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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칼럼
  • 2018.12.28
  • 415

대한항공에 무시 당한 국민연금, 대응 강도 높여라

대한항공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국민연금공단의 경영권 행사 필요성④

류영재 (주)서스틴베스트 대표

 

 

 

대한항공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국민연금공단의 경영권 행사 필요성 

① 물컵으로 시작된 갑질의 서막... 더는 미룰 수 없다

② 황제경영에 사익편취까지... 빗장에, 빗장 걸어야

③ "땅콩회항 4년, 고통은 지속..." 박창진과 동료의 호소

④ 대한항공에 무시 당한 국민연금, 대응 강도 높여

 

필자는 최근 장기 가치투자를 지향하는 미국의 한 자산운용사로부터 한 통의 이메일을 받았다. 전 세계에서 가장 낮은 수준인 한국 상장기업들의 자본 효율성이 스튜어드십 코드를 기도입한 국민연금의 주주권행사를 통해 대만의 자본 효율성 수준으로 개선된다면, 국민연금에 약 100조 원가량의 추가적인 운용수익을 가져다줄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그들의 계산에 따르면 국민연금 가입자당 약 2000만 원가량 부의 증대 효과가 생긴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구체적인 주주권행사의 절차와 방법까지 친절하게 제시했다. 물론 일명 '코리아 디스카운트'로 인한 한국 자본시장의 저평가 문제가 어제오늘의 이야기는 아니지만, 그것으로 인한 피해가 국민연금 수급권자들에게 고스란히 전가된다는 이들의 주장은 큰 시사점을 제공한다. 또 국민연금이 주주권행사를 통해 이러한 문제를 개선하는 것이야말로 운용자산의 가치를 제고하는 수익증대 노력의 일환이라는 점 또한 의미심장했다.        

 

최근 스튜어드십 코드의 전 세계적 확산에 따라 연기금을 필두로 한 투자기관들의 주주관여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그러나 연기금들의 주주권행사는 기업 옥죄기를 통한 이른바 '먹튀' 시도와는 완전히 구별된다. 오히려 투자대상 기업들의 터무니없이 낮은 자본 효율성, 불투명한 지배구조 및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위험 등을 낮추거나 제거함으로써 투자대상 기업들의 장기적 기업가치를 높이려는 선량한 수탁자의 노력에 가깝다.

 

부연하자면 이것은 전통적인 주주 행동주의가 구사하는 적대적 경영간섭이 아니라, 투자대상 기업의 보편적 가치 제고를 위한 효과적인 운용 전술에 속한다. 특히 국민연금처럼 대량지분보유로 인해 매매와 비중축소가 자유롭지 못한 장기투자자들에게 있어서 스튜어드십 코드의 주주관여는 매우 유용한 투자방식으로 주목받고 있다. 이런 까닭에 선진 유수의 연기금들이 스튜어드십 코드에 따른 투자방식에 큰 관심을 갖고 자원을 배분하는 것이다. 

 

 

2대주주 무시하는 몰상식하고 시대착오적인 대한항공의 태도

 

대한항공은 스튜어드십 코드에 따른 국민연금의 투자실행 의지를 테스트할 수 있는 대상기업으로 적합하다. 주지하듯 대한항공은 2014년 '땅콩회항' 사건부터 최근 '물컵갑질' 등 총수일가의 파렴치한 행위로 국민적 공분을 불러일으키며 여론의 질타를 받고 있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은 각종 사익편취, 횡령 배임 혐의 등으로 현재 불구속기소 된 상태이다. 그 아들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 역시 그가 대표이사로 있는 '한국공항'이 대한항공 기내 물 공급을 독점하는 일감몰아주기를 통한 사익추구 의심을 받고 있다.

 

이러한 오너 리스크가 불거지면서 올해 대한항공의 주가는 최고점 대비 37%포인트나 폭락했다. 이는 올해 약세장을 보인 코스피의 23%포인트 하락보다도 훨씬 낮은 것이다. 그나마 2018년 11월 국내 사모펀드 KCGI의 대한항공의 지주사 한진칼 지분 9% 취득 및 경영 참여 선언 이후 지배구조 개선 기대감으로 인해 대한항공의 주가는 소폭 반등 중이다.

 

이제 국민연금은 조양호 회장 등 오너 일가 리스크와 불투명한 지배구조로 인해 주가가 급등락하고 있는 대한항공 문제를 선량한 자산 수탁자, 소위 집사(Steward)의 관점에서 냉철하게 조명하고, 보다 강도 높은 주주권을 행사해야 한다. 잘 알려진 바대로 국민연금은 한진칼(33.35%)에 이어 대한항공 지분 9.87%(2018년 10월 29일 기준) 보유하고 있는 대한항공의 2대 주주이다.

 

대한항공에 대한 주주권행사 추진방안을 밝힌 2018년 5월 이후, 국민연금은 세 차례에 걸친 비공개서한 및 한 차례의 공개서한을 발송했고 대한항공 경영진과의 면담도 진행했다는 소식이다. 그러나 현재까지 대한항공은 국민연금이 제안한 내용에 대해 무성의한 태도로 일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대한항공 측의 태도는 2대주주를 무시하는 몰상식하고 시대착오적인 처사가 아닐 수 없다. 따라서 이제 국민연금은 강도를 높여 다음 단계를 준비해야 한다.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한 국민연금의 시험무대

 

필자는 국민연금이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의 의결을 거쳐 대한항공 사외이사 및 감사위원을 추천할 것을 제안한다. 2019년 3월 대한항공의 두 명의 이사(조양호 회장, 김재일 교수) 임기가 만료된다.

 

따라서 국민연금이 전체 주주들의 이익을 대변하고 경영진을 견제하며, 명실상부하게 대한항공의 기업가치를 높일 수 있는 역량 있는 2인의 사외이사 후보를 주주 자격으로 추천할 것을 건의한다. 오너 일가와 경영진에 대해 독립적이며, 경영 및 항공산업에 대한 전문성을 두루 갖춘 사람이 사외이사로 선임되어야 하는 것은 불문가지이다. 

 

또한, 신규 추천된 사외이사들을 감사위원으로 추천할 것을 제안한다. 주지하듯 감사위원회는 상근감사에 갈음하여 운영되는 제도이며 경영자에 대한 감시와 감독뿐 아니라 회계와 공시의 적정성 여부까지 판단해야 하는 주식회사 지배구조의 핵심이다. 검증되고 독립적인 전문가가 이러한 감사위원으로 활동해야 한다는 것 또한 지극히 상식적인 이야기이다.

  

끝으로, 필자가 제안한 국민연금의 이러한 행동 방식에 대해 '연금사회주의'니 관치금융이니 하는 프레임을 씌워 정치적 의미를 부여해서는 안 된다. 그보다는 서두에서 소개한 미국 투자기관의 제안처럼, 100조 원 이상에 이르는 국민연금 기금 규모를 증대시키기 위한 일련의 선한 투자행위로 해석하는 것이 지극히 타당하다.

 

이는 국제적 물결에 발맞춰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한 국민연금에 일종의 시험무대가 될 것이다. 그 장에서 가입자들의 노후자금을 성실하게 관리하는 충직한 집사가 될 것인가, 아니면 대주주들의 부당한 이익과 파렴치한 행동을 좌시하는 무책임한 집사가 될 것인가. 2천만 국민연금 가입자들은 국민연금의 선택을 지켜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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