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현대산업개발 주주총회에 대한 입장

HDC현대산업개발 혁신의지 미흡하다

HDC현대산업개발(이하 “현산”)이 어제(3/29) 제4기 정기 주주총회(이하 ‘주총’)를 개최했다. 2021년 6월 광주 학동 재개발구역 및 2022년 1월 광주 화정동 아이파크 붕괴 사고 등 연이은 대형 참사 후 열리는 주총인 만큼 앞으로 어떻게 건설 안전 및 품질 관리를 혁신하고 부실공사로 인한 건설사고 재발을 방지할지 주주와 국민들의 관심이 집중된 자리였다. 이미 주총 안건에 대해 부실공사를 방지하도록 회사 시스템을 근본적으로 혁신할 것이라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평가가 있었는데 역시나 예측은 빗나가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이번 현대산업개발 주총은 주주들의 기대에 부합하지 못했다. 

 

광주재개발 참사 책임 이사의 실질적 퇴진·해임 이뤄지지 않아

우선, 그간 발생한 대형 참사에 책임이 있는 이사의 연임에 대해 주주들의 반대가 있었음에도 현산 측에서 준비한 이사 선임안은 그대로 의결됐다. 현산 이사회는 광주 학동 참사 이후에도 사고의 경위와 책임에 대해 제대로 된 조사나 개선 조치를 취하지 않았고, 이사회에 요구되는 불법·부실경영에 대한 견제와 감시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 특히 1차 참사 후에 이사회가 참사 재발을 방지할 어떤 노력과 조치를 취했는지, 2차 참사 후에 이사회 차원에서 반복되는 참사의 원인 조사와 경영임원에 대한 징계 등 책임을 묻는 노력을 했는지 여부에 대해서 설명해 달라는 주주의 요구가 있었으나,  현산은 진행 중인 수사와 재판에 영향을 줄 수 있어 참사 원인 조사와 임원징계를 하지 않았다는 답변만을 하였다. 기존 이사들에 대한 선임 안건 반대 의견에 대해서도 어쩔수 없다는 식의 입장만 고수했다. 권인소 사외이사는 2번의 참사 당시 이사회 사외이사로 품질과 안전을 도외시하는 경영에 대해 아무런 견제와 감시역할을 하지 못해, 현산 주요주주인 국민연금이 ‘기업가치 훼손에 대한 감독의무 소홀’을 근거로 권인소 현산 사외이사의 재연임 안건에 반대 의결권을 행사했지만 이 역시 소용 없었다. 현산은 권인소 사외이사가 디지털 전문가라는 주장만 반복할 뿐 참사 당시 경영을 감시하고 견제하는 이사로서의 본질적 역할을 하지 못한 점을 이유로 반대 의견이 제기됐음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된 표결조차 생략하려 했으며, 결국 표 대결을 통해 기존 이사들의 인선을 강행했다. 

 

사내이사 선임으로 품질안전관리 혁신 담보하기 어려워
안전과 품질담당 사외이사를 추가 선임하는지 지켜볼 것

정익희 CSO를 사내이사로 선임하는 것 외에 별도의 안전·보건 전문가를 사외이사로 선임할 것을 요구한 주주들의 의견을 받아들이지 않은 점도 실망스럽기는 마찬가지다. 단기적으로 영업이익을 올리려는 경영진의 이해와 단기이익을 위해 품질과 안전을 도외시하는 경영진을 견제하고 감시하는 이사의 역할 사이에서는 이해충돌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안전보건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게 될 전문가를 사내이사로만 선임할 경우 회사 경영진, 총수의 입장과 충돌되는 안전 이슈나 소비자를 위한 품질관리에 대해 적극적 조사나 조치를 요구할 유인이 약할 수 있다. 주주 발언을 통해 이러한 지적이 여러차례 제기됐지만 사측은 안전관련 부서가 독립적으로 운영되도록 조직을 재구성했으므로 문제없다는 설명에 그쳤다. 이로써 현산이 법률상 정해진 최소한의 것 이상으로 전사적 안전·보건 시스템을 구축할 적극적 의지는 없었다고 이해할 수밖에 없다. 다만, 품질과 안전을 담당하는 이사는 사내이사가 아니라 경영임원과 독립하여 감시와 견제역할을 해야 하는 사외이사여야 한다는 주주들의 반복된 지적에 대해 대표이사는 주주총회 후 처음 개최되는 이사회에서 추가적으로 안전과 품질담당 사외이사를 추가 선임하는 문제를 검토하겠다고 하였다. 노동시민단체들은 현산이 이사회에서 안전과 품질담당 사외이사를 추가로 선임하는지 여부를 반드시 확인할 것이다. 만일 주주총회에서 제기된 주주들의 의견에도 불구하고 안전과 품질을 담당하는 사외이사를 추가로 선임하지 않을 경우, 연이은 대형 참사로 기본적인 품질·안전에 대한 문제를 우려할 수밖에 없는 소비자들에게 과연 건설 하자와 사고재발 가능성에 대한 불안을 해소하고 신뢰를 줄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ESG 관련 주주제안 신설 ‘시기 상조’라는 이유도 납득불가

이번 주총에서 현산이 기존 주주인 네덜란드 연금 투자회사 APG의 주주제안 중 환경(E),사회(S),지배구조(G)(이하 “ESG”)에 관한 권고적 주주제안 신설을 수용하지 않은 점도 유감이다. APG가 제안한 지속가능경영체계에 대한 전문 신설, 이사회 내 안전보건위원회 설치 및 운영, 지속가능경영 공시 등의 정관변경안 등을 현산이 수용한 것은 맞지만 주로 선언적인 부분에 불과해 이로써는 미흡하다는 우려를 지울 수 없다. 지난 수년간 ESG 가치 제고가 기업 경영 전반의 주요 화두로 떠오르고 있고 특히 현산과 같이 다단계 하도급, 무리한 공사기일 단축 등으로 대형 참사를 유발한 기업이라면 그 책임을 통감해 안전과 신뢰라는 사회적 가치를 기업 경영의 목표로 삼고 적극적으로 ESG 경영을 선포했어야 마땅하다. 그러나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현산은 ESG에 관한 권고적 주주제안이 ‘시기 상조’이며 일부 주주들에게 남용될 수 있기 때문에 수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주총 시작에 앞서 임원진들이 환골탈태의 노력을 약속했음에도 그 진의를 의심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현산 주주총회 전날 국토교통부는 관할관청인 서울시에 잇따른 건물붕괴 참사로 인명피해를 발생시킨 현산에 대해 사실상 등록말소를 의미하는 ‘가장 강력한 수준의 제재’를 요청했다. 이미 국토교통부 사고조사위원회는 광주 서구 화정아이파크 참사와 관련해 ‘시공·감리 등 총체적 관리부실로 인해 발생한 인재’라고 결론지은 바 있다. 과연 서울시가 어제 주총에서 보여준 현산의 쇄신안과 혁신 의지가 향후 또 다시 발생할 수 있는 참사를 막기에 충분하다고 볼 지 의문이다. 지금 현산이 해야 할 일은 적당히 총수일가와 임원의 책임은 덜어주고 품질안전을 위한 최소한의 조치는 취했다는 시늉이 아니라 성역없는 쇄신을 통해 안전과 신뢰에 사활을 거는 기업으로 거듭나는 것임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2022. 3. 30.

공공운수노조 국민연금지부·공적연금강화국민행동·

민변 민생경제위원회·민주노총·참여연대·한국노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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