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정부의 관리방안, 실질적인 가계부채 축소로 이어져야

정부가 오늘(4/29) ‘가계부채 관리 방안’을 발표했다. 단계적으로 차주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을 확대해 2023년 7월까지 1억원 이상 주택담보대출과 신용대출 전체에 대해 적용하는 한편 주택마련을 희망하는 청년층과 신혼부부의 정책모기지에 대해 초장기모기지(40년)을 도입하는 것이 주된 골자다. 이외에도 토지·오피스텔·상가 등 비주택담보대출에 대해서도 담보인정비율(LTV) 한도규제를 기존의 상호금융권에서 전금융권으로 확대해 부채 증가와 투기를 억제하기 위한 방안도 마련된 것으로 보인다. 뒤늦게나마 정부가 가계부채 관리에 나서기로 했고, 과도한 대출을 방지하기 위해 차주별 전면 DSR 규제로 방향을 잡은 것은 적절한 것으로 평가한다. 정부는 이번 관리방안이 가계부채 증가와 투기를 억제하고, 이를 통해 국민 경제를 안정시키는 방향으로 나아가도록 정책을 차질없이 수행해 나가기 바란다. 

 

늦었지만 차주별 DSR 전면 적용, 장기모기지 도입 등 방향 긍정적

 

가계대출 관리방안에는 보완되어야 할 사항들도 많이 있다. 우선 정부가  이번 정책의 목표를 가계부채 증가율 4%로 맞춘 것에 대해 비판하지 않을 수 없다. 이미 작년 뿐만 아니라 지난 10년 간 가계부채 증가율은 매년 1인당 국민소득 증가율을 상회해왔다. 이미 부채 누적액이 국민들이 감당하기에 매우 부담스러운 수준으로 축적되어 왔다는 의미다. 따라서 정부가 가계부채 증가율만 국한해 관리하겠다는 것은 사실상 부채 증가를 방치하겠다는 말에 다름없다. 지난해 말 기준 한국의 가계부채는 가처분소득대비 190%, 국내총생산(GDP) 대비 100%를 넘는 심각한 수준이다. 현재 임계치를 넘어선 것으로 평가되는 과잉부채와 이로 인한 경제적 위험 요인을 제거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가계부채 증가율을 GDP 증가율 이내로 맞추려는 강력한 의지가 선행되어야 한다. 비록 코로나19라는 어려운 상황에 있다고 해도 정책의 궁극적 목표는 가계부채 증가율이 아니라 가계부채 총량 자체를 줄이는 것에 맞춰져야 한다.

 

지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주요 경제 선진국들이 미국 23%, 독일 8%, 일본 1% 등 정책적으로 가계부채를 줄여온 것과는 달리 이명박·박근혜 정부의 한국은 25%나 늘어났다. 문재인 정부 역시 단지 가계부채 축소보다는 부채 증가율만 낮추는 소극적인 정책으로 일관했다. 그 결과 가계부채는 계속 늘어났고, 특히 2020년에는 대출을 동원한 투기 붐으로 가계부채 증가율 마저도 7%를 넘어서기에 이르렀다. 뒤늦게 정부가 이를 바로잡기 위해 차주별 DSR을 전면 적용하기로 한 것은 당연한 조치이나 그 적용 시기는 더 앞당겨질 필요가 있다. 적어도 신규대출에 대한 차주별 DSR 적용은 다음 정권에 공을 돌리지말고 더 이른 시기에 전면 확대되어야 한다. 그리고 기존 대출자 역시 대환대출을 받을 때 차주별 DSR을 적용해 채무자의 연간 소득 대비 원리금상환 비율을 낮춰야 한다. 이러한 전면적 조치를 신속히 진행해야만 과잉대출과 금융소비자가 감당해야 할 위험도 피할 수 있다. 
 

과잉대출과 투기를 잡기 위해 DSR 적용에 전월세보증금 등
가능한 모든 대출 포함해야

 
전세자금대출, 예적금담보대출, 보험계약대출 등을 상환재원이 인정된다고 보고 DSR 적용 기준에서 제외하도록 한 것 역시 재검토가 필요하다. 과잉대출이 문제가 되는 것은 차주의 상환불능에 따른 금융기관의 리스크가 증가하는 것 외에도 대출이 부실화된 후 채권자의 담보권 행사에 따라 채무자들이 삶의 나락으로 떨어질 위험도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전세자금·예적금담보·보험계약대출 역시 DSR 적용범위에 포함해 금융기관의 약탈적 대출을 방지해야 한다. 또한 전월세임대보증금 역시 오랫동안 갭투기의 재원으로 악용되어 왔으므로 이를 막아야 한다는 지적이 있고, 할부·리스·현금서비스·카드론 등 소비자신용 역시 가계의 가처분소득을 위축시키는 요인이므로 일부 정책대출 등 불가피한 경우를 제외한 모든 대출이 DSR 산정기준에 포함되어야 한다. 정부는 비주택담보대출에 대해서도 2023년 7월부터 차주 단위 DSR 적용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이지만, DSR 규제 적용 예외를 지나치게 많이 허용하면 DSR 규제 자체가 무력해지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서민·실수요자 주거는 대출이 아닌 주거정책으로 해결해야

 
정부가 대출규제의 다른 한편으로 현행 투기과열지구·과열지구 6억원, 조정대상지역 5억원 주택구입자에 대해 적용되는 LTV·DTI 규제를 더 완화할 것을 검토하겠다고 한 점 역시 우려되는 지점이다. 최근 이와 관련해 집권여당의 일부 정치인들이 집값의 90%까지 대출 받을 수 있게 하겠다며 2030 젊은세대에게 ‘빚내서 집사라’는 포퓰리즘적 언동을 일삼아 개탄스럽다. 정부와 여당의 이러한 정책 엇박자가 부동산 시장을 다시 들썩이게 하고, 서민 세대주들을 불안과 고민에 빠지게 하고 있다. 그러나 주거문제는 ‘빚내서 집사라’가 아닌 토지임대부 방식 등 저렴한 분양주택 공급, 공공임대주택 확대 등 주거정책으로 해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정부가 외부의 목소리에 휘둘려 대출완화 정책으로 가계부채 관리 정책의 실효성을 퇴색시키는 우를 범하지 않기 바란다. 빚이라는 허약한 지반 위에 지은 집은 언제든 붕괴될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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