 개혁이 완수되는 것은 결코 아니다. 더군다나, 데이 콤과 한국중공업의 예에서처럼, 국민과 노동자의 희생을 기초로 엄청난 보상과 특혜가 주어지는 빅딜이라면 그것은 오히려 재벌 개혁을 후퇴시 키는 결과를 낳을 뿐이다.

재벌 개혁의 핵심은 총수지배체제의 해소이다. 기업경영의 전략적 의 사결정 권한은 총수가 독점하는 반면 경영부실의 책임은 전적으로 국민 과 노동자에게 전가되는 구조를 근본적으로 개혁하지 않고서는 그 어떠 한 의미의 경제사회 발전도 기대할 수 없다. 그러나 현재의 5대 재벌 구 조조정은 국민과 노동자의 참여를 배제한 채 총수만을 밀실협상의 파트 너로 인정함으로써 총수지배체제를 오히려 강화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 다.

데이콤은 전문경영인체제와 노조의 경영참가라는 소중한 경험을 간직 하고 있는 기업이다. 한국중공업은 공기업체제 하에서 재벌 계열사 이상 의 건전한 경영성과를 기록하고 있는 국민 전체의 소중한 재산이다. 물 론 두 기업 모두 우리가 지향하는 이상적 기업구조에는 미치지 못할 것 이다. 그러나 지금 이 순간 개선의 노력을 포기하고, 데이콤과 한국중공 업을 총수지배체제의 일원으로 넘겨버린다면, 그것이야말로 재벌개혁의 역사적 책무를 저버리는 결과가 될 것이다.

데이콤과 한국중공업 처리 문제는 현 정부의 재벌개혁 의지를 시험하 는 리트머스 시험지이다. 이 리트머스 시험지가 빨간 색으로 변하는 순 간 현 정부는 국민적 저항에 봉착할 것이며, 현재의 위기는 단순한 경제 적 위기에 그치지 않고 정치적 위기로 비화될 것이다. 무릇 정부의 경제 를 비롯한 모든 정책은 예측가능성, 일관성, 신뢰성이 담보되어야 한다. 이것의 결여가 한국경제를 왜곡한 매우 중요한 요소로 작용했음을 현 정 부도 잘 알고 있을 것이며, 또한 현재와 같이 정부정책이 조령모개식이 라고 한다면 다음 정권이 들어설 경우를 우리는 상정하지 않을 수 없으 며 아울러 깊은 우려를 표하지 않을 수 없다.

따라서 우리 시민단체와 노동조합은 진정한 재벌개혁이 완성되는 날까 지 그리고 국민과 노동자의 권리가 회복되는 날까지 굳건하게 연대하여 행동할 것임을 천명하면서, 다음 요구사항을 밝힌다.

1. 재벌, 특히 5대 재벌은 데이콤 및 한국중공업 인수 등 계열확장 움직 임을 즉각 중단하고 자구노력으로 내실을 기하라.

1. 정부는 5대 재벌의 빅딜에 대한 보상과 특혜 조치를 즉각 철회하고, 총수의 부실·불법 경영에 대한 철저한 조사와 엄중한 제재 조치, 부실 경영에 대한 책임있는 민·형사상의 조치를 취하라.

1. 정부는 LG 그룹의 데이콤 지분제한해제 조치를 즉각 철회하고, 지분 위장분산 사실에 대해 엄중하게 처벌하라.

1. 정부는 한국중공업 등 공기업의 재벌 매각 계획을 즉각 폐기하고, 공 기업 경영혁신 방안에 등 대한 국민적 합의를 도출하기 위해 노동조합, 시민단체 등의 참여가 보장된 협의기구를 구성하라. 그리고 이를 통해 공기업의 민영화가 국민 후생증대를 극대화할 수 있도록 정책을 집행하 라.

1999. 5. 13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데이콤(주) 노동조합/

전국공공운수사회서비스노동조합연맹/전국금속산업노동조합연맹

참여연대/한국중공업 노동조합

경제민주화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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