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대법 판결로 확인된 국민연금 손해, 삼성물산에 주주대표소송 등 진행해야

문형표·홍완선, 박근혜 지시 맹목적 이행으로 국민 노후자산에 손해

스튜어드십 코드에 따른 주주권 행사 등 국민연금 독립성 강화돼야

 

 

오늘(4/14) 대법원은 삼성물산의 주주인 국민연금공단이 2015. 7. 17.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결의에 찬성한 것과 관련하여,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의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 등과 홍완선 전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장의 업무상 배임죄를 유죄로 확정하였다. 법원은 1(제일모직):0.35(삼성물산)라는 합병비율이 삼성물산에 불리하여 합병 성사시 국민연금공단이 손해를 입게 됨에도 문 전 장관과 홍 전 본부장이 공단 내부 의사결정 과정에 부당하게 개입한 결과 2015. 7. 10. 투자위원회에서 해당 합병 안건이 찬성 의결 및 최종 합병 성사에 이르렀다고 판결했다. 이로써 2015년 6월 박근혜 전 대통령이 “합병 안건에 대한 국민연금의 의결권행사 문제를 잘 챙겨보라”고 지시한 국정농단의 청탁고리가 다시금 인정되었다. 2019년 8월 대법원 또한 박 전 대통령,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국정농단 사건에서 삼성의 승계 작업 존재 및 뇌물제공의 대가성을 인정한 바, 국민연금은 수천 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되는 불법적 합병 과정에서의 피해에 대해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해야 한다. 아울러, 삼성물산에게 부당합병으로 회사가 입은 피해에 대해 이사들에게 손해배상 책임을 추궁할 것을 촉구해야 한다. 만약 회사가 소 제기하지 않을 경우에는 회사를 대신하여 주주대표소송을 진행하여 삼성물산이 피해를 복구하여 회사가치를 높임으로써 국민연금이 보유한 삼성물산 주주가치를 제고해야 한다. 이렇게 불공정한 합병비율로 손해를 빈틈없이 복구하는 것이 국민연금에 노후자금을 맡긴 국민들에 대한 집사(Steward)의 역할을 다하는 것이다. 

 

문 전 장관은 홍 전 본부장에게 합병 안건을 전문위원회가 아닌 투자위원회에서 결정하겠다고 보고하게 하고, 투자위원회 위원들에게 찬성을 권유하며, 채준규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 주식운용실장에게 조작된 합병시너지 수치를 설명하도록 하여 찬성 의결을 유도하게 한 혐의가 모두 인정되었다. 홍 전 본부장 또한 합병 반대의결이나 비율개선 등을 요구할 수 있었음에도 이를 행하지 않고, 오히려 조작된 수치로 찬성의결을 유도함으로써 업무상 임무를 위배하였음이 드러났다. 국민연금공단이 캐스팅보터로서 적극적 대응을 통해 추가적으로 얻을 수 있었던 이익 상실에 대한 가액불상의 손해 또한 인정되었다. 즉, 불법합병으로 제일모직보다 훨씬 자산규모가 큰 삼성물산이 낮은 가치로 합병되어 큰 손해를 입었고, 주주들 또한 피해를 입었다. 그러나 그동안 국민연금공단은 삼성물산 합병 시 불공정한 합병비율로 인해 국민연금이 입은 손해액이 5,200~6,750억 원에 달한다(http://bit.ly/2SPFSlu)는 참여연대의 추산 및 관련 주주대표소송 등 계획 질의에 대해 대법원 판결 미확정으로 진행할 수 없다는 답변으로 일관해왔다. 이제라도 불법·부당 합병을 공모하거나 방치한 이재용 부회장 및 합병 당시 삼성물산 임원·이사들에 대해서 삼성물산은 이사의 책임을 추궁하는 소송에 나서고, 국민연금도 삼성물산에게 이러한 소송에 나설 것을 요구함과 동시에 불법합병으로 입은 손해에 대한 손해배상소송을 진행해야 한다. 회사가 나서지 않을 경우에는 즉각 이재용 부회장 및 합병 당시 삼성물산 임원·이사들에 대해서 주주대표소송을 제기하여 불법·부당 합병 책임을 물어야 한다.

 

당시 한국기업지배구조원, ISS 등 자문기관들은 당시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적정 합병비율을 각각 1:0.42, 1:0.95로 제시하였고, 글래스루이스, 서스틴베스트 등 의결권 자문사들도 합병비율이 부적정하다는 이유로 삼성물산 주주에게 합병 반대를 권고하였으며, 기금운용본부 리서치팀에서도 애초 적정 합병비율을 1:0.46으로 산정하고 합병시점이 삼성물산에 불리하다고 검토한 바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 전 장관과 홍 전 본부장은 박 전 대통령의 지시를 맹목적으로 이행해 국민연금에 크나큰 피해를 입혔음이 명시적으로 확인되었다. 이번 사건은 정치권력과 경제권력의 유착으로 말미암아 국민연금의 중립성마저 훼손된 전대미문의 범죄로 기록될 것이다. 이러한 불행한 역사의 재발을 막기 위해서는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 코드에 따른 주주권 행사 등 그 독립성 또한 강화되어야 함은 물론이다. 기금운용본부 및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 등은 관련 지침에 따라 주주대표소송 등 국민연금의 정당한 주주권을 행사하는 데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현재 진행 중인 대표소송 개시 결정 주체에 대한 논의가 결론이 나지 않았다는 이유로 이를 차일피일 미루어서는 안될 것이다. 책임 이사들에 대한 구상권 청구와 국민연금이 입은 손해의 회복 등 제대로 된 사후조치만이 또 다른 국정농단의 그림자를 막을 수 있는 지름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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