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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제강좌
  • 2010.02.26
  • 2894
  • 첨부 4

이제는 재벌들 지원해도 주변에 떡고물 안떨어져
정부가 시장에서 손 떼는 것이 친 시장 정책 아니다

참여연대 시민경제교실 <2010 한국경제를 말하다>의 네 번째 강의인 한겨례 곽정수 기자의 'MB 기업정책과 한국경제'의 수강생 후기입니다. 시민경제교실은 오는 3월 2일과 3일 홍종학 경원대 교수의 '성장친화적 진보란 무엇인가?'와 코리아연구원 조혜경 박사의 '2009 경제위기의 교훈과 한국경제의 과제' 강의로 이어집니다.


강의를 시작하며 곽정수 기자는 하나의 질문을 던졌다. 지난 2년간 이명박 대통령의 경제 정책을 평가해볼 때 잘했냐, 잘못했냐는 것이었다. 이명박 대통령의 경제정책은 당연히 잘못되었다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막상 이 질문을 마주쳤을 때 자신 있게 잘못했다고 말할 수 없었다. 확실하게 알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여기저기서 주워들은 지식으로 MB 경제정책이 잘못된 것이라고 믿고는 있었을 뿐, 사실 아는 듯 몰랐던 것이었다.

대학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눌 때도 비슷한 경험을 하게 된다. 삼삼오오 수다를 떨다보면 나름 거창한 시국토론을 하게 되는데 각자 아는 바도 얕고 그마저도 확실하지 않아 서로 변변치 못한 지식 자랑을 하다 끝나기 십상이다. 나와 내 친구들로 하여금 ‘아는 듯 모르게’하는 이유로 본인은 두 가지를 꼽는다. 하나는 우리들의 소위 귀차니즘이고, 또 하나는 우리를 헷갈리게 하는 애매한 구호들이다.

‘친 기업’과 같은 구호가 그러하다. ‘친 기업’이라 하면 단순히 기업들이 보다 편하게 사업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정책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기업에는 삼성이나 현대와 같은 대기업이 있는 반면 중소기업이나 벤처기업들도 존재한다. 모든 종류의 기업들에게 혜택이 돌아간다면 몰라도 그 중 특정 종류의 기업들에게만 유리한 정책이라면 그것을 ‘친 기업’이라 칭하는 것은 그릇된 것이다.

곽정수 기자가 가장 먼저 강조한 점은 바로 이것이다. ‘친 기업’이라는 애매한 표현은 이명박 정권의 경제정책을 이해하는 데 큰 걸림돌이 된다는 것이었다. 그는 ‘친 기업’ 대신 ‘친 재벌’이라는 표현이 정확하다고 강조했다. 이는 MB 정권의 경제정책들을 뜯어보면 확인할 수 있는 것이었다. MB 정권 기업정책의 골자는 규제완화를 통해 대기업에게 더 많은 투자기회를 제공하여 고용을 창출하고 경기를 활성화시키는 것이다.

대표적인 규제완화 정책으로 먼저 출자총액제한제도 폐지를 들 수 있다. 출자총액제한제도는 자산총액 10조 이상인 재벌 계열사에 한해 순자산의 40%를 초과하여 국내 다른 회사에 출자할 수 없도록 제한하는 제도다. 이는 재벌의 무분별한 문어발식 사업 확장을 막기 도입된 제도인데, 2009년 3월 폐지됨에 따라 재벌의 운신의 폭이 넓어졌다. 물론, 이는 대기업의 투자를 늘릴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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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하나는 금산분리 완화다. 금산분리란 금융자본과 산업자본을 분리하는 제도다. 금융자본은 고객들의 예금을 잘 운용하여 수익을 창출하고 그 일부를 고객들에게 돌려준다. 그렇기에 금융자본에게 있어 예금의 건전한 운용은 필수적이다. 그러나 금융자본과 산업자본이 밀착되어 있는 경우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만약 산업자본, 혹은 기업이 부도의 위험이 있는 경우, 고객들의 수익보다는 계열사의 안위를 우선시할 수 있는 것이다. 이 때, 기업이 부도날 경우 고객들은 자신들의 예금을 돌려받을 길이 없게 된다. 금융자본이 제 본연의 역할을 수행하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금산분리가 완화될 경우 대기업의 총수들은 고객들의 예금을 본인 계열사에 대한 지배력을 확장하는 데 사용할 수 있다. 이 경우에도 금융자본은 본연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지 못하게 된다. 물론, 이 정책을 통해 정부가 주장한대로 금융 산업이 발전할 수도 있다.

대기업에 대한 조사가 완화된 점이나 최근에 이건희 삼성회장 단독사면 사례로 대표되는 기업인 사면복권이 늘어난 점도 대기업에 대한 규제완화라 볼 수 있을 것이다. 이 외에도 법인세를 감하고, 적대적 인수합병에 대한 경영권 방어 장치를 강화하여 대기업의 총수가 지배력을 유지하는 데 유리한 정책들을 수행 및 계획하고 있다.

지금까지 살펴본 MB의 규제완화 정책들을 살펴보면 대부분 대기업의 지배력뿐 아니라 대기업 총수들의 지배력을 강화 및 유지하는데 유리한 내용이다. 그렇기에 MB의 기업정책은 친 기업이 아니라 친재벌이라고 평가하는 것이 합당하다. 그러나 친 재벌 정책이라고 해서 무조건 나쁜 것은 아니다. 대기업 위주의 성장전략을 통해 성공한 나라들이 존재하고 논란의 여지가 있겠지만 우리나라도 그 중 하나라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중요한 것은 친 재벌 정책이 현재 우리나라 경제구조에 합당한지의 여부다.

대기업을 중심으로 하는 경기 부양 논리의 핵심은 낙숫물 효과(trickle-down effect)에 있다. 쉽게 말하자면, 대기업이 잘되면 그 주변에 떡고물이 떨어져 중소기업도 잘되고 실업문제도 완화된다는 것이다. 이 때 떡고물이 주변에 많이 떨어지는 경제구조라면 친 재벌 정책은 유효하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최근 자료에 의하면 대기업의 이익률 증가와 대기업의 고용증가는 별다른 상관관계가 없는 것으로 나타난다. 오히려 이익률을 높이기 위해 고용을 줄이는 경우도 확인할 수 있다. 즉, 떡고물이 별로 안 떨어지는 구조라는 것이다.


문제는 이뿐이 아니다. MB 기업 정책에는 일관성이 없다. 법치를 강조하는 한편 재벌총수를 사면복권하고 금융산업 발전을 도모한다며 포이즌 필을 도입하는 한편 친 재벌 정책을 펴며 중소기업과 서민을 보호한다고 하는 것이다. 그 중에서도 친 재벌과 친 시장을 동시에 표방하는 것은 큰 모순이다. 기업에 대한 규제를 푼다고 해서 ‘친 시장’이 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정부가 손을 떼고 내버려둔다고 시장이 돌아가는 것이 아니다. 시장은 일정한 규칙이 존재하고 지켜질 때에만 올바르게 작동한다. 그 중에서도 어느 특정 경제주체가 시장에 일정 수준 이상의 지배력을 휘두르지 못하게 막는 것은 시장이 효율적으로 작동하기 위한 필수적인 조건 중 하나다. 진정 정부가 친 시장 정책을 표방한다면 시장의 핵심적인 규칙 혹은 규제들을 없애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것이 잘 지켜지도록 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

곽정수 기자는 아는 듯 모르고 있던 MB 기업정책을 ‘친 재벌’이라는 키워드를 통해 논리정연하게, 그리고 유쾌하게 설명해 주었다. 그리고 비록 최근 전 세계적으로 발생한 경제위기로 인해 좋지 않은 경제지표가 MB 경제정책에 대한 평가를 어렵게 하고 있지만, 우리나라의 경제구조와 동떨어지고 일관된 원칙이 없다는 치명적 문제점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무엇보다도 문제의 핵심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애매한 구호 뒤에 숨어있는 적나라한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는 점을 배웠다. 언론이 자본에 힘에 눌려 쉽게 날카로운 목소리를 내기 어려운 상황에서 나라도 나 자신과 친구들을 날카로운 바늘로 쿡쿡 찔러야겠다는 다짐을 하는 계기가 되었다.



김건우


연세대학교 경제학과
참여연대 시민경제위원회 자원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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