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 김대중대통령의 재벌 총수와의 비공식 독대에 관한 논평 발표

1. 김대중 대통령이 지난 7월부터 빅딜을 포함한 대기업들의 구조조정을 논의하기 위해 김우중 전경련 회장대행을 비롯한 일부 재벌총수들과 개별 독대를 하고 있다고 한다. 우리는 대통령의 재벌회장과의 이러한 독대에 대해 큰 우려를 표하지 않을 수 없다.

2. 정부나 김대중대통령이 지지부진한 재벌기업의 구조조정을 포함한 개혁에 관하여 대기업들과 논의를 할 수 없다고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김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재벌회장들과 개별적 접촉을 계속하고 있다는 것은 올바른 것이 아니다. 과거 역대 정권에서 대통령의 재벌회장 면담은 막대한 돈의 거래로 이어졌을 뿐만 아니라 전임 김영삼 대통령 재임 초기, 재벌기업의 개혁을 촉구하기 위해 마련되었다는 30대 재벌총수와의 독대가 오히려 재벌개혁이 후퇴하는 계기가 되었던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비록 대통령의 재벌총수면담이 기업의 구조조정을 촉진하기 위한 것이라고 하더라도 재벌개혁이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최대과제로 제기되는 이 때에 일개 부처의 장관도 아니고 대통령이 직접 재벌총수들과 비공식적으로 만남을 갖는 것은 적절치 않을 뿐만 아니라 재벌의 로비에 의헤 또다시 개혁이 후퇴되는 것이 아닌가하는 의구심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다. 구태혀 만날 필요가 있다면 해당 부처의 관료가 재벌총수가 아니라 해당 대기업의 대표이사를 만나는 것으로 족하다고 본다.

3. 우리는 역대 정권마다 추진된 개벌개혁이 소위 ‘재벌총수의 이해와 협조를 구하기 위한 대화과정’에서 또 다른 정경유착으로 이어졌던 암울한 경험을 가지고 있다. IMF이후 지난 9개월은 재벌기업이 스스로 개혁할 의사가 없음을 잘 보여주고 있다, 따라서 정부로서는 재벌기업 스스로 개혁하지 않고는 생존할 수 없도록 개혁정책을 일관되고 강력하게 추진하는 것만이 재벌을 개혁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개혁의 대상인 재벌과 그 총수들을 만나 개혁을 논의한다는 것은 어느 모로 보다 납득하기 어렵다. 재벌과 경제개혁의 성공을 위하여 진정으로 대통령이 구해야 할 것은 재벌총수의 이해와 협조가 아니라 국민의 이해와 협조임을 분명히 하고자 한다.

경제민주화위원회
첨부파일:

정부지원금 0%, 회원의 회비로 운영됩니다

참여연대 후원/회원가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